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하나님과 함께 사는 생활입니다

기도를 하는 첫 번째 목적인 하나님과의 일치를 위해서는 하나님을 자주 만나고 바라보아야 합니다. 하나님과 관계가 친밀해지면 일을 하는 중에라도 마음은 주님과 결합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예루살렘 성을 쌓을 때, 한 손에는 벽돌을, 한 손에는 창을 들고 적을 경계하면서 일을 했듯이, 우리도 일을 할 때에 일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마음이 주님께로 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도 우리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사랑스럽게 늘 바라보신다는 것을 알기만 한다면 주님께 자주자주 눈길을 드리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의 눈길에 사랑의 시선으로 응답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서 한순간도 사랑의 눈을 떼지 않으시지만, 우리는 주님께 대한 사랑이 부족하므로 사랑의 눈길을 드리는 데 매우 소홀합니다. 우리는 그토록 우리를 기다리시는 주님께, 사랑의 눈길을 드리는 기도시간이 부족해서도 안 되고 기도에 쓴 시간을 아까워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약해지고 굶어 죽게 되듯이 은총의 문인 기도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점점 쇠약해지고 병들어 죽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도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영신 생명에 생기를 주는 영성 생활의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면서 사는 것만이 참으로 사는 것입니다. 산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은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므로 하나님 안에서 사는 것만이 사랑의 생활이고 사는 것입니다. 기도는 하나님과 함께 사는 생활입니다.

우리가 매일 수난 묵상과 기도를 통해서 고통을 당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서로 만날 때, 우리는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사랑뿐입니다. 그 사랑은 특히 당신의 마음을 알아 드리는 그러한 사랑입니다. 성숙한 기도가 될수록 예수님의 마음을 잘 헤아리게 될 것입니다.

나는 목마르다고 하신 예수님은 우리의 사랑에 목마르신 것이고, 우리 사랑의 시선에 목마르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외로우시고 쓸쓸하십니다. 왜냐하면 지극히 사랑하시는 자녀이며 아내요 벗인 우리가 눈길을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무정함 때문에 마음이 슬프시고 외로우시며 소외감을 느끼십니다. 우리가 기도를 한다는 것은 예수님이 우리 안에 혼자 계시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사랑의 눈길을 드리며 위로를 해 드리는 사랑의 행위입니다.

사랑은 조건 없이 베푸는 것인데, 이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예수의 데레사 성녀는 말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하나님께 무엇을 달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성숙한 자녀답게 하나님께 베풀어 드려야 합니다. 주님께 베풀어 드리는 마음으로 주의 기도를 드린다면 드릴 때마다 기도에 활기가 생기고, 우리도 무언가 하나님 사랑에 보답해 드린다는 긍지를 갖게 되어 하나님과의 만남은 사랑을 서로 주고받는 사랑하는 분과의 만남이 됩니다.

빈말은 기도가 아닙니다. 마음으로부터 진실하게 서로 이해하고 서로 동정하며 마음이 통할 때만 사랑의 나눔이요 기도가 되는 것입니다. 기도를 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해 주신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편에서도 자주 사랑의 눈길을 드리는 노력을 해야 됩니다. “안일과 기도는 서로 용납되지 않습니다”(완덕의 길 4,2). 우리의 마음이 예수님의 절실한 사랑의 마음으로 변화되는 그만큼 우리도 절실한 사랑의 기도를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진실한 생활에서 진실한 기도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실하게 되는 것은 묵상과 함께 기도로 하나님과 단둘이서 자주 만날 때만 이루어집니다. 하나님과 친밀한 만남이 없는 묵상만 가지고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묵상은 하나님을 더 잘 알고 더욱 더 사랑하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잘 알기 위해서는 묵상에만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하나님과 직접 만나는 묵상기도 곧 마음으로 하는 내적 기도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안에 주님이 실제로 그리고 참으로 현존하신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현존은 안 계신 것을 우리가 만들어서 계신 것처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안에 하나님이 계시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이 우리 안에 계시다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이고, 그밖에 많은 성인성녀들이 자신 안에 하나님이 가까이 계시다는 것을 알아 하나님과 친밀하게 생활한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