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단과 구원의 원리


창세기 3장은 하와가 뱀의 유혹을 받아 선악과를 따먹고 아담에게도 주어 타락하는 장면이 나온다. 성경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사건을 안다. 성경일독을 결심했다가 실패하더라도 보통 창세기까지는 읽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본 이 장면을 그저 ‘믿음으로’라는 이름으로 별 의구심 없이 넘어간다. “왜 하나님은 생명나무와 더불어 선악나무를 만드셨을까? 왜 먹지 말라 하신 선악과나무를 가장 잘 보이고 자주 지나다니게 될 동산 중앙에 놓아두셨을까? 뱀이 하와를 유혹할 때 전지하신 하나님께서는 왜 보고만 계셨을까?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을 때 왜 막지 않으셨을까? 하와가 아담에게 줄 때도 왜 가만두셨을까?” 이것 중에 하나만 걸려도 인류가 타락하는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쉽게 통과할 수 없는 이 의문점들을 뒤로하고, 타락 과정은 마치 하나님이 아담의 범죄를 모르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가 선악倖?따먹을 것인가 말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의도적으로 내버려두신 것이다. 즉,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고 타락한 것은 하나님의 섭리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사디스트(가학 성향을 가진 이)가 아니시니 인간의 타락을 기뻐하거나 즐기시진 않았을 터, 분명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는 계획이 있으실 것이다. 이 해답을 시편 기자의 고백에서 찾을 수 있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시 119:71).
타락한 인간에게 고난이 찾아왔고 이 고난은 풀무불이 철을 제련하듯 우리를 연단하여 하나님의 율례에 걸림이 없는 하나님의 백성답게 변화시켜준다는 것이다.
즉 아담과 하와는 타락 이전에 순수한 영혼을 가진 존재로서 하나님이 베풀어주신 많은 은총들을 입었지만, 이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었기에 창조주 하나님, 세상의 주관자 하나님이 어떠한 분이신지 경험적으로 알지도 못했고, 그분의 은총을 찬양할 감사와 기쁨도 없었다. 마치 엄청난 부잣집에서 태어난 사람이 푼돈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듯이.
그러나 타락한 인간 아담과 하와는 종신토록 수고하며 땀을 흘려야 먹고 해산하는 큰 고통을 경험하고 자식들의 살인 사건을 경험하면서, 하나님 안에 거하며 그분의 은총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하나님 안에 있을 땐 몰랐는데 하나님과 단절되자, 이것이 얼마나 불행하고 저주스러운 삶인지 몸소 체득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아담과 하와는 진정으로 하나님을 찾고 감사도 제대로 하게 된 것이다. 이후 그들에게 다시 선악과 시험이 재현되었다면 결코 그것을 선택하지 않고 생명과를 선택하였을 것이다.
오늘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에 섞여 사는 우리에게 동일한 선악과 시험이 있다.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 좇아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 좇아 온 것이라”(요일2:16).
먹음직(육신의 정욕), 보암직(안목의 정욕),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운(이생의 자랑) 선악과(세상의 것). 세상 것에 마음 빼앗기고 즐기며 사는 모습이 곧 아담과 하와처럼 선악과를 따먹은 것이라는 의미다. 이 말씀대로라면 선악과 시험은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선악과 시험에서 넘어지지 않고 승리할 수 있을까?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롬5:3).
타락한 아담에게 소망은 다시 하나님과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의 소망도 천국 가는 것,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천국에서 영원히 그분과 사는 것이다. 이 소망을 이루는 방법은 환난 중에 인내하며 연단을 잘 받는 것이라고 로마서는 말씀한다. 즉 아담과 하와가 치른 선악과 시험은 그저 깨끗할 뿐인 인간을 당신 백성답게 만드시는 연단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다니엘서에서는 연단을 통해 무엇을 이루는지 보여준다. “많은 사람이 연단을 받아 스스로 정결케 하며 희게 할 것이나 악한 사람은 악을 행하리니 악한 자는 아무도 깨닫지 못하되 오직 지혜 있는 자는 깨달으리라”(단12:10).
이것으로 귀납법적 결론을 내리자면 연단 받아 정결케 된 사람, 하나님이 그 정도면 ‘되었다’ 하고 도장(인) 찍는 사람만이 천국 백성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결론은 그저 순수하기만 하지, 진정한 감사와 찬양을 하지 못하는 인형 같은 아담과 하와에게 타락의 길을 허락하셔서 연단 받는 환경 중에서 정결한 하나님 백성의 율례를 경험적으로 알게 하셨고, 이것은 아담의 모든 후손들에게 동일한 법칙으로 적용되어 우리 또한 연단을 통해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정결 수준’에 이르러야 진정한 천국 백성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믿음으로써 구원의 여정을 출발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도 예외 없이 연단의 과정을 통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까지 이르러야, 선악과 시험을 통과할 수 있게 되고 하나님과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