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article was copied.

집 사람이 조그만 가게(분식집)을 하나 하고 싶어하길래 아는 거래처를 통해 부천의 여월동 홈플러스 1층 매장 안에 크레페와 어묵, 순대를 메뉴로 하는 조그만 매장 하나를 오픈해 주었습니다. 사실 개당 500원 하는 어묵도 시장경기가 워낙 안 좋아서인지 매출이 계획한 만큼 오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여기는 대형매장 안이라 기본손님은 늘 북적거립니다. 그래서 큰 이익은 없을지라도 망하지는 않는다는 그런 위치에 있는 가게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내의 얼굴이 통 밝질 않습니다. 이유는 홈플러스 앞에서 똑같이 어묵을 팔고있는 포장마차 때문입니다. 그 포장마차 때문에 우리 가게의 영업이 지장을 받는다는 거지요. 매장 경비아저씨한테 얘기해서 철거를 시키도록 하든지, 속상하다며….

아내의 얘기를 듣고 한번 포장마차를 찾아갔습니다. 거기서는 젊은 부부가 추운 밤바람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웃고 있었습니다. 제가 "내가 여기 홈플러스 어묵가게 사장"이라고 말하니 젊은 부부는 놀라고 당황해 하면서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불현듯 30년 전 아내와 제가 리어카를 끌고 서울 개봉역앞에 섰을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붕어빵 사세요!" 하는 목소리가 입 안에서 가시알처럼 맴돌던 기억입니다. 그 추운 겨울 아내와 나는 그렇게 리어카를 끌며 밀며 울었거든요. 어릴 적 꿈이 대통령이었던 제가 설마 리어커를 끌고 서울 한복판에 그렇게 서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런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집니다.

젊은 부부를 안았습니다. "이 사람아 힘내. 홈플러스에서 철거하라고 해도 내가 막아줄 테니 겁 먹지 말고 힘내." 그렇게 말하곤 어묵 천원어치를 샀습니다. "역시 젊은 사람들이 만드니까 우리 것보다 맛있구먼…."

망설이다 아내에게 오늘 얘기를 했습니다. "여보, 우리는 그냥 아르바이트 쓰고 하면서 소일거리로 하는 것이지만 저기 저 친구들은 저게 생명이고 저게 전부 아니야? 우리도 겪어 봤잖아. 서로 힘내자고 밤새 울어가며 하던 일…. 우리도 겪어 봤잖아."

아내가 가만히 제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오랜 만에 아내의 눈물과 미소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