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길


제 마음 속엔 걷고 싶은 두 개의 길이 새겨져 있습니다. 하나는 황순원의 “소나기”나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같은 글을 쓰고 싶은 이웃을 향한 길이요, 다른 하나는 그냥 배낭 하나만을 맨 채 “센디에고의 길” 같은 고독의 길을 걷고 싶은 하나님을 향한 길입니다.
무엇이든지 순수한 것이면 그 첫 번째 길가에 놓고 싶습니다. 맑은 시냇물, 작은 풀꽃, 흰 구름과 푸른 하늘, 밤하늘의 투명한 별빛, 맑게 씻긴 하얀 조약돌, 깨끗한 사랑과 희생….
두 번째 길에는 거룩한 것에 대한 그리움과 뜨거운 사랑에 대한 갈망이 배어 있습니다. 모든 순례자들의 꿈인 야고보 사도의 스페인전도 길인 “까미노”는 1000km 정도 되는 도보 순례길입니다.
일상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오직 주님의 거룩한 사랑만을 묵상하면서 걷는 침묵의 길, 그 위로 그동안 집착하고 묶였던 애욕의 짐들을 던져버립니다. 간혹 누군가를 만난다면 “이 절절한 주님의 사랑”을 아시냐고 묻습니다. 당신도 사랑의 합일을 꿈 꾸냐고 꿈꾸듯 말해 봅니다.
순수에 대한 동경은 어쩌면 불순의 증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길이 있어 좋습니다. 순례에 대한 동경이 때론 이기적인 듯해도 사랑을 향한 것이기에 행복합니다. 고독해지지 않으면 십자가의 아픔을 바라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 날 예수님 밑에는 고독한 한 제자와 여인들이 있었습니다. 순결로 빛나는 요한과 고통의 어머니와 사랑의 여인인 막달라 마리아였습니다. 떨어지는 핏방울과 주님의 헐떡거림은 그들의 마음속에 깊은 길을 내었습니다. 그 길은 일생토록 그들이 걷는 길이 되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그 길을 마음껏 걷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제가 아는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그 길 끝에서 사랑하는 주님을 뵈올 거라는 것입니다. 순결의 길을 걸어서, 고독의 길을 걸어서 사랑하는 주님의 품에 안길 것입니다. 그리고는 “너, 저 사람들보다도 나를 더 사랑하느냐?”는 물음에 부끄러움과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며 답변할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주님이시어, 제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시나이다.”라고.
누군가에건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길이 있습니다. 넓은 길이던 좁은 길이던, 편한 길이던 고통의 길이던…. 일탈을 꿈꾸며 그리는 여행길이던, 스케줄이 빡빡한 성공의 길이던. 그 길 끝에서 우리는 주님을 만날 것입니다. 그 때 우리는 주님이 원하시는 답변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아, 어서 어서 그 분을 뵙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드신 그 분을, 죄악에서 해방되는 완전한 자유를 주시는 그 분을, 고독 속에서의 성숙을 주시고, 사랑의 합일에 이르게 하시는 사랑의 주님을 어서 뵙고 싶습니다.
박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