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향한 여정


저의 과거를 돌아볼 때 인생 광야길 이리저리 헤매며, 바람과 같이 떠돌아다녔어야 할 운명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긍휼로 진리를 깨달아 헤매지 않고, 달려갈 수 있는 길을 찾게 해 주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제 인생의 내비게이션 되시는 예수님께서 남들 다 가는 길 가지 않게 하시고,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신항로를 개척해 놓으시고, 거대한 폭풍우 가운데 몰아세우시며 같이 가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가면 갈수록 가고 싶지도 않고 갈 필요도 없지 않는가 하는 연약한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한 번 가보자. 다시 한 번 가보자’ 하는 주님이 주시는 용기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게 됩니다.
천성을 향한 길이 멀어 보여도 성경에는 우리의 가는 길이 하룻밤을 유숙하는 행인과 같다고(렘14:8) 말씀하십니다. 서러워도 가야하고,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하고, 때로는 같이 가는 사람 하나 없어도 가야하는 외롭고 고독한 길입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길?거칠어집니다. 이젠 비포장도로에서 흙먼지 풀풀 날리며, 가지 않으면 안 되냐고 항의하며 걸어갑니다. 그러나 주님은 ‘이 길이 복된 길이다, 영생의 길이다’라고 말씀하시며, 어차피 가야 하는 길 기쁘게 가자며 길잡이가 되어 주십니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니,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 에게니라”(딤후 4:7-8).
우리 모두에겐 각자에게 꼭 맞는 달려갈 길이 예비 되어 있습니다. 그 길을 어떤 사람은 전속력으로 달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쉬엄쉬엄 걸어가고, 어떤 사람은 다른 길에서 헤매다가 다시 정점으로 돌아와 헐레벌떡 숨 몰아쉬며 달려갈 준비를 합니다. 가긴 가야하는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만 돌고 어영부영 허송세월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달려가기에 적합한 복장과 운동화를 신고 준비는 다 했는데, 출발은 못 하고 있지는 않은지…. 예수님이 물어 보시면 이제 출발할 거라고 하며 주저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그럴 땐 갑작스럽게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 라이벌 선수가 등장을 하면, 경쟁심이 발동되어 후다닥 튀어 나갑니다.
달리기 선수의 복장은 가벼울수록 좋겠지요. 정장을 입고 한복을 입고, 스키복을 입고 전력질주 하기엔 거치는 것이 많습니다. 신발도 구두 보다는 운동화가 좋습니다. 산뜻한 옷차림에 마음은 단단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며 갈 생각은 아예 처음부터 접어두는 게 좋습니다. 달려가는 속도를 비교하자면 로켓, 비행기, 기차, 자동차, 자전거, 스카이 콩콩 등. 그 때 그 때 영적인 상태에 따라 어떨 때는 비행기 타고 가는 것 같고, 느슨하게 갈 때는 자전거 타고 가는 것 같고, 상태가 안 좋을 땐 스카이 콩콩 타고 그 자리에서 제자리 뛰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가면 갈수록 길을 잘 안다는 자신감으로 발걸음이 당당할 줄 알았는데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예수님을 처음 믿고 이 길에 들어섰다는 기쁨과 감격으로 모든 것이 다 된 줄 알고, 그 길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며 가지도 않고 다 갔다고 하는 사람들에겐 천국에서 무슨 상급이 있겠습니까! 많이 왔다 싶어서 천성을 바라다보면 가까이 보여야 할 그곳이 내가 걸어온 거리만큼 더 멀게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고생과 수고로움으로 그려진 인생 도화지 들여다보니 손 때 묻은 그림, 자욱마다 주님이 손잡아 주신 솜씨 역력합니다.
내가 걸어온 거리만큼 하늘나라 나의 집은 더 아름다워지고 넓어질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우리가 걷는 이 길이 얼마나 복된 길인지요. 값없이 거저 주신 삶 아닌지요. 수도 없이 변질될 수 있었던 순간순간, 주님이 고비를 넘어가게 하시며 무너진 자리마다 새롭게 수축하여 주시고 바르게 붙잡아 주시지 않았던들, 갈 수도 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때론 건들건들 건성건성 걸어도 끝까지 걸어가야 하는 길입니다. 기왕이면 반듯하게 걷는다면 주님이 더 기뻐하시겠지요.
스스로 나를 버리실 수 없도록 고쳐나가시며 갖춰 주신 주님의 성실하심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습니다. 아픈 다리 싸매주시고 상처 난 곳 호호 불어주시며 길을 재촉하셨기에,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길이 어느 새 이만큼 와 있습니다.
‘가 보자! 해 보자!’ 오늘도 그렇게 주님은 순전한 마음을 부어 주십니다. 영생이요 생명에 이르게 하는 믿음의 경주. 오늘도 그 길을 아는 자마다 서로를 격려하고 북돋아 주며, 우리가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동반자가 되어야겠습니다.
가시밭길 삶이 순조롭지만은 않습니다. 겨우 겨우 가는 것 같고, 가슴마다 고통이 스며들어 달리기에는 힘이 없어 힘겹게 가는 것 같지만, 나와 동행하시는 우리 주님이 계시기에 쓸쓸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상 주시는 주님의 보상과 빛의 말씀이 다시금 전속력으로 달리는 꿈을 그리게 합니다.
가야합니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우리의 삶 통째가 복 받은 삶입니다. 우리에게 생명 주시고자 주신 고귀한 길에서 부르심에 합당한 거룩한 열매 맺으며, 그 날 주님 앞에 생명의 면류관 드리며, 영광 돌릴 복된 그 날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다시금 발걸음 재촉합니다.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