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 날아오르다

두 달 간의 특별 휴가에 마침표를 찍었다. 몸과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회복하는 시간이었기에 어느 때보다 소중하고 감사했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모든 과정 속에서 주님은 차분한 마음으로 평정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도하셨다. 스스로 처절하게 고민하고자 자처한 시간이었지만, 사랑이요 선하신 분은 고민하지 말고 좀 쉬라고 따뜻하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내 영이 기뻐하며 주님의 얼굴을 뵈옵니다. 주께서 나의 슬픔을 변하여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30:11). 올해 내게 주신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면서도 슬픔이 끝날 것 같지 않았고 베옷을 벗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분노와 슬픔과 상처가 내 안에 크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님은 못된 마음에 이슬 같은 은혜를 내려주셨다. 말씀을 붙잡고 기도할수록 소망이 생겼다. 하나님의 약속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이 생기자 더 이상 슬픔과 고통이 아닌 희생을 결단하며 감사와 소망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님 한 분만 바라보며 일생을 드리겠노라고, 익은 열매를 향해 전심전력을 다하겠노라 다짐했던 11년 전의 순진무구 했던 때와 달리, 어느새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도전하지 않는 무기력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인생에 참된 가치와 꿈을 잊어버린 채로.

아주 작지만 부지런한 날개 짓으로 날아가는 참새처럼 가볍게 날고 싶어졌다. 숨거나 피하지 않고 주님의 품속에서 맘껏 날아다니고 싶었다. 휴가를 마치고 교회 마당을 밟는 순간,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과거는 마치 없었던 것처럼 마음이 가볍고 자연스러웠다. 나의 방, 담당구역 청소, 공동기도, 교회 식구들을 보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이젠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겠노라 고백하며 주님께 감사기도를 올려드렸다.

떨어져 지내는 동안 기도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기대처럼 성과를 얻지 못했다. 기도하면서 정리해 나가고 싶었는데 하나님은 “교회에서 본격적으로 기도하라.”고 하셨다. 무슨 말씀인지 영문을 모른 채 공동기도회에 참석했다. 예배실의 기도책상, 먼지 쌓인 찬송가를 보며 앉자마자 주님께서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휴가 기간에 그토록 기도하고 싶었고 하나님께 매달리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기도할 때 주님은 크신 은혜와 확신으로 답해 주셨다. 일방적이고 강력한 은혜로 임하셔서 기도를 촉구하셨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에 우연은 없다. 왜라는 질문은 이제 필요치 않다. 당시는 물음표를 던지며 해답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시간이 지난 후 하나님의 때가 되면 은혜를 깨닫게 하시고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주시기 때문이다.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사명자의 본분, 공동생활과 성무일과의 중요성을 가슴 깊이 새겨주셨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은혜와 사랑으로 돌아온 나를 반갑게 맞이하시는 예수님. 가장 좋은 것으로 주고 싶은 우리 주님의 마음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먼 길을 돌아 온 것 같은 지난날들이 내 마음에 오롯이 새겨졌다. 이제는 과거의 슬픔을 툴툴 털고 웃을 수 있다. 나 스스로에게 무수히 던지는 질타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주님 안에서 가능케 되기 때문이다.

너의 슬픔이 변하여 춤이 될 것이다.”고 격려하시고 죄책감과 무기력함에 싸여 허덕일 때 내 안에서 기뻐하라.”고 하신다. 말씀을 이루기 위해 혹독한 시간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린다.

허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