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하늘의 기쁨


이 땅에서 하늘의 기쁨을 맛보고 싶지 않니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간만에 야외로 나왔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득 끼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았고 바람도 제법 불었다. 가려고 했던 공원도 공사 중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근처 놀이터에서 짐을 풀었다. 아이들은 미끄럼틀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신나했다. 한 아이가 유치부가 탈만한 스프링 의자에 앉아 이리 저리 몸을 흔들다가 폴짝 뛰어내렸다. 곧 이어 다른 아이들도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는 등 정신없이 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는데 어느새 놀이는 땅따먹기로 바뀌는 중이었다. 녹색과 붉은색으로 어우러진 바둑판같은 바닥에 나름대로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숫자와 하늘을 정해놓았다. 근처에서 주워온 돌로 한 아이가 먼저 출발을 하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 아이가 하늘이라는 목표지점에 도착하여 자신의 땅을 흙더미로 표시를 해 두었다. “이제 여기는 내 땅이다. 이곳 밟으면 안 돼. 알았지?” 라며 의기양양 기분이 좋아 보인다.

‘하늘을 갔다 와야지 땅을 차지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던 중, 곧이어 또 한 아이의 함성이 터졌다. “와! 나도 하늘까지 도착했다” 라면서 돌을 바닥에 던진다. “이제, 여기는 내 땅이야. 나는 동그라미로 표시해 둘게”라고 말한다. “전도사님도 한 번 해 보세요.” 아이가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바닥에 숫자가 없으니까 잘 모르겠다. 시범을 보여줘 봐.” 그러자 한 아이가 열심히 앞서서 시범을 보이기 위해 폴짝 폴짝 뛰어갔다. “여기는 한발로 뛰고요. 여기는 두발로 바닥을 밟으면 돼요. 그리고 여기는 우리가 차지한 땅이기 때문에 뛰어넘어야 해요. 알았지요?” “너희들, 정말 몸이 가볍다.” “그럼요. 우리가 얼마나 잽싸게 잘 뛰는데요”라면서 활짝 웃는다.

아이들을 따라서 해보지만 엉거주춤 서툴다. 1시간 남짓 지났을까? 조금씩 햇살이 고개를 내밀지만 바람이 여전히 불었다. “얘들아, 우리 이제 교회로 가자. 교회로 가서 손도 씻고 간식도 먹자.”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돼요. 교회 가면 제대로 놀지도 못하잖아요.” “다음에 기회 봐서 또 오자.” 라고 아이들을 달래서 정리를 하고 교회로 향하기 시작했다. 몇몇 아이들이 앞서서 뛰어간다. 그런데 5학년의 한 아이가 “힘들어요. 업어주세요”라고 투정을 부리면서 힘없이 걸어갔다. “다른 아이들은 벌써 저만치 가잖아. 빨리 가야지 그렇게 가면 더 힘들단다.” “아니에요. 이게 더 편해요. 그냥 내버려두세요.” 그 아이에게 여러 번 반복해서 말을 하였지만, 여전히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아주 천천히 걸어온다. 순간적으로 마음이 답답해지면서 불편해졌다.
교회로 돌아온 후 간식을 먹기 전 회개기도를 돌아가면서 아이들과 하는데, 순간 너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더 온유함과 겸손으로 대하지 못한 게 미안했다. 그 아이의 모습은 바로 나의 모습이었다.

몇 주 동안 계속 머뭇거리며 주저앉아 있었다.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주님께 투정을 부렸다. ‘주님, 더 이상 못 가겠어요. 정말 광야길이 왜 이렇게 고달파요. 먼지만 푹푹 날리고 뭔가 신나는 일이 좀 있어야지 갈 거 아니에요. 길은 비포장도로 말고 고속도로 좀 깔아주면 안돼요? 남들처럼 보란 듯이 쌩쌩 달리게요. 만날 이렇게 조그마한 쪽 방 같은데 가둬두시고 이 사람 저 사람 마음 살피고 가슴 졸이면서 살아야 되느냐고요? 제게도 좀 변화를 주세요. 그리고 일을 맡기셨으면 감당할 수 있는 능력도 주셔야지요. 저 사람 보세요. 달란트도 많아서 쉽게 잘 가잖아요. 힘겹게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야 되느냐고요. 저도 나름 노력했는데 업무 태만이라고 게으른 종이라고 왜 저만 계속 혼내시냐고요. 억울하다고요. 주님, 제 얘기 듣고는 계신건가요? 이제 저도 좀 쉬었다 갈래요. 이대로가 좋아요.’
계속 투정만 부리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못난 죄인을 보시고 주님의 마음은 어떠하셨을까? 주님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마음으로부터 주님의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음이 답답하고 속상하니? 내가 너를 얼마나 얼레고 달래면서 이곳까지 데리고 왔는지 아니? 너를 애굽 땅에서 이끌어 내어 독수리 날개에 업어 내게로 인도하였건만, 그 은혜를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투정만 부리고 있구나. 너에게 하늘의 기쁨을 주고자 잠시 잠깐 비포장도로를 걷게 하건만, 너는 여전히 세상에 집착하느라고 느릿느릿 걷고 있구나.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언제 이곳에 도착하겠느냐? 너의 단짝 친구 자라(태만)와는 언제쯤 헤어지려느냐?

맑은 물과 누룩이 섞이지 않은 푸른 초장으로 너를 인도하였건만, 정욕에 눈이 어두워 독초를 뜯어 먹고 이리저리 비틀거리고 있구나. 태만과 자기연민은 영적진보에 독초와도 같다. 내가 걸었던 길은 고속도로처럼 잘 닦여진 화려한 길이 아니다. 자기를 끊임없이 내려놓고 포기하는 자만이 갈수 있는 좁은 길이다. 아이들처럼 가볍게 뛰려면 낮아지고 또 낮아져야 한다. 이 땅에서 하늘의 기쁨을 맛보고 싶지 않니? 하늘의 기업을 얻고 싶지 않냐?

그러면 때로는 두 발로 비포장도로를 디뎌야 할 때도 있고 한발로 울퉁불퉁한 길을 디디며 힘겹게도 가야 한단다. 쉽게 가는 길은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모래집과 같다. 견고하고 튼튼한 반석 같은 집을 지으려면 남들이 가지 않는 힘들고 어려운 비포장도로를 가야 한다. 그러한 길을 통하여 울퉁불퉁한 네 영혼이 닦여질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힘을 내어서 계속 정진하라. 때가 가까웠다. 지금은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뒤를 돌아보지 마라.

곧 전무후무한 큰 바람이 온 세상에 불어 닥칠 것이다. 지금은 인내의 기간, 대환난을 성실히 준비할 때이다. 풍요롭게 먹고 마실 때가 아니다. 지혜로운 요셉과 같이 모든 일에 경건과 절제의 삶을 살면서 흉년의 때에 먹을 양식을 모을 때다. 언제까지 자기 연민에 빠져있겠느냐? 언제까지 영적교만으로 인해 스스로 자긍하며 살아가려느냐? 눈이 있어도 소경이요 귀가 있어도 귀머거리인 백성을 밝은 빛 가운데로 이끌어 내야할 때이다. 주저앉아 있지 말고 일어나 빛을 발하라. 오직 나만을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을 것이며,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다.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않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의지하라. 일어나라. 네가 너와 함께 할 것이다.”

다시 일어서자. 주님과 함께 다시 뛰어가자. 길이 멀고 힘들고 고달파도 주님이 가신 길이니 그 길을 따르자. 잃어버린 하나님의 낙원을 찾아 나선 이 길이야말로 참된 영광의 길이리라.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 위해서, 또한 영원한 하늘의 기업을 얻고자 계속 전진하자.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