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왕국을 부수어 버려야 삽니다

내 안에 부서지고 깨어져야만 하는 수없이 많은 자아들을 발견하면서 내 안에 이런 면도 있었나 놀랄 때가 있다.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높아지려 하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이기적이고 탐욕으로 가득한 자아들을 발견한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자신을 낮추지 못하고 교묘하게 합리화하며 결국은 나 자신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못난 자아를 하나님은 하나하나 깨뜨려 나아가신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택하셔서 모든 성도들의 모델로 삼으셨다. 그들의 역사를 통해 천국에 들어가기까지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영적인 광야훈련과정을 모형적으로 알려주셨다. 출애굽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영적인 광야연단 과정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그 수 없는 연단들은 성도가 가나안 땅 즉 천국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마음과 행실을 정결하게 닦는 과정들이다. 지금 현재 성령 충만, 믿음 충천하여서 기분은 당장이라도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지만, 결국 나라고 하는 존재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하신다. 또 완전부패 전적으로 타락한 죄인임을 여러 가지 환경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내어 자신을 알게 하신다.

그러나 자신의 현 주소를 알고 못난 자아가 완전히 항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못난 자아는 기회만 주어지면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추켜세우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라보게끔 하기 때문이다. 연단 받는 환경들을 통해서 조금씩 항복은 하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또다시 나(我)라는 이 못난 임금은 자신의 왕국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에이든 토저는 『하나님을 바로 알자』에서 자아(自我)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은 자신의 자아와 관련하여 하나님의 자아에 도전하기 때문에 죄인이다. 그는 그 밖의 모든 것에 있어서 하나님의 주권을 기꺼이 받아들일지 모르나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는 그분의 주권을 배격한다. 그의 지배가 시작되는 곳에서 하나님의 지배는 끝난다. 그에게 있어서 자아는 독립된 자아가 된다. 이로써 그는 무의식적으로 루시퍼, 즉 자기 심중에 “내가 하늘에 올라 하나님의 뭇 별 위에 나의 보좌를 높이리라. 지극히 높은 자와 비기리라”(사14:13-14)고 말한 저 타락한 아침의 아들 계명성을 모방한다.

그런데도 자아는 매우 미묘해서 거의 누구나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다. 인간은 반역자로 태어나기 때문에 자기가 반역자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의 생각에는 자아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주장이 어디까지나 완전히 정상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을 나누어 주고 심지어 어떤 때는 바라는 목적을 위하여 자신을 기꺼이 희생시키려 하지만, 결코 자기 자신을 왕위에서 물러나게 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사회적 용인이라는 저울에서 아무리 밑으로 미끄러져 떨어질지라도 여전히 자신의 눈에는 옥좌에 앉아 있는 왕이므로 아무도, 심지어 하나님마저도 그에게서 그 왕위를 빼앗을 수 없다.

죄는 갖가지로 나타나지만 그 본질은 하나이다. 하나님의 보좌 앞에서 경배하도록 창조된 도덕적인 존재가 자신의 자아의 왕좌에 앉아 높아진 위치에서 ‘나는 스스로 있다’라고 선언한다. 이것이 죄의 본질이다. 하지만 이것이 자연적이기 때문에 선하게 보인다. 그 경악스러운 도덕적 부조화가 양심에 고통스럽게 자각되는 것은 오직 복음 안에서 무지의 보호막이 제거되어 그 영혼이 지극히 거룩하신 분의 얼굴 앞에 서는 때 뿐이다.”

내 속에 있는 자아의 숫자를 가히 헤아릴 수 없지만 우리에게 모델로 세워주신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12명의 정탐꾼들이 가나안 땅을 정탐한 이후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열 사람은 부정적인 보고를 하였다. 10명의 부정적인 보고를 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 앞에 불평, 불만을 토로하면서 한 장관을 세워 다시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소동하였다.

이후 하나님은 틈만 나면 교만방자하며 언사에 불평이 많은 60만명의 이스라엘 백성들을 광야에서 유리방황케 하다가 다 죽게 만들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긍정적인 보고를 했던 여호수아와 갈렙과 새로운 세대 60만명을 새롭게 채우셔서 가나안 땅에 들여보내겠다고 말씀하셨다(민14-19장).

불평과 교만으로 점철된 60만명이 광야에서 죽어져 가는 것을 눈으로 목도하며 시청각 교육을 받은 새로운 60만명은 하나님 앞에 철저히 낮아져 겸손히 순종하며 살아야 함을 몸으로 체험하였다. 이렇듯 광야연단 과정을 통해 내 속에서 죽어져야 할 옛사람 즉 60만 개의 자아들은 다 부서지고 깨어져서 철저하게 주님 말씀에 순종하는 겸손한 사람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가나안 땅 즉 천국에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전히 잘 깨어지지 않고 부서지지 않는 자아왕국이 내 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정교한 하나님의 정과 망치로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자아들을 깨뜨리고 또 깨뜨려서 나는 없고 오직 주님만 내 안에 사시는 그날을 간절히 고대한다.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