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두려움


“그날 저물 때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저편으로 건너가자 하시니 저희가 무리를 떠나 예수를 배에 계신 그대로 모시고 가매 다른 배들도 함께 하더니 큰 광풍이 일어나며 물결이 부딪혀 배에 들어와 배에 가득하게 되었더라. 예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시고 주무시더니 제자들이 깨우며 가로되 선생님이여 우리의 죽게 된 것을 돌아보지 아니하시나이까 하니 예수께서 깨어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더러 이르시되 잠잠하라, 고요하라 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하여지더라.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하시니 저희가 심히 두려워하여 서로 말하되 저가 뉘기에 바람과 바다라도 순종하는고 하였더라”(막 4:35-41).

갈릴리 바다(호수)는 성경에서 게네사렛 호수(눅5:1)라고도 불린다.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은 48m이며 남북 길이 21km, 동서 길이는 11km에 이른다. 지형적인 영향으로 갑작스럽게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한다.
본문의 내용이 그 상황이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갈릴리 벳새다 출신의 어부가 네 명이다. 베드로와 안드레, 야고보와 요한. 그들은 갈릴리 바닷가에서 자랐으며 고기잡이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베테랑인 그들은 예수님을 풍랑 초기부터 깨우지 않고 자신들의 경험과 능력으로 배를 다루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들조차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자 드디어 예수님을 깨우며 도움을 요청한다. 예수님이 깨어나셔서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고 명령하시자 모든 상황이 종료된다. 제자들은 스승의 초자연적인 능력을 보고 심히 두려워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이 사건은 두 가지 다른 견해를 보일 수 있다. 하나는 환난풍파를 만났을 때 속히 주님을 깨워서 물리쳐야 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풍파 가운데서도 주님이 함께하시면 두려울 것이 없으므로 끝까지 믿고서 예수님을 깨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 물론 대부분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곤히 주무시던 잠에서 깨어나셔서 폭풍을 잠재우신 후에 ‘왜 이리 늦게 깨우느냐’ 아니면 ‘피곤한데 왜 깨우느냐’고 책망하시지 않는다.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말씀하시고 믿음이 없음을 책망하신다. 즉 예수님을 깨운 것이나 깨운 시점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예수님을 깨우는 행위가 믿음에 따른 것이냐 아닌 것이냐에 초점이 있다.
폭풍이 몰아치자마자 주님을 깨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그분에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면 칭찬받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우리와 영원히 함께하시고자 각 심령에 성령님을 보내주셨는데, 우리는 잘 모신다는 핑계로 그분을 깊숙한 곳에 가둬 놓고 상관없이 살 때가 많기 때문이다. 푸대접하던 성령님을 대접하는 방법은 그분이 우리 안에서 마음껏 일하실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드리는 것이다. 우리는 자꾸만 부탁하면 부담스러워하지만 그분은 오히려 기뻐하시고 힘을 내신다. 성령 충만의 비결은 그분을 많이 애용해드리는 것이다.
또한 주님이 함께하시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어서 끝까지 주님을 깨우지 않는 것도 믿음 때문이라면 칭찬할 만하다. 가톨릭의 소화 테레사는 곤히 주무시는 예수님이 깨시지 않게 더욱 주의하겠다고 했다. 주님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풍랑 만난 제자들이 책망 받은 이 사건의 본질은 주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믿음이 부족한 사람의 특징은 두려움으로 나타난다. 거센 풍랑 앞에 무서움을 느꼈을 때, 아궁이에 들어갈 들풀도 먹이시는 하나님을 믿지 못해 먹고사는 문제를 염려하는 자들에게(마6:30), 믿음으로 물위를 걷다가 물을 보고 덜컥 겁이 나 빠져가는 베드로에게(마 14:31), 당장 먹을 떡이 없음으로 제자들이 염려할 때(마16:8)에 믿음이 적다 책망하셨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 앞에서 우리가 두려워하고 염려하는 것은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육체의 감각들이 민감하면 영의 감각이 무뎌진다. 이것이 무뎌지면 보이지 않는 주님을 소홀히 하게 되고, 이는 두려움과 염려가 되어 우리를 억누른다. 잘 되고 평안한 상황에는 누구나 믿음이 좋아 보이나, 진짜 믿음은 환난과 풍파에 싸였을 때 나타난다. 공력을 시험하는 불을 통과해도 남아 있는 것이 진짜 금, 은, 보석이다.
기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