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을 토해내는 회개로 마음을 찢자


 금권선거 논란과 고소, 고발의 난무, 폭행, 목회자 성윤리 등 최근 한국교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인해 교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회개한다고 하지만 과연 한국교회 이대로 좋은가?

이구동성으로

지난 4. 8 한국복음주의협의회에 소속된 200여명의 목회자들이 서울 신촌성결교회에서 기도회 및 발표회를 가졌다.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탓하거나 지적하기에 앞서 모두 자기 스스로를 돌아볼 때입니다.” 목회자들의 말에는 결연함이 묻어나왔다.

“지금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지 못한 것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교회 성장이 둔화되고 심지어 사회의 지탄까지 잇따르는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새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는 길은 오직 회개와 갱신에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교회와 목회자는 철저하게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면서 세상 이념과 사상, 정치를 초월해 화해의 주역이 돼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교회와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회개의 베옷을 입고 엎드려 주님께 불쌍히 여겨주시기를 간구해야 한다. 지금은 종교개혁을 단행하는 심정으로 지도자들부터 뼈를 깎는 자성의 몸부림을 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교회를 사유화하려는 두려운 모습들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모두 하나님 앞에서 발가벗겨진 심정으로 자기 부정의 고백을 소리 높여 외칠 때 새롭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지난 4. 15. 29개 장로교단 연합체인 한국장로교총연합회가 설립 100주년 준비를 위한 목사, 장로 연합기도회를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개최했다. 120여년 역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한 한국교회의 목회자와 장로들의 마음은 하나였다. “주님처럼 자기 부인의 십자가를 지지 못했습니다. 한국교회의 추락은 이 사회의 정죄가 아닌 우리의 죄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한국교회와 우리 목사, 장로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용서하소서.”

세속주의, 물질주의, 인본주의라는 누룩에 찌들고, 죄와 허물로 더럽혀진 교회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을 절감하면서 한 목소리가 되었다.

2000여 목사와 장로는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세상의 조롱거리로 만든 죄를 어찌할 것인가. 예수님이 십자가 대속의 제물이 되셨듯이 목사와 장로들이 자기 십자가를 지고 교회의 제물이 돼야 한다.”고 했다.

변화의 시작은

최근 일련의 사태는 한국교회가 성장 일변도에서 물질과 권세, 정욕을 우상 숭배하는 등 만연된 영적 황폐화가 근본 원인일 것이다. 세계 기독교 역사를 보면 기독교가 박해를 당했을 때 그 생명력이 왕성했던 반면에, 편안해졌을 때 교회와 교인의 숫자는 급속히 늘어났지만, 오히려 교권과 타협해 타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교회도 이제 성장 위주가 아니라 회개와 영적 각성으로 다시 살아나야 한다. 성령과 환난의 바람만이 회개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하나님께서 지금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사랑의 채찍을 때리고 계시다. 이번 기회로 목회자들부터 말로만 아닌 온몸으로 돌이키는 진정한 회개를 해야 한다. 예수님을 본받아 선한 목자가 되려는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

강순명 목사님은 일제강점기 전남 나주 남평읍교회에서 시무했고, 해방 직후에는 서울 용산에서 적산가옥을 얻어 ‘연경원’이라는 신학교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악한 이들의 모함으로 실패했다. 한 때는 전남 광주 YMCA 안에서 ‘독신전도단’을 조직하여 청년들을 훈련시켜 어려운 농촌교회를 살리는데 매진하기도 했다. 이 일이 잘 되어 죽어가던 농촌교회들이 회복되어갔지만, 안타깝게도 목회자들의 시기로 노회에서 목사직을 박탈당하고 이단으로 정죄되기도 했다.

그는 철저히 예수님을 본받아 성경대로 살아보려고 했다. 길을 가다가 헐벗은 거지를 만나면 자기가 입던 양복저고리를 벗어주기를 자주 했다. 추운 겨울에는 다리 밑에 찾아가 불쌍한 거지 고아들을 안고 밤을 새우며, “내 아이들아, 내가 너희와 함께 살아야 하는데 이러고 있구나!” 탄식하며 함께 자고, 이튿날 아침 집에 돌아오면, 아내는 남편의 몸에서 냄새가 나고 이가 옮는다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어떤 날은 아내가 외출하고 없는 사이에 여자 거지가 구걸하니, 딱히 줄 것이 없자 옷장을 뒤져 아내가 아끼는 세루치마를 꺼내 주면서 빨리 가라고 했다. 어리둥절해서 치마를 들고 대문 밖으로 나가던 거지는 공교롭게도 집으로 돌아오던 부인과 마주쳤다. 결국 남편이 한 짓임을 안 아내는 크게 노하여 싸움을 걸었지만, 그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죽은 듯 누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1939-1942년 그는 5-6명의 청년들과 함께 ‘칼 갈이대’를 조직하여 전국으로 다니며 자비량 구제와 전도순례를 하였다. 칼을 갈아 번 돈으로 구제하고 전도하면서 거리 청소도 하고 남의 집 변소도 치워주며 다녔다.

말년에는 서울 신촌에서 제자들과 함께 똥통 인부가 되어 자신은 남보다 더 큰 똥통을 메고 다니며, “똥 퍼요! 똥 퍼요!” 하면서 얼마씩 모은 돈으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구제하였다. 그러다 평소에 몸이 약한 목사님은 병이 들어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임종을 지키며 울고 있는 딸을 보면서 “나를 위해 울지 말고 너를 위해 울라”면서 눈을 감았다.

청빈하게 사셨던 예수님을 본받아 지극히 낮은 자리에서 섬기고자 했던 강순명 목사님. 그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잘 믿지 못하는 이유는 신학교와 박사 학위 그리고 가정 때문”이라 했다.

오늘날 신학교에서 잡다한 신학 지식으로 박사 학위는 많으나 예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목회자들이 가정에 매여 더 이상 영적 진보를 이루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자들을 돌로 치는 자여!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 모음 같이 내가 네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 번이냐. 그러나 너희가 원치 아니하였도다. 보라 너희 집이 황폐하여 버린바 되리라”(마23:37-38).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셨던 예수님은 한국교회를 향해 또한 피눈물을 흘리실 것이다. 지금 배부른 한국교회는 오열을 토해내는 회개로 마음을 찢어야 한다. 돈과 이성과 권력에 정절을 판 강퍅한 심령이 녹아내려야만 새롭게 될 것이다.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