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 들리는 소리


언젠가 예수님께서 나뭇잎이 푸르른 오월에 오실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시월에 오신다는 말보다 더욱 두근거림을 주었습니다. 더 일러 좋은 까닭도 있지만, 오월은 꿈의 계절이요, 신록의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제일 멋진 계절에 주님이 오신다는 소식은, 생각만하여도 감성을 노크합니다. 그 날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혹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월엔 설렘이 있고, 기대가 있습니다. 잠시 가까운 들이나 동산, 혹은 작은 연못이나 호수에라도 가보면 그 이유를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자라나오는 순마다 싱그럽고 순결함이 묻어나고 가만히 귀를 대보면 잎이 자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햇빛은 시냇물에 부딪쳐 반짝이고, 바람은 솜털처럼 부드럽습니다. 새들은 높이 날며 아카시아 향내는 마을을 흐릅니다. 송사리들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모습에서, 꽃봉오리가 터지는 모습에서, 반짝이며 떨어지는 낙숫물에서 생명의 노래 소리가 천천히 들려옵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그러나 이 눈부신 오월에, 어두운 자신의 생활과 게으름을 탄식하고 내면의 불순을 괴로워하는 소리는 생명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순전한 사랑을 할 수 없는 이기심 때문에, 더 충실히 살지 못해 안타까워 탄식하는 소리는 진정 더 아름답습니다. 왜냐하면 “멸망치 않게 하기 위하여 독생자를 주신” 하나님의 사랑이 임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한 개미들이 집을 짓고, 벌들은 윙윙거리며 꿀을 땁니다. 오월엔 만물이 새로워집니다. 더욱 새로워지려는 영혼들은 오월에 진한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빛나고 높은 보좌와 그 위에 앉으신 주 예수 얼굴 영광이 해같이 빛나네~ 영 죽을 나를 살리려 그 영광 버리고 그 부끄러운 십자가 날 위해 지셨네~ 주님의 보좌 있는데 천한 몸 이르러 그 영광 몸소 뵈올 때 내 기쁨 넘치네.”
어서 주님이 오시고 환난 속에 정화되어 정결한 맘으로 주님을 만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라! 신랑이로다. 맞으러 나오라!” 외치는 소리에 기름 등불 밝혀 들고 신랑의 잔치 집에 들어가는 슬기로운 신부가 되면 죽어도 좋겠습니다.
오늘은 붉게 떨어지는 태양을 보며 도창동 논둑길을 천천히 지나왔습니다. 그토록 그리운 주님을 기다리며 끝까지 믿음의 정절을 지키셨던 선생님 댁에 들렀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없는 곳이지만 그리스도의 향기는 살아 있습니다. 감옥 같은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상담하고 위로하시며 받으셨던 고난의 흔적들이 보입니다. 마지막엔 여러 제자들에게 버림받고 조롱당하셨던 극심한 슬픔들도 묻어있습니다. 내게 날개가 있다면 훨훨 날아가고 싶다고… 살짝 비추셨던 괴로움도, 어느 날은 주님께서 너무 큰 은혜를 주셨다고 울먹이시며 통화하시던 감격의 소리도 들리는 듯합니다.
오월에 들리는 소리는 소망도 아쉬움도 섞여 있습니다. 그리움도 죄송함도 섞인 오월의 소리는 햇빛이 비취는데 뿌려지는 소낙비와도 같습니다. 오늘 하늘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박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