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품안에서 내 영혼은 안전합니다

지난주에 반가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2년 동안 희귀성 질환 헌팅턴 병을 앓고 있는 남편과 아이를 돌봐주었던 도우미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우리 가족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지극 정성으로 도와주셨다. 남편의 병이 악화되면서 소파에 앉아 있어도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음식도 잘 씹지 못하고 삼키는 것도 어려워 식사를 먹이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런 중에도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어야 힘을 낼 수 있다고 음식을 갈아서 남편의 목을 한 팔로 받치고 다른 팔은 음식을 떠서 수저로 먹였다. 권사님이셔서 기도도 해주시고 성격도 활달하셔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힘든 시기에 위로를 많이 받았었다.

그 권사님께 밝게 인사를 드리자 잘 지내죠? 어제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 이동 중이었는데 운전기사분이 여자였어요. 근데 돌보고 있는 장애인은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냐고 묻기에 뇌병변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자신의 남편도 휠체어를 타고 있다고 하기에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남편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데 몸을 많이 움직인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혹시 헌팅턴 병이냐고 물었더니 놀라며 어떻게 그 병을 알고 있느냐고 해서 돌보던 장애인이 헌팅턴 병 환자였다고 했어요. 기사분이 몹시 반가와 하면서 연락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연락처를 받았는데 통화해 볼래요?”라고 말씀을 하셨다.

연락처를 받고 다음날 여성 기사분하고 통화를 했는데, 지금 남편은 50대 후반이고 40대 중반에 헌팅턴 병이 발병했다고 하였다. 큰 아들은 올해 결혼 계획 중이고 작은 아들은 휴학해서 집에 있는데, 두 아들 모두 유전이 되었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작은 아들은 아직 몸에는 특별한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지만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 몸무게가 120kg 정도라고 했다. 폭력성과 우울증 약을 먹고 있는데, 걱정스럽다고 하셨다. 큰 아들은 자신이 유전 받은 것을 알고 여자 친구에게 솔직히 고백했는데 그래도 여자 쪽에서 결혼을 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여기사 분의 가정 형편을 들은 뒤 내 남편과 아들의 헌팅턴 병의 진행 과정, 나타나는 현상, 다니는 병원, 간호, 복지 혜택 등 다양한 정보를 그분에게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과 아이가 이 병을 진단 받고 절망 중에 있을 때 언니의 신앙 권유로 교회를 나가기 시작한 것과 예수님을 만난 후 현재까지 주님의 돌보심으로 남편과 아이가 살아있고 또한 감사함으로 간병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만져주셨다고 했다.

그분도 예전에는 교회 권사님이신 시어머니를 따라 교회를 나갔다고 하였다. 신앙생활을 하던 중 교회의 구역장이 보험을 하는 분이어서 아들이 진단 받기 전에 보험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보험 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출력한 계약서에 남편의 병명이 기재되어 이 병은 유전병이라 아들 명의의 보험은 들 수 없다고 했다. 이후 구역장이 자신을 보는 시선과 태도가 달라지고 뭔가 불편해 하고 멀리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교회를 안 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큰 고통과 아픔을 겪고 있을 그녀를 예수님의 사랑으로 잘 돌봐드리고, 안전한 하나님 품으로 잘 인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험이 들게 하여 교회에 등을 돌리게 한 사실을 듣고 참으로 안타까웠다. 우리의 영원한 도움이시요 안전한 하나님 품으로 그분이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며 다만 기도할 뿐이다. 실로 우리 모두는 도울 힘이 없는 인생이나 사람을 의지하지 말고, 환난 날에 오직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며 안전한 하나님 품으로 뛰어들어야 함을 깊이 깨닫게 된다.

세상에는 불길에 휩싸여 우는 아이처럼,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큰 고통 앞에 슬퍼하며 우왕좌왕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들을 위로자요 사랑이신 하나님 아버지 품으로 뛰어들도록 이끄는 것은 우리 크리스천들의 몫이다.

필리핀 선교사인 박누가 원장님은, 위암이 재발하여 1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으신 후 한국에 잠시 들어와 항암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난 이틀 후 바로 비행기를 올랐다. 필리핀에 죽어가는 영혼들, 질병에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생각할 때 자신의 안위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돌아 온 뒤 병원 한 쪽의 쪽방 나무 침대가 가장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펄펄 끓어오르는 열과 사투를 벌이며 생사를 오가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고지대에 살고 있는 고혈압 환자 한 명에게 약을 전달하기 위해 12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 선교사님은 말한다.

후회는 없어요. 다시 태어나더라도 이 길을 갈 거냐고 누가 질문을 하더라고요. 조금 고민했지만 지금은 다시 태어나도 이 사역의 길을 선택하겠다고. 내일 죽더라도 똑같이, 오늘을 그냥 열심히, 똑같이 일을 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나는 하나님이 12년 동안 살려주신 것을 감사하기 때문에, 12년 동안 덤으로 살았기 때문에. 하나님이 치유하시는 거고 우리는, 나는 그냥 봉사하는 거예요. 봉사하다 보면 질병은 하나님이 다 치료해주시는 거예요. 얼마나 큰 감동이고 기쁨인가요.”

오늘도 하나님은 긍휼과 자비와 사랑이 풍성하신 우리의 아버지이시다. 고난을 당하는 자든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든지, 유혹을 받으며 죄의 고통 가운데 있는 자든지 누구나 하나님의 품에서 참 안식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 하나님의 사랑의 음성을 듣고 지금까지의 생애에서 완전히 돌아서서 하나님께로 향하면 진정한 행복을 주신다. 참된 삶은 예수님의 형상으로 바뀌어져서 우리 안에서 그 형상을 보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열심에 반응하며 사는 것이다.

살든지 죽든지 하나님만을 영원히 신뢰하는 이들에게 임하는 평강이 우리에게도 임하길 소원해 본다. 또한 이 땅에서의 모든 눈물과 고통과 아픔을 씻어주실 하나님 아버지의 품에 안길 자가 더 많아지길 소망해 본다. 주님 안에 있을 때, 우리의 영혼은 세상 그 어디 누구보다 더 안전하다.

박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