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들리는 전원교향곡

이제 곧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동백, 버들강아지,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제비꽃… 긴 겨울 추위를 견디고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들은 어느 것 하나 대견치 않은 것이 없다.

오늘은 구름이 가득 하늘을 덮어도 내일은 구름 뒤에 숨었던 찬란한 태양 빛이 비추는 것이다. 밝은 햇살과 봄꽃의 무대에 서면 내겐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이 들려온다. 그리고 빛이 더 강렬해질 때쯤엔 장엄한 “합창교향곡”의 선율로 인해 전율이 인다. 그 곡들의 신비로움은 절망으로부터이다.

베토벤은 26세부터 귓병을 앓기 시작하여 30대초엔 청각을 잃는다. 설상가상으로 장질환으로 인해 그는 평생 만성설사에 시달린다. 그리고 더 비참한 것은 월광곡을 바치며 사랑을 고백했던 여인에게서의 실연이다. 결국 그는 의사에게 마지막 불치의 통고를 받고 조용한 시골에서 동생들에게 작별을 알리는 유서를 쓰고 자살하려고 결심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총 속에 음악을 통하여 인류에 봉사하겠다는 믿음으로 결국 다시 일어선다. “나는 지금까지의 내 곡에 만족할 수 없다. 오늘부터는 전혀 새로운 길을 열어갈 생각이다.” 그리고 완전한 상실 이후, “합창교향곡”을 작곡하면서는 그는 정말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된다. “이제 이 음악으로 인해 세상이 바뀔 것이다!”는 불굴의 신념은 최고의 명작인 “할렐루야” 대합창을 하나님께로부터 받게 한다. 완전한 적막 속에 완전한 화음이 피어난 것이다.

봄에 피는 꽃들은 다 이와 같다. 동토를 뚫고 새싹이 돋고, 죽은 줄 알았던 언 가지 끝에서 탄성이 터진다. 생명의 신비는 태양 빛에 있지만, 감동은 차디찬 겨울 속 침묵에 있다.

빛은 어둠과 추위를 견디며 참고 참은 만물 위에 뿌려지며 경이로운 새 삶을 탄생시킨다. 그러므로 땅 속 굼벵이의 7년은 아깝지 않다. 진주를 품어 입을 다문 조개의 아픈 세월도 한 많은 세월이 아니다. 바이올린의 최고의 공명은 고산의 수목한계선에서 수백년을 견딘 나무에서 시작된다. 천년을 견딘 백향목이 하나님 성전 기둥이 되고, 광야의 뒤틀리도록 참은 싯딤나무가 하나님 말씀을 담는 법궤의 재료가 된다.

봄은 이것을 보는 경이로움이 가득하다. 어디를 보아도 신비가 아닌 것이 없다. 빛이 닿는 곳마다 움이 돋고 싹이 튼다. 영혼에도 “생명의 말씀”이 들리기 시작하면 양심의 등불이 켜지고, “생명의 빛”이 닿는 곳마다 옛사람이 벗어지고 새사람이 된다. 주님의 “생명”이 영속에 거하면 “생명의 능력”이 나타나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이 되고, 죄와 사망의 법으로부터 해방되어 세속 그 어떤 것에도 매이지 않는 참 자유의 사람이 된다. 그러기에 주님 때문에 견디고 참는 자는 복되다.

가장 춥고 혹독했던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다. 전원교향곡이 펼쳐진다. 빛의 날갯짓이 시작된다. 싹이 터진다. “생명”의 꽃이 핀다.

박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