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하시는 하나님

지난 24개월을 가족과 떨어져 한국에서 살며 미국에 남겨진 가족에 대해 약간의 걱정은 있었지만, 그마저도 하나님께 기도하고 믿음으로 맡기고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자유로운 독신생활을 즐겼다. 친정 식구들과 친구들을 자유롭게 만나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논문도 쓰고 멀지만 나의 멘토이신 목사님이 계신 교회에서 신앙생활도 하며 정말 행복하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작년 5월 말, 가족들에게 돌아와 보니 나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너무 컸다. 사람 사는 집이 아니라 짐승 우리마냥 부엌은 찌든 때로 가득하였다. 곳곳에 집안 정리가 안 된 것은 물론 밀린 빨래와 쓰레기로 가득하였고 위생상태도 정말 심각하였다. 아침 굶는 것은 예사고 김치를 비롯하여 야채가 부족한 식단이었으며, 제대로 된 요리를 먹을 수 없었다고 한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한 집사님이 고급 햄을 선물해주셨는데, 내가 없는 동안 비교적 간편하여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딸은 햄이라면 냄새조차 맡기 싫다고 하였다.

그 결과 첫째의 비만은 더 심각해졌고 반대로 둘째는 영양부족에다 심하게 말랐고, 셋째는 날씬했는데 통통한 체형으로 바뀌고 말았다. 남편 역시 복부비만이 더 심각해졌고 허리 디스크가 발병하여 한국에 와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얼마 전에는 고지혈증에 가벼운 당뇨 증세까지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온 가족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특히 둘째의 경우가 가장 심각했다. 제대로 먹지 못해 기운이 없고 깡마른데다 급기야는 정서적으로 공감해주는 엄마의 부재에, 아빠와 마찰이 계속되자 결국 심한 우울증까지 왔다. 내가 돌아온 이후 처음 얼마 동안은 간단한 질문에 대답도 거의 안 하고, 표정은 어둡고 미소조차 없었다. 처음 가져본 자기 방에서 대부분 잠만 자거나 음악을 들으며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조그마한 일에도 벌컥 화를 내는 등 영육 간에 건강치 않았다. 이곳으로 이사와 교회에 간 첫날, 무례하고 경솔한 분의 말이긴 했지만 저 아이는 왜 저래!’ 하는 소리를 들을 만큼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한국에서도 기도했지만 실체를 보며 더 구체적인 중보기도를 시작하였다. “여호와의 율법은 완전하여 영혼을 소성케 하신다.”(19:7)는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의지하였다. 비록 지금은 우울증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해도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때에 온전하게 다듬으실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들 속에 임재하신 성령님을 확신하였다. 변화시키시고 치유하실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도하였다. 언젠가는 아들이 여호와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부르짖으매 나를 고치셨나이다.”(30:2)라고 다윗처럼 고백하리라 믿었다.

여기저기 안 좋은 피드백이 들어와도 그 믿음을 잃지 않고 더 열심히 기도하였다. 그러면서 영양가가 풍부하며 맛도 좋은 집밥을 먹게 해주려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잡곡밥, 손수 담은 김치 등. 아이들 말로 식당밥보다 집밥이 역시 최고야!”라는 말을 들을 만큼 다양한 메뉴의 한식을 열심히 해주었다. 어느 날인가는 이제 몸에 기운이 난다고 하며 엄마가 없었을 때는 이상하게 기운이 없더라는 고백도 들을 수 있었다.

정서적인 필요도 채워주었다. 불안하고 외로웠던 지난 날 이야기도 들어주며 그 아픔을 공감해주고 위로하였다. “네 속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하나님께서 너를 도와주실 것이기에 너는 충분히 할 수 있고,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면서 하면 된다.”고 격려해주었다. 그러자 예전에는 쉽게 포기했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도전하고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때로는 악한 영의 거짓말을 밝혀주기도 하였다. 염려나 근심으로 부정적 감정을 통해 악한 영이 어떻게 우리의 마음속까지 파고 들어와 온갖 거짓말과 참소하는 말로 우리를 교묘하게 흔들고 넘어뜨리는지 알려주기도 하였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4:23)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함께 읽으며 힘을 북돋아주고, 함께 손을 잡고 기도도 해주었다.

그리고 아빠가 엄마 없이 세 자녀 독박육아와 집안일 스트레스 속에서도 어떻게 인내하고 오래 참았는지 설명하며 남편과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화해시켰다. 감사하게도 아빠나 세 아이들 모두 자신의 부족함과 상대방의 노력을 인정하는 정직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둘째는 아빠와 부딪칠 때 분노를 크게 표출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저도 아빠가 얼마나 인내하시는지 잘 알아요. 나도 잘한 것 없어요.”하며 겸손하게 인정하고 감정도 누그러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점차 우리 가족은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한 달 전부터는 가정 예배도 드리면서 온 가족이 하나님의 말씀을 한 장씩 돌아가며 읽고 나누며 말씀이 우리의 빛과 길임을 확신하고 있다. 가정 분위기는 좋아졌고 덩달아 둘째의 우울증은 더욱 완화되었다. 이제는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워졌고, 교회에서 다른 분들의 질문에도 짧긴 해도 대답을 잘 하고 궁금한 것을 먼저 다가가 질문도 한다. 특히 신앙적인 면에서도 스스로 성경을 읽으려고 노력하며, 가정예배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회에서도 어른들 예배에 참석하여 어려운 성경공부식 설교를 들으며 은혜를 체험하는 중이다. 둘째의 영 속에 살아 역사하시는 성령님을 본다. 아직은 완전하지 않아도 기쁘다. 현재 진행되는 사업 계획과 추진이 지지부진해도 구원의 하나님으로 인해 기뻐하는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 감사하다. 모든 것이 주님께 있음을 매일 고백하며 가족공동체를 통해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해간다. 모든 영광을 주님께!

강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