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으로 악을 이기는 방법


악을 악으로 욕을 욕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복을 빌라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입었으니 이는 복을 유업으로 받게 하려 하심이라(벧전 3:9).

온 세계가 경제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에는 미국에서 큰 일이 생기든, 중동에서 전쟁이 나든 평범한 우리네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고 모르고 지나갔는데, 이제는 세계화로 말미암아 조금만 한 쪽이 충격을 받아도 그 여파가 세계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대환난 때 적그리스도가 잠시 통치하는 세계 정부가 들어서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단계일 것이다.
비록 경제가 어렵지만 여전히 즐길 걸 즐기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고, 하루 폐품 모아 하루 근근이 살아가시는 분들도 있다. 노숙자와 독거노인 분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도 후원이 끊겨 속속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사랑이 점차 식어지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생활의 양극화는 빛과 어둠을 따라 저절로 갈라서는 영적 세계의 원리를 보는듯하다. 그러다보니 점차 사람의 마음이 강퍅해져서 사기를 치고 한탕 크게 해서 유흥비를 마련하려는 절도, 일확천금을 꿈꾸며 로또를 구입하는 등 건전치 못한 기류가 만연해 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마음이 점차 강퍅해짐을 날로 실감한다.
몇 달 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밤 시간에 차를 몰고 귀가를 하다가 전철 공사 구간 철판 위에서 빗길에 미끄러지며 앞차를 추돌하게 되었다. 내려 확인해보니 내 차는 아무 이상이 없고 앞차 뒷 범퍼에 번호판 나사에 의한 손톱만한 작은 홈이 파였다. 차에는 어디를 놀러 가는지 밤 10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20대 초중반의 젊은 사람 넷이 타고 있었다. 3만원을 건네주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를 알려주고는 헤어졌다. 그 다음날에 소식이 없기에 그냥 끝났나보다 안심하고 있었는데 하루가 더 지나고 저녁 때 전화가 왔다.
새 차라서 범퍼를 바꿔야겠는데 30만원이 든다고, 보험처리해달라면서 대인배상도 함께 처리해달란다. 어디 아픈데 있냐고 물었더니‘그러시면 안 되지요’한다. 젊은 사람들이 하루가 지나면서 여기저기서 얘기를 들었나보다. 추돌사고는 일방적인 사고니까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맘대로 하라고 할까 하다가 알았다고, 다시 연락 주겠다고 하고 끊었다. 자동차보험 손해사정인에게 연락했더니 일방 사고의 경우 무조건 상대가 해달라는 대로 해줘야 한단다. 그렇지 않고 만약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더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그래서 한 사람당 25만원씩 100만원, 범퍼 교체비 27만원을 보험으로 처리해줬다.
내년에 보험료 얼마 올라가는 것보다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돈 벌고자 하는 세태에 너무나 마음이 안 좋았다. 며칠 동안 계속 생각났다. 괘씸한 생각도 들고 그 영혼들이 불쌍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차를 몬 10년 동안 내가 일방적인 피해자가 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 했나를 생각해보았다. 한번은 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승합차를 몰고 신학교를 가다가 신호대기 중 뒤따라오던 그랜저 승용차가 추돌을 한 적이 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타고 있었는데 대화를 하다가 멈춘 걸 보지 못했나보다. 내가 몰던 승합차는 뒷 범퍼가 찌그러졌고 뒤차는 보닛이 심하게 찌그러지고 연기가 풀풀 났다. 꽤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때는 뭐가 뭔지 모를 때니 연락처만 받아왔다. 카센터에서 견적 15만원을 불러서 전화했더니 무슨 고물차 범퍼가 15만원이나 하냐고 해서 카센터에 사정해서 10만원으로 낮추고 그 돈을 송금 받아 처리를 했다. 이후에도 몇 번 피해자가 되었지만 그때마다 가해자를 안심시키는 쪽으로 처리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억울한 경우를 당하고 나니까‘나름 빛을 따라 행했는데 제게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요’하는, 약간은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 하나님이 이런 말씀을 주셨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 12:21).
억울한 마음먹지 말란다. 하나님이 판단하시겠단다. “여호와께서 의로운 일을 행하시며 압박당하는 모든 자를 위하여 판단하시는도다”(시 103:6).

지하철이나 길에서, 교회에 찾아오셔서 도움을 청하는 분들을 내가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기꾼이든, 실제로는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든 상관하지 말고 네 할 바를 하라는 것이다.
말씀은 실천하라고 주신 것이지 읽고 마음으로만 즐거워하라고 주신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속 깊은 곳까지 성찰하시는 이가 우리 마음의 불편함, 억울함을 왜 모르시랴.
그렇다. 선으로 악을 이기는 비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말씀을 있는 그대로 믿고 순종하는 것, 이것이 선으로 악을 이기는 방법이다. 내게 선을 행할 능력은 없으나 주님께서 도와주시면 우리는 말씀대로 선을 행할 수 있다.

기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