하늘의 별과 같이 빛나리라

 

그가 누구든 사랑하라

“나는 청소년 여러분을 위하여 일하며, 공부하고, 나의 생의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일생을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청소년들의 아버지로 불림을 받았던 돈보스코 성인의 말씀이다.

가난한 과부의 아들로 태어나 남의 집 머슴살이나 상점의 점원 또는 직공 등을 하면서 신부가 되었다. 신부가 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소년원에 수감되어 있는 청소년들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시골에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드는 청소년들로 인한 많은 혼란들이 있었다. 안정이 안 된 청소년들이 범죄의 상황에 빠져들게 되었고, 교도소는 항상 넘쳐나고 있었다. 그는 버림받은 청소년들을 위한 ‘오라또리오’라 부르는 기숙사를 세워 이들의 의식주를 마련해주고 일자리를 얻는 데 필요한 기술과 공부를 가르쳐주는 일을 시작한다. 보살핌을 받고 있는 소년들 가운데서 보다 성숙한 젊은이들이 보스코 신부를 적극적으로 도왔으며 이들을 주축으로 하여 수도회를 창설하기에 이른다.

보스코 신부는 마음을 매혹시키는 독특한 방법으로 청소년들을 사랑했다. 오라또리오의 600명이 넘는 소년들은 모두가 제각기 자신이 보스코 신부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으며, 자신들도 이에 대한 보답으로 보스코 신부를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느껴지는 각별한 사랑의 친밀감으로 인하여 소년들은 보스코 신부를 ‘돈보스코’라고 부르면서 자신의 삶을 의지하였다.

인도의 성녀 마더 테레사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삶에서 발견한 최대 모순은 상처 입을 각오로 사랑하면 상처는 없고 사랑만 깊어진다는 것이다.”

주님의 이름으로 다가가는 마음에 상처나 두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 그것을 넘어서서 사랑할 때 기적과 은혜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번 동계 수련회에는 다른 모습과 성격, 환경을 가지고 수련회에 온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조건 없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대해야 했는데, 형식과 질서, 혹은 규율에 저해가 되는 요소들을 가진 아이들이 발견 될 때마다 불안하고 조급하고 두려움을 가졌던 것이 새삼 부끄러움으로 다가온다.

그들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하늘의 별이 되신 분들의 이야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삶이고 신앙이었기에 그 신앙이 전달되려면 내가 먼저 조건 없이 삶이 드러나야 했다.

빛나는 삶을 추구하는 가치관

수련회 기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 날마다 같이 잠을 잤다. 각양의 아이들을 보고 느끼고 깨닫고 회개하게 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들의 가치관을 발견할 때이다.

수련회 첫 날, 핸드폰을 다 수거하기로 했지만 규칙을 어기고 핸드폰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 상당 수 되었다. 아이들의 손을 잠시도 떠나지 않던 핸드폰의 놀라움. 새벽녘, 교사 기도회를 가려고 눈을 떴을 때, 나는 놀라운 광경을 보고 말았다. 어느 아이가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잠을 자고 있었다. 잠시 그 아이를 바라보는데 어느 순간 자다 말고 문자메시지도 하는 것이 아닌가. 자다가도 손에 쥔 핸드폰이 울리면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까지 하고는 다시 잠드는 놀라운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

문화적 현상에 가장 예민하고 그것을 누리고 싶은 세대임을 이해하지만, 한 순간도 그 문화적인 것들을 놓을 수 없을만큼 빠져 있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나는 수련회 기간 내내 일부러 핸드폰을 놓고 다니며 일을 했다. 그러고 싶었다. 가장 영적이어야 할 순간까지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이나 안타까움이 없는 그들.

그들에게 하늘의 별처럼 빛나라고 외치던 선생님들의 목소리는 과연 어떻게 전달이 되었을까. 가치관의 부재. 가치관의 혼란. 영적인 가치관이 무너진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청소년들의 문화와 삶의 태도. 어떻게 해야 하는가.

3박 4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그들을 변화 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거룩한 것이 무언인지 맛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모든 선생님들이 애를 썼고 기도하며 준비했다. 그들의 가치관이 언젠가는 성숙되어질 것을 믿고 그 믿음의 중심에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기도하고 영성체험을 하는 순서마다 아이들은 진지하게 임했고 눈물을 흘리며 감동했다. 하나님께 가까이 가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여서 감사했다. 아마 사는 날 동안 추억하게 되리라. 영적인 추억은 분명 어느 순간 기억나면서 삶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는다. 하나님의 기적 가운데.

하늘의 별이 된 사람들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나리라”(단12:3).

성자 성녀들의 삶을 주제로 한 수련회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제일 마음에 다가왔던 것은 그분들의 거룩한 삶이었다. 어떤 환경과 처지에서도 예수님이면 충분한 삶. 어떤 조건의 사람을 만나도 예수님의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눈. 어떤 이유를 가지고 다가온 사람에게도 결국은 예수님으로 결론을 완성하는 놀라운 지혜와 사랑. 꺼내고 또 꺼내 보아도, 벗겨 보고 또 벗겨 내 보아도 그들 안으로 들어가면 예수님의 깊이가 자리 할 뿐인 사람들.

주기철 목사님의 순교신앙 앞에서 인간적인 고난과 애정을 십자가에 못 박는 모습을 몸소 체험한 청소년들은 무언가 모를 그 깊이에 많이 감동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기차역에서 사람들은 그저 갈 길을 바삐 갈 뿐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인파 속에서 가난한 병자를 발견한 것은 마더 테레사의 눈 뿐이었다. 일생을 병상의 증거자로 살아가면서도 조금도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난 것처럼 감사하고 행복하다시던 공용복 선생님의 마음에는 천국의 기쁨이 가득했다. 청빈양과 결혼한 프랜시스의 몸에는, 부자인 아버지 집에서 걸치던 비단 옷이 아닌, 가난함의 상징인 낡은 수도복이 걸쳐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오주여 나의 전부여! 를 외치며 주님 한분 때문에 빛나는 거룩한 삶이 몸 전체에 휘감겨져 있었다.

병자가 눈 앞에서 지쳐 쓰러져가도 보통의 눈들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성화(聖化)된 성도들에겐 그것이 보인다. 누가 아픈지, 누가 슬픈지, 누가 괴로운지, 누가 상처 받아 힘들어 하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예수님이 해답임을 알았고 삶으로 몸소 살며 가장 겸손하고 온유하게 전해 주었다. 그분들의 삶이 빛나는 이유다.

다시 일상에서

모든 일들이 마무리 되고 언제나 밀려드는 후유증이 있다. 나는 뒤늦은 피곤함에 연일 태만과 싸우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 작은 결단을 해본다. 마더 테레사의 빛나는 어록을 기억하며 빛나는 일상을 계획해 본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다만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어느 곳에 데려다 놓든 그곳이 바로 당신이 있어야 할 곳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일에 얼마나 많은 사랑을 쏟고 있느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성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단지 우리가 노력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