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있는 사람
 
“복 있는 사람은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시1:2-3).

우리에게 태초부터 계신 하나님의 말씀이 주어지고, 말씀을 읽고 묵상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묵상은 자신의 생각 속에 하나님으로 충만하게 하는 것이다. 성경을 묵상하는 이유는 하나님을 주목하고 하나님의 뜻을 깨닫기 위함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깊이 하면 할수록 걱정과 근심이 많아지고, 마음이 점점 무거워진다면 우리의 삶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문제에 빠져 하나님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세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하나님을 바라볼 때 우리의 문제와 환경이 풀린다. 그러기에 우리는 매일매일 말씀을 묵상함으로써 하나님과 지속적인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하나님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다.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처럼 성경을 열심히 상고한 사람들은 없었다. 열심과 열정이 대단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그들의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말았다. 성경을 아무리 읽고 묵상해도 하나님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도리어 성경 지식이 망하게 한다. 말씀을 묵상할 때 최대의 관심은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다. 말씀을 통해서 계시하시는 하나님이 가장 큰 관심이어야 한다. 말씀 속에 어떤 교훈이 있고 어떤 것이 유익하게 하는지는 그 다음 문제다.

내 안에 뿌리박혀 있는 죄의 성질이 하나님의 거룩한 성품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말씀과 더불어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나누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하나님이 어떠한 분이신지, 그분의 성품이나 관심이 무엇인지, 거짓 없이 진실하게 자신의 마음과 삶의 방식을 나누며 회개의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님과 교제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우리는 삶의 방식이 내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어느 목사님이 부교역자로 계실 때, 말씀을 묵상하다가 삶이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하셨다. 목사님은 교회 안에서 아주 힘든 일을 겪고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교회를 떠나고 싶어서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이렇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이 교회에서 다른 교회로 옮겨 주세요.” 성도들은 교회가 혼란한 가운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목사님은 교회를 너무나 옮기고 싶었다.

그러던 중 창세기 1장을 읽어 내려갔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없어 다시 읽기 시작했다. 1장을 몇 번 반복해서 읽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2절을 주목해서 보라는 마음을 주셨다.

2절을 다시 읽는데,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깨닫기 시작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을 때, 하나님의 신이 그 수면 위에 운행하시는 모습이 보였다. ‘운행 하신다.’는 것이 ‘품으신다.’는 뜻임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의 신이 혼돈과 공허와 흑암을 품고 계셨다. 무질서하고 텅 빈 땅을 품에 안고 계신 것이다. 목사님이 섬기던 교회도 공허하고 흑암으로 가득했다. 교회에서 아무리 수고하고 노력해도 대가가 나타나지 않고, 열매는커녕 말할 수 없는 갈등만 심해지고 있었으니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교회는 그야말로 갈 바를 알지 못할 만큼 사면이 꽉 막혀 있었다. 어두움에 싸여 있는 교회를 바라보는 목사님의 마음도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그때마다 교회를 떠나고 싶은 마음만 더 간절해졌다.

그런데 “하나님의 신이 수면에 운행하시니라.”는 말씀에서 하나님의 크신 긍휼과 사랑이 혼돈과 흑암과 공허한 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품고 계심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 다른 주님의 모습을 보게 되자 가슴이 뭉클해졌다. 목사님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 혼돈하고 공허하고 흑암이 깊은 땅을 버리고 떠났다면 목사님도 그렇게 할 수 있을 텐데 하나님은 그런 분이 아니셨다. 하나님이 이제는 섬김의 교회 안에서 떠나셨다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주님이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하셨다.

큰 혼돈과 흑암 위에 있을 때조차도 버리지 않고 더 품에 안으시는 하나님을 발견하자 주님의 음성이 세미하게 들려왔다. “너는 어떻게 할래?” “주님이 계시는 곳에 머물겠습니다.” 목사님은 3절을 읽으면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주님께서 한 마디만 말씀하시면 혼돈과 공허와 흑암이 끝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목사님이 할 일은 ‘그냥 품고 있는 것’이고 그 모든 것에 마침표를 찍는 분은 하나님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얼마나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는 사건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영혼과 가정과 교회와 공동체와 나라 가운데 임하면 모든 혼돈과 공허와 흑암은 끝난다. 말씀은 우리의 힘이요 희망이다. 말씀은 우리의 눈을 밝히는 등불이다. 말씀은 우리의 소망이 이 땅이 아닌 하늘에 있음을 알게 하는 영혼의 보화 창고다. 말씀은 우리 삶에 강력한 검이요, 지혜다.

우리 모두 매일 주야로 말씀을 묵상함으로써 주님과 더 깊은 삶을 나누는 복된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하나님의 말씀 안에 거하는 것이 진정 형통한 삶이다.

박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