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만이 나의 행복입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나의 삶 가운데서 자주 실감을 하게 된다.
신학교 3학년 무렵 “예수님을 닮기 위해서는 우리 안에 거품을 제거해야합니다.” 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었는데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주님께서는 내 안에 있는 거품을 제거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환경으로 단련하셨다. 때로는 남편, 때로는 물질, 때로는 육신의 질고, 때로는 이웃과의 관계로 다양하게 나의 믿음을 저울질 하셨다. 하지만 연단이라는 시험지가 나의 손에 들려질 때마다 번번이 모범 답안을 쓰지 못하고 끙끙거리다가 결국은 오답을 쓸 때가 많았다.

신학교 개강 일주일을 앞두고 ‘돌발성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먹게 되었다. 그런데 약의 어떤 성분 때문인지 부작용이 생겨 식중독에 걸릴 때 생기는 두드러기가 온몸에 부풀어 올랐다. 약을 중단하고 피부과에 다니게 되었는데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다시 온 몸에 두드러기가 생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되었다. 간을 해독해주는 약도 먹어보고, 주사도 맞아보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개강을 하고 난 후부터는 두드러기가 점점 더 심해져 졸업논문을 쓰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밤에는 가려워서 잠을 잘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고 기도도 하기가 어려웠다. 주님의 자비만을 기다렸다. 구약성경의 욥을 생각하면서 2주일 정도는 은혜와 감사로 기뻐하며 견디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조금씩 지쳤고 힘들어졌다. 심신이 피로해지자 ‘왜! 내게 이런 고통을 허락하셨나요’라는 불평과 원망이 불쑥불쑥 터져 나왔다.

어떤 날은 가려움을 긁기 시작하면 중단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긁은 자리에는 더 깊은 상처가 남았고 마치 나병환자처럼 흉측하게 변해갔다. 어느 날은 손톱이 너무 아파서 살펴보니 손톱 밑에 피멍이 들어서 자주색으로 변해있기도 했다. 8월 말 경부터 10월 중순 정도까지 참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다. 의사선생님이 큰 병원에 가야될 것 같다고 하셨지만, 피부과 약을 먹으면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나는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졸업논문은 조금씩 써내려갔다.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만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약1:2-3)는 야고보 사도의 말씀은 내게 너무나 절실했다. 고통과 희생이 없고 인내가 없이는 주님을 깊이 만날 수가 없다.

내 안에 있는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오늘도 주님은 연단의 방망이를 사용하신다. 또한 밝은 빛의 말씀을 통하여 맑은 물을 계속 공급하고 계시다. “주신 자도 여호와시오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찌니이다”(욥1:21). 고난 가운데 올려 드리는 찬양은 깊은 보석과도 같다. 아직은 연약해서 “그만 두들기세요.”라고 곧잘 외치지만, 이 길 끝에 주님이 계심을 믿는다. 아직은 비틀비틀 자주 넘어져서 흙투성이가 될 때도 많지만 나도 하늘을 향해 외치고 싶다. “주님만이 나의 행복입니다.”
김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