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하나님께 이끌리어


지난날을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순간순간 인도해 오셨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히브리서의 말씀을 통하여 영적 진보를 사모하게 하셨고(히6:3), 그 말씀을 힘입어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신학교 채플 예배 중 “너 하나님께 이끌리어”라는 찬양을 부르면서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코끝이 찡하여 눈물이 고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되었는데, 하던 일을 억지로 중단하고 하나님께 이끌리어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이해되지 않아 “주님, 주님만을 위해 살고 싶지만 정말 어려워요”하면서 울부짖을 때도 있었습니다.
불신자인 남편과의 갈등 속에서 믿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게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모든 경제권을 남편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내가 일해서 헌금도 하고 사랑실천도 하면서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일하는 것을 어느 기간 동안만 허락해 주셨고, 신학교로 인도하시면서부터는 전적으로 하나님만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신학교에서 말씀을 배우는 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은 더욱 극심해졌습니다. 학비를 준비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힘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일을 하고 싶었지만 하나님은 아예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게 간섭을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신학교 4년 동안 철저히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훈련을 시키셨습니다. 그러면서 그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내려놓게 하시고 소유를 버리게 하셨습니다.
더구나 가톨릭에서 신앙생활을 해온 제가 개신교 신학교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성격상 수줍음도 많고, 개신교의 강의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강의시간이 왠지 부담스러웠습니다. “내가 이 나이에 꼭 신학을 해야만 하나?”라는 갈등 속에 있었고, 분위기도 다르고 성경도 보기가 어렵고 모든 것이 힘겨웠습니다. 마치 다른 나라에서 온 이방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신학교 강의를 들으면서 점차적으로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자라온 환경과 성격이 달라도 진리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는 동안 신앙의 목표점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성령의 도움을 받아 믿음으로 연단을 받아 정결케 되어 익은 열매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몇 십 년 간 신앙생활을 하면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의문이 시원스럽게 뚫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남편의 핍박과 경제적인 어려움과 여러 가지 환경과 사람들과의 부딪힘 등 이런 연단을 통해 내가 영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난과 고난은 저주가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였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아픔과 고통을 통하여 연단하신 하나님의 깊으신 사랑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도 바울의 눈에서 비늘이 벗겨지듯 영혼의 어둠이 벗겨지는 듯 시원했고, 몇 십 년의 체증이 내려가는 듯 하였습니다. 남편은 나를 연단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도구였음을 알게 되었고, “나로 인하여 남편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구나. 나의 모난 부분을 깎으시느라고 이러한 환경을 허락하셨구나”라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한 남편에게 인내와 사랑과 겸손으로 대하지 못한 것을 돌아보면서 믿음 안에서 사랑으로 섬겨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간동안 어려움과 갈등도 있었지만, 매주 신학교 수업이 있는 월, 화요일이 기다려졌습니다. 신학공부를 하면서 더 빛 된 말씀으로 무장하여 순간순간 철저한 회개생활을 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충실하게 믿음의 경주를 하면서 주님의 길을 따르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어났고, 삶을 온전히 주님께 드리고 싶었습니다. 참으로 좋으시고 자비로우신 주님은 사람과 물질의 위로가 아닌 말씀을 통하여 아프고 상한 마음을 치료해 가셨습니다. 나 같은 죄인을 신학교까지 부르셔서 밝은 빛의 진리의 말씀을 듣게 하시고,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어느 교수님의 “여러분은 사랑을 받을 만큼 받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베풀고 나누십시오.”라는 말씀이 마음 깊이 다가옵니다. ‘그렇구나. 이제는 절제의 삶을 통하여 나누는 삶을 살아야겠구나.’ 결단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생소한 개신교의 환경을 탓하며 가정형편을 탓하며 자신을 탓하며 주위를 돌아보지 못한 저의 이기적인 모습이 학우들과 그리고 하나님께 죄송스러웠습니다. 다른 환경,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고, 그 안에서 사랑을 배워갔습니다. 사랑은 나를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하여 주위에 저보다 더 아파하는 영혼이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제 안에 있는 죄와 허물, 즉 애정과 욕망과 싸우며 지치고 지겹고 힘겨울 때도 많았습니다. 저 자신에게 실망하여 고열과 몸살로 아프기까지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내 모습 이대로 주님께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여전히 부족함 투성이지만, 점진적으로 정결케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바라보며 나아가렵니다. 아직도 밝은 빛 되신 주님 앞에 빼내야 할 거품들이 너무나 많지만, 지쳐 쓰러져도 또 다시 일어납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나를 빚어 가시는 분은 주님이시기에 순간순간 삶을 맡기며 나아갑니다. 폭풍우와 흑암 속에서 나의 손을 꼭 잡고 계시는 분이 곁에 계시기에 다시 믿음의 길을 나가렵니다.
김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