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아직 봄인 데 황혼은 육체에서 먼저 오는가?

갑작스레 나빠진 시력에 불안해도 그것이 백내장 탓인 줄 몰랐다.
아직은 젊고 팽패한 자신이라 믿고 있었기에.

왼쪽 눈은 지독한 근시에 난시까지 겹친 백내장으로 거의 실명
상태에 있어
“ 어쩌다 이 지경까지 두었느냐?” 라는 질책에
“아직 젊은 줄 알았다”는  내 말에
피-식 웃는  의사의 모습이 밉살스럽다.

그래도 적당한 렌-즈 끼워 주기 위해 고심하는 그를 보니 감사한 마음이다.
수술을 끝내고 안대를 풀고 바라 본 세상은 참으로 밝기 만 하다.
그러나 아직은 오른 쪽 눈과의 조화를 이루지 못해 많이 혼란스럽다.

사지는 멀쩡한 데 책도 읽을 수 없고 TV도 볼 수 없으니 답답하다.
그렇다고  풀잎들을 만져서도 안 되고 청소도 안되고 빨래도 안 된단다.

사람의 계획이 얼마나 황당한지 다시 깨닫는다.
일 주일 쉴 동안 못 다 읽은 책과 어지러운 정원에 원하는 꽃들을
심을 계획이었는 데….

눈이 얼마나 좋은 선물인지 다시 깨닫는다. 귀먹어리 보다 장님이 더
불쌍한 존재 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어두움은 있지만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아름다움은 눈으로 만 느낄 수 있고 책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도 해서는 안 되기에  하 답답하여 떠 오르는 시를 더듬거리며
교회 웹에 올린다.
오늘 새벽 너무나 읽고 싶은 말씀을 억제치 못 해 호세아서를 펼치고
몇 줄 읽지 않아 갑자기 수술한 눈이 아파 온다.
겁이 나서 얼른 성경 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 눈이 아프면 안 되니 만일 눈이 아프면 곧 전화하라”는 의사의 말이
생각 나서 였다.

오른 쪽 눈과의 언 발란스로 머리까지 아프다.
Reading glasses.가 필요한 데 운전을 못하니 주 말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밖을 운전 할 때 엔 선 그라스를 써야 된다는 데( 의사가 주는 임시
선 그라스는 꼭 마피아 같아서 쓰고 다닐 수가 없다) 이것도 주말을
기다려야 하니………아직도 눈 동자는 토끼 눈 같이 빨갛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으며
사람은 더불어 살겠끔 하나님이 창조하셨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셨다.

그래도 기다림이 있으니 행복하다.
6주 후, 오른 쪽 눈의 백내장 수술을 끝내면 더 밝은 세상을 안경을
통하지 않고 볼 수 있다는 설레이는 기대감이 있어서.

목사님 죄송합니다. 약속을 어겨서. 오늘 교회에 못 갈 것 같습니다.
가고 싶어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 데, 그래서 약속을 드렸는 데,
밤 길 혼자 운전 할 자신이 전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