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이 된 캄보디아


그리스도인이 된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주역

“내가 1만 2천명을 학살한 장본인입니다. 희생자들에게 저의 죄를 참회합니다.”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주역이 기독교인이 된 뒤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과거 캄보디아 공산군 크메르루즈의 간부로 활동한 카잉 궉 이압(67)이 최근 프놈펜의 킬링필드 특별법정에서 대학살의 책임을 인정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기소된 5명의 크메르루즈 간부 중 자신의 죄를 자백한 사람은 카잉 뿐이었다.
다른 피고인들이 크메르루즈 정권의 사회주의 성취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정당화하였다. 그러나 유독 카잉 혼자 자신의 죄를 인정한 것은 그의 기독교 신앙 때문이었다.
카잉은 대학생이던 22살 때 ‘모택동어록’을 읽고 크메르루즈에 가입했다. 졸업 후 한때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1965년 가족을 떠나 크메르루즈 지하운동에 뛰어 들었다. 그는 공작과 고문을 자행했다. 75년 크메르루즈가 집권한 뒤 비밀경찰을 관장하면서 수도 프놈펜에 S-21이라 불리는 교도소를 세우고 ‘반동분자’들을 고문했다. 그는 크메르루즈 중앙위원 중 제일 나이가 어리지만 가장 잔혹한 인물로 악명을 떨쳤다. S-21에서만 최소한 1만2000명이 고문당했고 대부분 킬링필드라 불린 강제수용소로 보내져 죽임을 당했다. 79년 크메르루즈 정권이 무너지자 그는 시골로 피신했다.
그는 ‘항핀’이란 가명으로 시골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은신했다. 그러다가 92년 프쾀지역에서 이웃 농부를 따라 동네 교회에 출석했다가 그곳에서 예수님을 영접하는 은혜를 받았다. 그는 은혜가 충만하여 학생과 교사들에게 열렬히 전도하다가 아예 학교 옆에 교회를 개척했다. 그의 장녀인 키시에프킴은 “아버지가 매일 밤 우리와 함께 기도를 했고, 주일마다 온 가족 앞에서 성경을 읽었다”고 회상했다.
99년 한 기자가 그를 찾아와 물었다. “당신이 S-21 교도소장 아니냐?” 그리스도인이 된 그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즉시 군부에 체포됐다. 재판은 계속 연기되었고, 2007년 유엔의 지원으로 킬링필드 수사가 시작됐다. 크메르루즈의 옛 동지들은 모든 책임을 98년 사망한 폴 포트 탓으로 돌렸다.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때 카잉은 앞장서 동료의 필적을 감정하고 관련 서류를 찾아냈다. 비록 옛 동지를 고발하는 일이었지만, 그것만이 희생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속죄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었다.
지난 3월 31일 그가 마침내 재판정에 섰다. 그가 등장하자 청중의 비난과 야유가 쏟아졌다. 야윈 손으로 책상을 짚고 일어선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S-21에서 벌어진 모든 일, 특히 고문과 살인은 모두 저의 책임입니다.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희생자들에게 용서를 빌고 싶습니다. 킬링필드는 폴 포트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중앙위원회에 있던 우리 모두가 그 결정에 동참했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자신을 위해 십자가에 달려 피 흘리며 고난을 당하신 예수님의 은혜가 아니면 어떻게 잔인무도한 그가 자신의 죄를 순순히 자복하겠는가. 그도 다른 동료들처럼 오리발 내밀며 어쩔 수 없었다느니, 폴 포트가 했지 나는 모른다고 회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열렬한 공산주의자가 아닌 철저히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과거 카잉과 함께 중앙위원으로 있었던 그의 동지들이 모르쇠로 일관하였듯이, 인간은 그 얼마나 자기 합리화에 능한 존재인가. 마음은 찔리기도 하겠지만 밖으로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 그 시절에는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시대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자기 합리화시키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카잉 속에 임하신 성령께서 그의 잠든 양심을 깨우시고 죄를 인정하여 정당한 심판을 받도록 역사하셨다. 하나님의 빛이 비춰져야만 죄와 어둠을 처절하게 깨닫고 진정으로 뉘우치게 된다.
그러므로 연약한 우리는 주님의 은혜를 구해야 할 줄 믿는다. 주님은 아무리 큰 죄를 범했다 할지라도 진심으로 회개하면 다 용서하시고 새롭게 하신다. 자비하신 주님은 정죄하기 보다는 용서하시고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우리도 그런 주님의 은혜를 믿고 나아가자. 예수님은 S-21의 가장 잔혹한 고문, 살인마 카잉을 위해서도 진한 피를 흘리셨다. 주님의 보혈은 그의 엄청난 죄를 눈과 같이 깨끗하게 씻고도 남는다. 그를 용서한 주님은 천국에서 그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용서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5월에는 회개와 용서와 사랑으로 우리의 가정과 교회가 새롭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