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부엉이 울음 젖은 골짜기에
낮게 내린 뿌리 위로
피어난 흰 머리칼의 사연은
몸 사려 짊어진 냉기 어린 뒷짐

굽이굽이 살아온 생떼 같은 목숨
오늘도 굽은 몸 짧은 지팡이 의지하여
응시된 좁은 골짜기를 따라
쉬엄쉬엄 걸음 내 딛는다.

하나님마저 숨어버린 듯한
고요를 따라 흐르는 짙은 어두밤
삭풍이 부는 골짜기에
마음에 한 가닥 위로가 없어
난 떨며 기우뚱 거린다.

그러나, 힘써 내 갈 길 다간 후
나 거기 볕바른 푸른 언덕에서
반가운 이 만나
휘어진 허리 펴고
할렐루야, 좋을시고, 춤추며
천 만가지 이야기로
새로운 은혜의 꽃피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