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님 어디 계세요?

얼마 전, 1박 2일의 탁발전도여행을 다녀왔다. 탁발이란 ‘다른 사람에게 주발을 의탁한다.’ 한 마디로 빌어먹는다는 뜻이다. 규칙은 돈이나 음식을 가져갈 수 없으며, 전혀 안면이 없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사정하여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자기를 부인하는 영적인 훈련을 위해 하는 것이다.

이동할 수 있는 차를 얻어 타고 충남 대천 무창포까지 갔다가 다시 경기도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모두 동참해야 하는 연중행사이기에,  나로서는 낯설고 두려운 여행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조는 3명이 한 팀이 되었다. 원래는 두 명씩 가는데, 초보가 두 명이나 되다보니 경험이 있으신 분이 함께 가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을 이런 때 쓰는 것이 아닐까?

첫 관문은 차를 잡아서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었다. 거룩한 성자의 발자취가 있는 장소를 몇 군데 돌아보고 난 후 밤에는 무창포로 가서 자야 했다. 순조롭게도 대천까지 두세 번 정도 차를 얻어 타고서 갈 수 있었다. 대천에 도착하여 여러 곳을 순례했다. 인심 좋고 마음이 넉넉한 권사님을 만나 점심식사도 해결했다. 이제 첫날의 일정을 보내고 무창포로 가는 차만 잘 만나면,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차가 잘 잡히지 않았다. 다시 장소를 옮겨 무창포까지 가는 버스를 얻어 타기로 결정했다. 1시간 정도 버스를 기다려 자초지종을 얘기했지만, 버스기사님은 무임승차는 안 된다고 하시며 냉정한 표정을 지으셨다. 몇 번 부탁했지만 결국 탈 수 없었다. 몸은 지칠 대로 지치고 한 가닥 희망이었던 버스도 못 타게 되니, 마음속에 불평이라는 낯익은 친구가 투덜대며 말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게 아니었어. 어두워지기 전에 차를 얻어 타야 했는데… 이제 어떻게 가지?” 버스를 포기하고 일반차량을 얻어 타기 위해 장소를 옮기면서, 작은 소망의 기도를 주님께 드릴 수밖에 없었다. “주님, 우리를 도와주실 천사가 어디에 계신 거죠? 빨리 만나게 해주세요. 안전하게 우리를 인도해주세요.”

차를 잡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봉고차 한대가 보였다. 젊은 부부가 타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태워주시기를 부탁드리니, 그곳에서 가까운 마트에 간다고 하셨다. 포기하고 다른 차를 잡으려는데 부인되시는 분이 다시 창문을 여시더니, 타라고 하는 것이었다. 감사하게도 목적지를 물어보시고, 그곳까지 태워준다는 것이다. 안도의 숨을 돌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수님을 믿는 분들이었다. 세상이 험해서 처음에는 안 태워줄려고 했는데, 안쓰럽게 보여서 태워주셨다는 것이다.

오늘 차를 태워주시고 식사를 대접해주신 고마운 분들에게 어려워서 말도 거의 못했는데 “우리가 천사를 만났네요. 매우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멋쩍은 듯이 아니라고 하시는데, 미소 속에 선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무창포에 도착해서 교회까지 걸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감사와 감격의 기도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오늘 함께 해준 동료들도 고맙고, 천사를 만나게 하셔서 안전하게 이곳까지 인도해주신 하나님께도 무척 감사했다.

하나님은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불완전한 인간에게 천사를 선물로 보내주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는 물론이고, 내 주변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 가까운 지인들이 내가 손 내밀 때 잡아줄 수 있는 천사들이 아닌가! 그러나 궁극적으로 나 자신이 이웃의 천사가 되어주는 그것이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예수님께서는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다. 그렇기에 아낌없는 헌신과 봉사로서, 이웃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선물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도 하다. 지금 주변에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는 없는가, 절망 속에서 울고 있는 이가 없는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의 날갯짓을 하며, 아파하는 심령에게 찾아가 성심성의껏 도와주고 보듬어주는 착한 천사가 되어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당신의 천사가 되어 드릴게요.”라고 고백하는 삶이되기를 기도해본다.

허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