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어 없어지기 전에 닳아 없어지도록

요즘 신문을 보면 우울해진다. 강호순이라는 싸이코 패스를 가진 사람의 출현으로 우리사회가 한 동안 끔찍했는데, 실직자와 생계가 어려운 이웃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저소득층의 생계비 지원을 위한 복지예산을 일선 공무원들이 횡령하였고, 박연차(태광실업 회장) 게이트까지 이래저래 뉴스를 접하는 우리의 마음은 우울하다. 뭔가 가슴이 뛰고 피가 끓는 인생을 살고 싶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보물을 썩히지 말라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몰입하거나 열심히 충성할 때 삶의 보람과 의미, 기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별로 할 일도 없고, 뭘 해봐도 시원치 않으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이런 삶을 누가 원하겠나?
주님께서 ‘보물을 땅에 쌓아두지 말고 하늘에 쌓아두라’(마6:20)고 하셨다. 땅에 보물을 쌓아두면 좀과 동록이 해하고 도적이 구멍을 뚫고 훔쳐가기 때문이다(마6:19). 이 땅에서 나와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려고, 나중에 쓸려고 쌓아두었는데, 좀과 동록이 해하고 도적이 훔쳐갔다. 부지런히 지혜롭게 활용해야 되는데 쌓아두니까 썩히게 되는 것이다.
어떤 분은 ‘물질을 가장 열등하게 사용하는 것이 썩히는 것’이라고 하였다. 물질을 최하의 에너지로 만드는 것을 썩히는 것이라 했다. 우리의 온 마음을 빼앗고 있는 그 보물을 땅에 쌓아두는 것이 바로 썩히는 것이다.
썩히게 되면 나중에 후회하기 마련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렇게 자신의 인생을 썩혀서는 안 된다. 보물이 있는 곳에 내 마음이 있다고 했다. 우리의 마음을 세상에 두고 살다보면, 하나님께 온전히 헌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하나님, 지금은 안 돼요. 좀 더 있다가 할게요. 저는 아직 젊어요. 아직은 아니에요.” 그러다가 결국 좋은 세월 다 보내고 늙고 병들게 되는 것이다. 즉 썩히게 되는 것이다.
조지 휫필드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녹슬어 없어지기보다는 닳아서 없어지기를 원한다.” 결코 썩히는 인생을 살지 않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아니 그리스도인 모두가 그러고 싶을 것이다. 내 마음을 온전히 주님께 드리고 싶다. 내 속에 잠재된 에너지에 불을 붙여 활활 타오르고 싶은 갈망,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성령으로 폭발하라
많은 사람들이 물질을 모으려고만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에너지로 만드는 법을 아는 것이다. 그 물질에 불을 붙이고 폭발시키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땔감에 처음 불을 붙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인생에 성령의 불을 붙이고, 하나님께 헌신하여 강력한 성령의 폭발을 일으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물질은 잠재된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 나무를 태우면 불이 타오르고 열기가 생긴다. 그 에너지로 밥을 지어 먹으면 그 에너지로 활동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론적이지만 모든 물질은 핵분열 시키면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하신다면 능치 못 할 일이 없고, 핵분열 시키지 못할 물질은 없을 것이다.
우리 속에는 바로 이런 잠재적인 에너지가 있다. 우리 자신을 불태우면 엄청난 에너지가 나온다. 나 자신을 제대로 폭발시키기만 하면 시대를 변화시키고, 나라와 민족을 변화시킬 수 있는 놀라운 에너지가 나온다. 교회사에서 이렇게 자신을 폭발시켜 한 시대를 바꾼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을 믿음의 선진, 성화된 성도들이라고 한다. 그들의 보물은 오직 예수님뿐이었다. 주님께 온전히 마음을 두었기에, 성령은 그들을 통해 핵폭발 하였고, 세상을 변화시키도록 역사하셨다. 12세기 유럽교회는 사치, 향락, 방탕에 젖어 사제나 성도들이 대부분 먹고 마시며 쾌락을 즐기느라 인생을 썩히고 있었다. 자연히 교회는 무기력했다. 썩히는 인생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오 주여 나의 전부여
그런데 주님은 부유한 포목상의 아들 프랜시스를 주목하셨다. 그도 세상에 마음을 두고 살았던 전형적인 젊은이였다. 친구들과 어울려 밤새도록 술 마시고 노래하며 방탕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한 때 용감한 기사가 되어 세상의 명예를 얻고자 전쟁에 나갔다. 하지만 도중에 “너는 주인에게 기대를 걸고 있느냐, 아니면 종에게 기대를 걸고 있느냐? 어찌하여 종의 기사가 되려고 하느냐?”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돌이키게 되었다. 그리고 동굴 속에서 눈물로 한없이 자신의 어리석음을 애태우며 기도하였다. “오 주여, 나의 전부여!” 그는 점점 더 예수님께 몰입되어 갔다. 그가 출가(出家)하던 날, 마침내 주님은 그에게 거룩한 아버지의 아들이 되는 길을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그에게 강력한 성령을 부어주셨다. 성령은 마치 핵분열 하듯이 폭발하여 프랜시스는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게 된다. 그를 통해 예수님의 청빈과 순결, 순종이라는 복음삼덕의 에너지가 온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 폭발에 영향을 받은 수많은 유럽의 젊은이들이 그에게 모여들었다. 프랜시스는 그들과 함께 ‘작은 형제회’라는 탁발수도회를 만들었다. 작은 형제들이 가는 곳마다 강력한 성령의 에너지가 폭발했다. 사람들은 단순하고 소박한 그들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자기의 보물을 땅에 쌓는 인생 즉 썩히는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악습을 끊고 예수님을 본받아 새사람이 되려는 변화의 역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치와 방탕과 향락은 사라지고, 절제와 경건의 트랜드, 새로운 물결이 급속히 일어났다.
프랜시스는 살아있는 그리스도의 화신이었다. 그는 온 맘 다해 주님을 사랑하고 그분을 닮고자 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고 폭발하여 한줌의 재가 되고자 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을 발가벗겨 땅위에 그냥 눕히고 그 위에 재와 먼지를 뿌려달라고 했다. 오직 하나님을 위하여 자신의 위신, 체면, 자존심도 다 태워버렸던 것이다. 그는 비록 아내도 자식도 집도 없었으나, 기쁨이 충만하여 태양을 형님, 달을 누님이라 부르며 기쁨의 노래를 불렀다. 그의 몸에 거룩한 주님의 오상이 새겨져 고통이 극심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미소를 잃지 않았다.
세상은 오늘도 부조리의 썩은 악취를 풍기며 우리의 오장육부를 뒤집는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땅에 보물을 쌓으며 썩히는 인생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하늘에 보물을 쌓아 성령의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있는가? 무엇이 그대의 가슴을 뛰게 하고, 피를 끓게 하는가? 이 밤이 새도록 그리운 이의 이름을 보고 싶다. “오 주여, 나의 전부여!”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