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


낯가림은 영아가 낯선 사람에 대해 불안을 나타내는 현상으로, 부모와의 애착이 형성되는 생후 5~6개월부터 시작됩니다. 생후 8~10개월에 절정에 이르고, 생후 15개월이 되면 점차 감소한다고 합니다.
제 조카도 생후 4개월이 조금 지나자 낯가림이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더욱 심해집니다. 낯선 사람은 얼굴도 보지 말고, 만지지도 말고, 아는 체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두 눈을 꼭 감고 자지러지게 울어 언니와 형부를 곤란하게 할 정도입니다.
부모는 자녀가 누구에게나 잘 가는 착하고 순한 아이로 자라길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일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낯가림은 아이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성인 낯가림은 대인관계에 큰 벽이 되고, 환경에 대한 낯가림은 적응력을 떨어뜨리며, 경계심이 나타납니다. 경계심에 대한 심신의 반응 또한 민감해집니다.
이는 성격이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처음 무슨 일을 시작할 때나 낯선 사람을 만날 때 기대도 되지만 그보다 불안과 긴장, 초조함이 더 앞섭니다. 심할 때는 숨이 가쁘기도 하고, 먹은 것이 체해 고생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낯가림은 두려움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적인 낯가림뿐만 아니라 영적인 낯가림도 있습니다. 하나님을 대하는 것이 두렵고 싫어지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은 최초의 사람 아담과 하와도 하나님 말씀에 불순종하고 선악과를 먹은 후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두려워 동산 나무 사이로 숨어버렸습니다. 성경에는 몇 군데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낯가림이 나옵니다. 가인도 아벨을 죽인 후 하나님을 뵈올 수 없는 심령이 되었고, 요나 선지자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 싫어 하나님의 낯을 피해 다시스로 도망간 것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영적 낯가림은 대부분 하나님께 범죄함으로 인한 것입니다.
왜 죄를 지으면 하나님을 향해 낯을 돌리게 될까요? 그것은 죄로 인해 어두워진 심령 가운데 하나님의 거룩하고 밝은 빛이 들어오는 것이 부담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어두움에 익숙해지면 빛이 들어오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빛이 들어오면 눈이 부셔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처럼 어두워져 버린 심령에 하나님의 빛이 들어오면 불편해집니다. 끝까지 그런 삶을 살면 스스로 빛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곳인 지옥으로 향하게 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처음 죄를 짓게 되면 너무나 두렵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눈치를 살피게 됩니다. 혹여나 징벌을 하시지 않을까 겁이 납니다. 그런데 하나님으로부터 반응이 없으면 계속 죄를 범하게 되고 가랑비에 옷이 젖어 들어가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죄에 깊이 빠져 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그러다보면 하나님의 간섭이 오히려 불편하고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죄로 인해 하나님의 낯을 피하는 영적 낯가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철저한 회개생활과 악습을 끊으려는 애씀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쉬고 있던 회개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성령님을 의지하면서 자유의지를 드리다보면, 내 안에 계신 성령님께서 회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그렇다고 회개기도만 해서는 안 됩니다. 누구나 그렇듯 말만하고 실천하지 않는 것을 하나님은 원하지 않으십니다. 말과 행동이 함께 변하길 원하십니다. 그렇게 할 때 내 안의 차있던 어두움이 점차 벗겨지고 그 안에 하나님의 밝은 빛이 내 안에 차면 하나님의 낯을 뵈옵는 것이 기대되고, 심령 가운데 영적 기쁨이 차오를 것입니다.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