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봄나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냉이는 그 향긋하고 독특한 향 때문에 봄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냉이로 된장국을 끓이면 구수하면서도 봄 냄새 가득한 풋풋한 향이 겨우내 밥맛없던 사람의 입맛도 돋울 만큼 그 향과 맛이 일품입니다.

냉이는 야채 중에서 단백질 함유량이 많아 두부와 견줄 정도고 춘곤증 예방에도 좋다고 합니다. 한방에서는 냉이를 소화제로 사용할 만큼 위나 장에 좋고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고 합니다. 옛날엔 상처가 났을 때 냉이를 찧어 그 즙을 직접 발라 피를 멈추게 하였고, 코피가 자주 나는 아이들에게도 효과적입니다.

냉이는 양지바른 밭이나 들에서 잘 자라고, 꽃은 5-6월에 흰색 십자형 모양으로 핍니다. 냉이의 씨 꼬투리는 세모모양이 마치 목자의 지갑 같다고 하여서 Shepherd’s purse(쉐퍼드 펄스)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꽃대를 따라 편평하고 심장 모양으로 생긴 초록색의 열매가 달려 다른 식물들과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냉이는 봄나물 중 피로회복을 돕는 비타민B1(부족하면 안절부절 못하거나 걸핏하면 화를 낸다)이 가장 풍부합니다. 황사와 봄철의 건조한 날씨로 인해 눈이 피로하고 마를 때 좋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전 지역에 넓게 퍼져서 자라는 냉이를 뜨거운 물에 끓여서 차로 마시기도 합니다. 유월절 식탁에 오르는 쓴 나물로 냉이와 상추가 쓰인다고 합니다.

이렇듯 우리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는 냉이는 꽃말 또한 감동적입니다. 신앙 고백과도 같은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잘 퍼져 자라는 냉이는 그 강한 생명력을 봄이 되면 드러냅니다. 누가 심어서 키운 것도 아닌 냉이가 봄이 되자 빌라 근처 도로변에서 배꼼히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도시생활에 젖어 있다가 생명을 틔운 길가의 냉이를 보면서 자연에로의 향수를 물씬 느껴봅니다. 그 누구 관심 갖지 않아도 건강하게 생명에의 자신의 사명을 다 하고 있는 냉이를 보니 참 은혜가 됩니다.

칭찬하지 않아도 격려하지 않아도 개의치 않고 하늘을 바라보며 봄의 향연에 발맞춰 기지개를 켠 다정하고 소담한 그 모습이 대견합니다. 그 강한 생명력이 인간의 몸 구석구석 나쁜 것을 도려내고 아픈 곳을 싸매주며 건강하게 해주나 봅니다.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가다 밟아도, 자전거 바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도, 큰 자동차의 무게의 짓눌려 온몸이 짓뭉개어져도 주님이 허락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영혼을 싱싱하게 지켜나가라는 주님의 마음을 읽습니다.

메마르고 무미건조한 광야길에, 냉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영혼의 춘곤증을 이기도록 기도의 불꽃을 붙여주는 사람 말입니다. 깊이 뿌리를 내린 냉이처럼, 믿음의 뿌리를 견고하게 내리고 싶습니다. 크고 화려한 것을 좇는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꿋꿋하게 작고 소박한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대자연의 섭리 속에 꽃을 피울 때 피우고, 열매를 맺을 때 열매를 맺는 섭리에 순응하는 냉이처럼 하나님 앞에 겸허히 순종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광야 길에 지쳐 안절부절 못하며 화산을 품고 사는 이들에게 온유와 사랑으로 피로회복(비타민B1)을 돕는 냉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마실 물이 없다고, 식물이 박하다고 불평하는 이들에게‘맑은 물’을 공급해주며 입맛을 돋우어 주는 냉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영혼의 상처로 아파하며 피를 흘리는 이들에게 나의 몸을 짓이겨 그들의 상처를 싸매주는 냉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코피를 흘리면서 아파하는 여린 심령들에게, 세심한 배려와 격려의 말로 힘을 북돋아 주는 냉이와 같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죄악으로 뿌옇게 뒤덮인 이 세상에, 눈물이 메마른 이들에게 회개의 눈물을 촉구하는 냉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쓴 나물(고난과 역경)을 먹으며 마음과 행실을 정결하게 씻어 십자가 꽃을 피우고 싶습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향기를 품어내고 싶습니다. 심장모양으로 생긴 초록색 열매가 달려 다른 식물과 쉽게 구별되는 냉이처럼, 예수님의 생명을 영속에 담아 성령의 열매를 맺으며 구별된 삶을 살고 싶습니다. 광야여정을 다 마친 후 냉이의 꽃말이 저의 고백으로 바뀌길 소망합니다. “주님,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근사하지 않아도 그 모습 그 자체로 보존되길 원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눈길이 햇살을 통해 비춰집니다. 세상은 급속히 도시화, 문명화 되어 작고 작은 생물에는 관심도 사랑도 애정도 없는 그 곳에 하나님의 풍성한 사랑은 오늘도 변함없이 부어지고 있습니다.

작고 미력한 자가 하나님의 은혜로 그들의 존재를 알아채고 그들을 노래할 수 있다는 것도 분명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이 화창한 봄날에 아버지의 포근한 사랑 속에서 냉이의 향긋한 향취에 젖어봅니다.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