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冒險)


15세기 말엽은 유럽 전체가 공포와 불안의 도가니에 휩싸여 있었다. 남부 유럽에 큰 지진과 30년이라는 긴 전쟁으로 인하여 전염병이 퍼져 수백만 명이 죽었다. 이러한 때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작가가 뉴렘버그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이는 독일 남부의 도시 뉴렘버그가 30년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전염병으로 죽어 가던 때의 실록이기도 하다. 그런데 책의 끝부분에 “틀림없이 세계는 끝나고 있다. 이 이상의 재화는 있을 수 없다. 몇 년 후에 종말이 올 것이다”라고 성경을 예증하고 역사적 사례를 들어가면서 앞으로 1년 안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했던 것이다.
그러자 이 책은 삽시간에 유럽 각지에 퍼져 모든 사람에게 절망과 공포를 안겨다 주었다. 이 책이 출간된 지 넉 달 후인 1492년 8월 4일, 스페인의 리스본 항구에서 작은 범선이 출발하여 대서양을 전진하며 나아갔다. 세상은 모두 지구의 종말이라고 말하며 종말과 공포에 싸여 있을 때, 지구의 저편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소망을 ≠?콜럼버스는 88명의 선원들과 함께 험난한 모험을 나섰던 것이다.
70일간의 항해 도중에 만난 바다와의 싸움은 접어두고서라도 선원들이 지루하고 맹목적인 항해에 불만을 표시하며 반란을 일으켰고, 급기야는 콜럼버스를 죽여 없애버리려고까지 했다. 이러한 악전고투 속에서 10월 7일에 바하마 열도에 도착했고, 10월 12일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던 것이었다.

뉴욕의 씽씽 감옥은 그야말로 악명 높은 감옥이다. 그런데 루이즈 로즈와 그의 부인 캐더린 로즈는 이 감옥을 자기 집 드나들듯이 하였다. 이들은 씽씽 감옥에서 인도주의의 개혁을 일으켜 미국 전역의 교도소에 일대 개혁을 일으킨 사람들이다. 이들은 감옥에서 빤히 보이는 집에서 살며 거의 매일 죄수와 함께 살았다. 그러다 보니 두 아들들도 험악한 죄수들과 함께 지내며 자랐다. 이들은 맹인 죄수들에게 점자를 가르치기 위해 점자를 배웠고, 농아인들을 위해 다시 수화를 배워 가르쳤다.
그런데 1937년 어느 날 캐더린 여사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입관식을 마치고 그녀의 시체가 운구되는 날이었다. 600명의 죄수들이 밖으로 나와 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 중에 몇몇은 교도소장을 찾아가 캐더린 여사가 베푼 헌신과 희생의 온정에 조금이나마 감사를 표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사정을 했다. 교도소장은 참으로 난감했다. 한 두 명도 아니고 이들 600여 명 모두를 외출시켰다가 조그마한 불상사라도 발생한다면 어떤 처벌이 내려질 것인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터였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이토록 위험하고도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을 해야 하느냐는 물음 앞에 도무지 결심이 서질 않았다.
그러나 소장은 결심을 했다. 사고가 나면 어떤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용기를 냈던 것이다. 교도소장은 죄수들에게 외출을 허락하면서 감독관도 붙이지 않고 악명 높은 죄수들에게 자유를 준 것이었다. 될 대로 되라는 포기가 아니라 대담한 용기로 모험을 시도한 것이다. 이는 미국에 교도소가 생긴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죄수들은 저마다 들꽃을 한 송이씩 꺾어 들고 800m나 되는 행렬을 이루면서 장례식에 참여했고, 단 한 명의 이탈자도 발생되지 않은 채 모두 귀환했다. 이것이야말로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사랑과 감사가 어울리면 사실상 감옥도 철창도 무의미해진다. 이러한 일은 희생이라는 밑거름이 있을 때 가능하고, 믿음이 하나님과 연결이 되어 있을 때 위력을 나타내는 법이다. 불신의 눈으로 볼 때 그것이 모험이지 믿음의 눈으로 볼 때에는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며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겠나.
송흥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