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하는 세상, 내려놓고 낮아지라

11.jpg이른바 갑질논란 즉 갑의 횡포가 연일 신문지상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사회 단면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직 권력만이 우위에 서는 세상의 어두운 질서와 단면들을 보며, 의롭고 아름다운 하늘나라의 질서를 생각하게 된다.

갑이라 일컫는 질서의 횡포

최근 최경희(이화여대) 총장이 최순실·정유라 모녀 의혹사건으로 인해 130년 이화여대 역사상 첫 불명예 퇴진하게 되었다. 물러나면서 정유라씨의 입시와 학사관리에 특혜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대가 정씨 입학연도에 맞춰 승마를 체육특기생 선발 종목에 추가하여 정씨 혼자 합격했고, 입학 이후의 학사관리는 일반 학생과는 전혀 다른, 상식 밖이었다. 담당교수는 방학기간에 기말과제를 제출한 정씨에게 첨부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극존칭을 썼다니 놀라운 일이다.

수업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고도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을 짜깁기 한 리포트를 내고 좋은 학점을 받은 것도 그렇다. 학기 초 정씨 신분을 미처 알지 못해 얘는 F라고 했다는 00교수는 승마대회 출전 스케줄을 출석으로 인정하는 증빙서류 하나 받고 높은 학점을 주었다. 다른 학생이 얼마나 억울하면 정유라씨는 어떻게 수업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최소 B이상을 챙겨갈 수 있는가라고 대자보를 썼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그녀의 어머니 최순실씨의 전횡은 그 수위를 넘었다.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사적인 친분을 등에 업고 미르·K스포츠재단을 쥐락펴락 한 것이다.‘재단의 실질적 책임자는 최씨라고 하는 전 재단 관계자의 증언도 있었고, 최씨가 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서 재단 기금을 조성했다는 박병원 경총 회장의 발언까지 공개됐다. 모든 게 보통의 을은 결코 누릴 수 없는 특혜요 갑질이다.

하나같이 위로 올라가 누릴 줄은 알아도 내려갈 줄 모르는 후안무치에서 생긴 병이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서 누리려고만 하지 정작 내려올 때를 놓쳐서 주변을 아프게 하는 것을 보게 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낮아지라고 하신다. 자기중심적인 우리의 자아를 깨뜨리기 위해 버거운 시험도 허락하신다. 그것이 죽을 것 같은 질병으로, 망하는 사업 실패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로, 뜻밖의 사고로, 중상모함과 멸시천대로도 올 수 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40년 동안에 너로 광야의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아니 지키는지 알려하심이라”(8:2).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천국의 모형인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위해 광야에서 계명을 지키는 영적훈련을 받았다. 그 훈련은 범죄하기 쉬운 거친 환경 가운데 하나님께서 백성들을 낮추시고 말씀에 순종하는 시험이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신약의 성도들에 대한 모형이라 할 수 있다. 성도들이 천국에 들어가려면 광야와 같은 세상에서 낮아지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내려놓고 낮아지라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생의 내리막길을 통해 낮추시고 시험하실 때가 종종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올라갈 때가 있고 내려갈 때가 있는 법이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믿음 있는 성도들의 자세이다. 참된 믿음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소유를 내려놓고 낮아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환경적으로 내려놓고 낮아지라고 하면 이것을 주님의 뜻으로 알고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배워야 한다. 낮아지는 그 자리에도 주님께서 함께 하시니 두려워할 것 없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23:4).

내려놓음의 저자 이용규 선교사는 서울대를 나와 하버드에서 중동지역학 및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중동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을 때였으니, 부르고 찾는 곳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몽골의 선교사로 가라는 주님의 뜻에 순종했다. 몽골의 광활한 초원을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강은 낮은 곳을 향해 가며 평원의 낮게 파인 곳 사이를 누비면서 흘러간다. 강기슭에는 항상 푸름이 있다. 강 주변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며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강이 낮은 데로 돌아가면 갈수록 초원의 더 많은 지역이 푸르러진다. 돌아가면 갈수록 강을 통해 축복의 지역이 더 넓어지는 것이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은 초원의 강이 흘러가는 길과 비슷하다.”

강은 낮은 곳으로 흘러 그 주변은 푸름과 생명으로 가득 차게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진정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주변 사람들의 유익을 위해 네 소유를 내려놓고 낮아지라고 하신다. 소유를 빼앗기는 것과 낮아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 때로는 지금 움켜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다. 믿음의 사람, 믿음의 공동체는 내려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살아 계시고 행한 대로 갚아주실 터이니 그것으로 족하다.

우리의 주변을 보라. 주님께서 환경적으로 네가 가진 직분이나 소유를 내려놓고 낮아지라고 하시는데도 여전히 갑질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내가 내려놓으면 단체가 망하는 줄 안다. 믿음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멋지게 내려놓고 낮아질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구주로 믿고 따르는 그분도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내려놓고 낮아지셨다. 성경은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어라”(2:5)고 하신다.

영적 스승은 내가 아니더라도 하나님은 다른 사람들을 얼마든지 사용하실 수 있다고 하시면서 몸소 이를 실천하셨다. 아무리 하나님의 선한 뜻이라 해도 하나님의 빛은 아집적인 것이 아니니, 주변에서 반대가 심하거나 힘들어하는 지체가 있으면 뒤로 물러서고 양보하셨다. 그런 스승이셨기에 그분의 넉넉한 품안에서 수많은 새떼들이 깃들 수 있었다.

자신의 소유를 내려놓지 못하고 여전히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세상은 지나친 아집과 독선으로 우리를 숨 막히게 한다. 하나님 앞에 한없이 비천한 존재이며 하나님을 위해 존재하는 피조물인 인간은 어거스틴의 고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라가기를 바란다면 내려오는 것부터 시작하라. 하늘 꼭대기까지 높은 탑을 세우려고 한다면 먼저 겸손의 초석을 쌓으라.” 진정 낮아져 소유를 내려놓을 때, 하늘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놓게 되고 내가 속한 단체도 하나님 중심으로 선하게 변화하고 성장할 것이다.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