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오신 님이시여



삶이 뒤엉킨 뒷자락엔

죽음보다 더 한

파멸의 궤적들이 깊음에 있고

죄악의 넘침은 심연도 밀어 내리니

나 홀로 문제 아닐쎄

온 인류의 운명 아닌가



뼈 속에 감추인 죄성의 인자

밤은 죄악의 고동치는 광란의 난장으로

뼈 고름 짜듯 신음하는 죄의 열매들

부끄럼 모르는

부도덕, 낙태, 우상 숭배, 간음, 불경건과 죄악의 실태들이여…



거룩한 님의 모습

우리안에 어디있나

그 분의 형상

우리 삶에 흔적없어

이 땅에 죄악 속하시려 천길만길 오신 님이시여



허수한 말구유도 마다 않네

환삼덩굴 널친 동굴 즐겨하네

생모시 하나 변변찮아

날쑥대 드시고도

쓸치듯 맨발로 오신 님 이시여



자름자름 인애의 발걸음

나를 위해 오신 사랑

갓물난 구원의 강물이 온 대지에 흘러

지옥 죽엄 막으시고

영원한 나라 세우신 왕

면류관 드려 찬양할 날

다시 볼 그 날 위해

나도 가려네  홀로 갈 이 길을





너 사람아





너 사람아

깊은 땅 밑으로

흐르는 강 있더니

심장 고동 아래

흐르는 고통의 강물 아느냐



매서운 매화바람

남은 장둑 얼리어도

서릿바람에 모대기던

뜨거운 신음의 눈물 아느냐



미리내 동화(童話)될 때

동녘 밀던 새벽별도

대낮조차 적시었던

흐느끼던 별 빛 있음 너 아느냐



아 지혜로운 자도

총명한 자도 알 수 없어라



가시 밭에 찔리고

찔레 꽃에 갈퀴고

셀 수 없는 고통스런 나날

배따라기 울며 가는 고난의 강물



땅에는 경계 있고

숲에는 지경 있으나

고난의 강엔 경계 없어

시작은 있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구나



너 사람아

고난의 굽이물이

우주 궁벽까지 넘실대는 날

그 고난을 함께 나눈 자를 아느냐


김종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