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남기고 간 자리



하늘의 뚜껑이 열리면 땅은 수문을 닫고

먹구름이 뒤덮으면 해님은 저편으로 숨는 곳에 일어난 일

비극일까

희극일까?



초라한 판자집 개천 불은 물에 실려 나가면

살며시 뜰 태양빛 비출 때는 남는 것 해맑은 웃음

슬픔일까

기쁨일까?



썰물 빠진 곳에 남은 흉물

기괴한 모양의 쓰레기 더미 그림들

구더기와 파리떼들 들끓는 곳에 악취도 풍겨나면

홍수에 젖은 집들

가난일까

부요일까?



쓰나미와 지진과 산불로 몸살을 앓는 지구촌

영원한 주의 처소 위해

땅에 심고 하늘에 거둘

씨뿌림일까

추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