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적 독서치료와 시치료

영성적 독서치료와 시치료는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이야기일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면서 영성적인 접근 방법을 응용하여 강의도 하고 심리상담, 영성상담을 하는 궁극적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는 하나님 만남 체험이고 둘째는 성화의 길로 안내하는 것이다.

독서치료와 시치료의 내용을 살피기 전에 마음에 와 닿은 한 편의 시를 감상해보자. 시를 읽을 때 마음을 고요히 만들고 번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시심의 정감을 깊이 느끼며 읽어보자.

 


가장 고요할 때/ 가장 외로울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연다./ 밤하늘에서 별을 찾듯 책을 연다./ 보석상자의 뚜껑을 열 듯/ 조심스러이 연다.// 가장 기쁠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선물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연다./ 나와 같이 그 기쁨을 노래할/ 영혼의 친구들을// 나의 행복을 미리 노래하고 간/ 나의 친구들을 거기서 만난다./ , 가장 아름다운 영혼의 주택들/ , 가장 높은 정신의 성()/ 그리고 가장 거룩한 영혼의 무덤들/ 그들의 일생은 거기에 묻혀 있다.// 나의 슬픔과 나의 괴롬과/ 나의 희망을 노래하여 주는/ 내 친구들의 썩지 않는 영혼을/ 나는 거기서 만난다./ 그리고 힘주어 손을 잡는다.”

 


김현승 시인의 책과의 여행이란 시에서 독서치료, 시치료 여행의 조감도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고요하고 외로울 때 마음이 아프고 괴로울 때, 심령의 절망과 영혼의 어두운 밤을 통과할 때 기도와 말씀으로 주님을 만날 수 있다.

이제는 영적인 독서의 체험을 직접 해보자. “하나님께서는 그 빛을 몽땅 어두움으로 바꾸시고 전에는 마음대로 언제든지 하나님 안에서 맛볼 수 있었던 영의 감로수, 그 생수 구멍을 밀폐해 버리신다.”(영혼의 어둔밤1)

어느 어두운 밤에/ 사랑에 타 할딱이며/ 좋을씨고 행운이여/ 알 이 없이 나왔노라./ 내 집은 이미 고요해지고.”

십자가의 성 요한의 글과 시를 읽으면 역설적 은총의 신비를 느끼게 되지 않을까? 고통과 상처와 아픔으로 사정없이 울렁거리던 영혼의 어두운 밤조차, 하나님이 허락하신 은총의 선물임을 깨달았을 때, 사랑에 그리워 불타오르던 헐떡임이 어느새 은혜의 선물을 받는 믿음의 축제로 바뀌고, 질풍노도 같은 마음의 풍랑이 이상하게도 고요해지고 잔잔해짐을 경험하게 된다는 고백이다. 성경이 영적 생활의 필수 교과서라면 자연과 독서는 교과서를 잘 해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참고서, 즉 부교재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신앙생활의 정확무오한 법칙인 성경 말씀을 직접 묵상하며 은혜를 받는다. 성경말씀 속에는 문학과 시와 역사와 이야기와 사건들과 인물들을 두루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일반 은총으로 성경 이외의 책과 시와 그림과 문학과 다양한 예술을 통해 말씀하시고 깨우쳐주신다. 어쩌면 성경에 다양하게 감춰진 오묘한 메시지를 읽으려면 문학과 역사와 예술과 시대적 배경과 경험담이 담긴 다양한 참고서인 책들과 성인들의 이야기를 마땅히 읽어야 하지 않을까?

 


책을 읽거나 시를 감상할 때 영성적인 독서법과 감상법이 필요하다. 아전인수격으로 자기 편견과 선입견으로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지 못해서 질탕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서지도, 독서치료와 시치료 지도에는 영성적 지도와 같은 안내자가 필요하다. 물론 책의 저자와 대화를 하면서 글 사이에 감춰진 사연들을 들을 때의 희열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영성적 독서치료는 영적 성장과 전인적 변화와 성숙을 목표로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좋은 책 선정과 영성적 변화에 맞는 글과 시, 감상 나눔을 하면서 서로 간에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독서치유, 글쓰기치료, 시치료, 이야기치료는 이야기와 글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글을 읽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서 저자와 호흡하고 작중의 시간과 인물과 교류하면서 스스로 객관적 시각을 갖게 되고, 그 속에서 면면히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역동적 역사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독서치료의 과정 속에서 크게 세 가지의 치유적 관점을 갖게 된다.

 


1) 동일시의 원리

특정한 인물이나 사건, 태도나 감정, 행동을 마치 자신이 체험한 것처럼 느끼고 결과적으로 간접적 경험을 하게 됨으로 자신을 새롭게 성찰하고 바라보게 만든다.

 


2) 카타르시스의 원리

카타르시스는 감정 정화라고 하는데 내면에 쌓여 있는 욕구 불만, 스트레스, 심리적 갈등, 신앙적 고민 등을 언어나 행동으로 표출시킬 때 치료적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독서치료에서는 책 속의 등장인물이나 사건, 감정, 사고, 성격, 뒤틀림, 다양한 태도 등을 감상하면서 자신을 성찰하게 되며 감정과 갈등을 표출하게 만든다.

 


3) 통찰의 원리

통찰은 자기 자신이나 자기 문제에 대하여 올바른 객관적 인식을 갖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중심적인 오류에 물들어 있다. 그러나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글 속의 인물을 만날 때,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읽는 가운데 주관성에서 벗어나 객관적 시각을 갖게 된다. 믿는 성도에게는 매사에 성령의 도우심이 우리 이해력에 함께하시기에 하나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갖게 된다. 성령께서는 스스로를 깨닫게 하심으로 우리 내면과 영혼을 깊이 만져주신다.

영성적 독서치료와 시치료는 성령님 안에서 책을 읽고 시를 읽고 글을 쓰고 생각하면서 삼위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만들고 내면의 상처를 자가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님은 성경과 인류의 보편적인 유산인 책을 통해 글을 읽고 감상하는 이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지신다.

책을 읽을 때의 과정을 명료하게 정리해두고 있다. 영성적 독서치료는 책을 통하여 저자와 대화를 나누고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그 대화를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것을 뜻한다. 그때 성화의 길에서 길동무를 만나고 나침반과 이정표를 만나게 되어 시행착오를 줄여가면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이 아닐까?

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