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나 사이를 비춰주는 거울

하나님께서 주일학교를 섬기는 새로운 사명을 허락하신 지 벌써 1년이 넘어간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를 고민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배우고 나의 부족함을 훈련시키기에 가장 합당한 통로로 이 직분을 주셨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교회에 오는 길에 전도사님, 저 매일 밤 자기 전에 기도해요.” 자랑하며 올려다보는 아이의 눈빛을 봤을 때, 나의 기도를 응답해주고 싶으신 주님의 마음을 느낀다. 작은 입술을 열어 하나님을 찬양할 때, 들었던 설교 내용을 잘 기억해서 말해줄 때, 진지하게 요절 말씀을 외울 때면 내가 해줄 수 있는 어떤 것이라도 해주고 싶다. 내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면 그분도 나처럼 기뻐서 예정에 없던 상급을 더 얹어 주시고 싶을 것임이 분명하다.

아이들은 하나님의 흐뭇함만을 알게 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픈 아버지의 마음을 더 자주 느끼게 해주어 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추어준다. 예배 집중을 방해하는 핸드폰을 잠시 보관하겠다고 하는 권면에 무조건 거부하며 반항하는 모습을 볼 때면, 더 좋은 것을 주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의도는 알지 못하고 그저 내 손에 있는 것만 꼭 쥐고 놓지 않는 내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인도자로서 존중해주지 않고 자신의 친구보다 못하게 무례히 대할 땐, 절대자이신 그분의 권위에 침범하고 있는 나의 오만함을 깨닫는다.

잘못이 도를 넘어 혼쭐을 내주고 싶을 때에도 하나님 앞에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들이 더 낫다 싶어 마음을 가라앉히게 된다. 그리곤 그분이 내게 하시는 것처럼, 다시 사랑의 설득을 한다. “네가 미워서 그러는 거 아닌 거 알지? 너를 사랑해서, 네가 잘되길 바라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거란다.” 몇 분 후면 다시 잊어버릴 확률이 높지만, ‘점점 나아지겠지.’ 하는 소망을 갖는다. 반복되는 실수와 부족함에도 나를 믿어주시는 주님의 마음이 이렇겠구나 다시 새기면서 말이다.

하나님과 나 사이를 비춰주는 거울인 이 아이들이 때론 선지자로 변할 때도 있다. 나도 지키지 못하는 말씀을 설교한다 싶을 때면 갑자기 묻는다.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전도사님도 못하면서 지키라고 하는 거 아녜요?” 꼭 자신 없는 부분에서만 정곡을 찌르는 것을 볼 때면 아이들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훈련하시는 하나님의 시선에 낯이 뜨겁다.

파푸아뉴기니에 사는 코라 부족에게 20년간 복음을 전한 문성 선교사의 간증이다. 식인종이며 단 한 번도 외부세계와 접촉해본 적이 없는 원시 부족에게 복음을 전하던 중이었다. 부족 사람들을 세차게 끌어안다가 옴 진드기가 온몸에 옮게 되었다.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락스로 목욕을 하고 일주일동안 약을 발라야 했다. ‘차라리 내가 두 팔이 없다면 부족형제들을 안지 않아도 될 텐데.’ 원망과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성경을 폈을 때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5:46) 말씀을 읽는데 너는 그동안 사랑할 만한 사람만 사랑하지 않았느냐?” 책망하시는 주님의 음성이 들렸다. 선교사의 말을 잘 듣는 사람에겐 먹을 것이라도 하나 더 주고, 말 안 듣는 형제가 오면 당신은 말라리아에 안 걸리나 보자, 만약 병에 걸려도 나는 절대 병원에 안 데려다줄 거야.’ 하며 앙심을 품었다. 양철로 만든 자신의 집을 가장 부러워하고 좋아하는 부족 형제들에게 당신들 내 말 안 들으면 우리 집 불태워 버리고 한국으로 가버릴 거야!’ 하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나님보다 두 아들과 교회, 돌아갈 한국이 있음을 더 의지했던 자신을 발견했다. 선을 원하지만 악을 행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추악함에 절망하며 처절하게 회개할 때였다. 어디선가 음성이 들렸다. ‘잠잠하여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감격이 일어났다. 부족 형제들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소망이 없는 죄인임을 알게 해주신 하나님의 자비하심에 눈물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날 이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음에서부터 진정한 기쁨이 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부족민들의 부끄러움과 아픔을 정죄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문 선교사는 마침내 깨달았다. “저는 저를 통해 복음이 전해지는 것 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부족 형제를 통해서 제게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알려주시는 감격 속에 있게 하셨습니다.”

아이들을 섬기는 직분을 주신 하나님의 숨은 마음을 아이들을 보면서 깨닫는다. 거울삼아 하나님 앞에 나의 실상을 깨닫고 더욱 겸손한 모습으로 나아가게 하시기 위함이다. 좁은 내면을 넓혀 아버지의 심정으로 덧입게 하시기 위함이다. 어린 스승들을 통해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알리실 놀라운 역사를 바라본다.

박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