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준다

c1a6b8f1_bef8c0bd4.png“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욥1:21)라는 성경구절이 나의 시선을 붙들었던 토요일 오후였다. 어느 상점에서 홍보용으로 나눠주는 풍선을 조카에게 갖다 줘야겠다는 생각에 받아들었다. 풍선을 들고 통장정리를 하기 위해 은행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분홍색 풍선을 들고 깡충깡충 뛰어 다니는 5살쯤 된 꼬마 아이의 눈망울과 마주치게 되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들고 있던 파란 풍선을 꼬마아이의 손에 들려주었다.

그런데 저만치 떨어져 하늘색 풍선을 가지고 놀던 꼬마 아이의 누나가 다가오더니 동생이 가진 풍선을 달라고 계속 귀찮게 하는 것이었다. 싫다고 징징거리자 누나는 힘으로 동생을 제압하여 풍선을 빼앗았고, 꼬마 아이는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풍선 하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나를 더 갖고자 싸우는 아이들의 모습. 곤솔라따(1903-1946)의 삶이 떠올랐다.

그녀의 표어와 이상은 “모든 것을 준다”는 것이었다.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귀찮게 해도 싫은 표정하지 않고 친절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열렬히 사랑해서 무엇을 달라면 주고, 무슨 일에 협조해 달라고 하면 거절하는 일이 없었다. 그녀는 “내게 애긍을 청하러 온 가난한 사람을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자서전에 기록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불편함을 주는 이웃들에게도 방긋이 웃으면서 미소로 대했다.

또한 그림과 노래 등 여러 가지 재능이 있었지만, 주님의 영광과 이웃들을 섬기기 위해 그것을 포기하고 봉사하는 일에 힘썼다. 비서, 주방일, 문지기, 구두 고치기 등 분주한 일을 하는 것 외에도 어느 누구에게나 무슨 일에나, 언제나 즉시 기꺼이 도와주었다. 어떤 때에는 일이 너무 많아서 남에게 충분히 봉사할 여가가 없는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 주님은 그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곤솔라따, 사랑의 기도만 걱정하고 다른 모든 걱정은 하지 말도록 하라. 내가 모든 것을 잘 해줄 것을 확신하라.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내가 돌보아줄 테니 말이다.”

많은 일들 가운데서도 불평하지 않고 언제나 철저히 자신의 요구를 포기하고 기꺼이 주님의 뜻을 따를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사랑의 기도였다. 기도는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했고,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어떤 경우에도 이웃에게 고스란히 옮겨질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많은 고통을 받고자 하는 갈망이 그녀로 희생의 삶을 살도록 이끌었다.

“내 주님, 당신이 제게 주신 고통이 큰 것만큼 내 사랑도 크다는 것을 잘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위하여 영혼을 구하겠다는 열망과 함께 고통받을 갈망도 심합니다.”

나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열심이지만 소유를 버리는 데는 너무나 게으르지 않았던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노라면 어김없이 주님의 음성이 조용히 들려온다.

“나는 너를 위해 몸 버려 피 흘렸건만 너는 나에게 무엇을 주려느냐?”

“오! 주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주소서. 저는 주님께 가시면류관과 채찍과 모욕과 멸시와 십자가의 고통만 드렸나이다. 저의 욕심이 도리어 가시가 되어 저의 영혼을 찌르고 있습니다. 더 많이 가지려고만 했던 저의 헛된 과욕을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주님께서는 우리가 명예의 옷을 입고 싶어할 때 하늘의 영광 보좌를 버리시고 종의 옷을 입으셨다. 우리가 안락한 생활을 추구할 때 주님께서는 벌거벗겨진 채 십자가에 고정되어 자유로움을 포기하셨다. 물과 피를 아낌없이 쏟으셨고 사랑하는 하나님마저 잠시 포기하셨다.

진정 우리는 생명을 아낌없이 버리셨던 주님을 닮아 자신의 것을 깎아내고 버리기에 힘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기를 버리기에 힘써야 한다. 거기에는 아픔과 고통이 뒤따른다. 그러나 그러한 아픔 때문에 자신의 모든 소유를 버리지 않는다면 주님의 참 제자가 결코 될 수 없다. 좋은 진주를 구하는 장사가 값진 진주 하나를 사기 위해 자기의 모든 소유를 팔지 않았던가(마13:46). 자신의 것으로 가득 차 있다면 주님께서 주시는 값진 진주를 살 수가 없다. 움켜진 손을 펴고 빈 그릇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모든 소유를 다 버렸을 때 비로소 하나님께 귀히 쓰임 받을 수 있는, 예수님의 생명을 담을 수 있는 정결한 그릇이 되는 것이다.

이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