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한다는 것은 아름답다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깨닫는 것은 사람이건 사물이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빛깔과 향기와 울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사물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진정 축복받은 일이다. 길지 않은 생애에서 자연이나 사물, 사람이나 사건을 아름답게 바라본다는 것은 내면에 아름다운 시선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박효진 장로님의 간증집인 하나님은 아무도 포기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세상은 물론 자신마저 포기한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은 오직 내면에 아름다운 시선을 지닌 자를 통해서 역사하시고 이루어 가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고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한때는 법과 규정이라는 잣대로 수용자를 가차 없이 몰아친 탓에 지옥에서 온 박 주임’, ‘싸늘한 태양으로 불렸던 그가 현재는 소망교도소 부소장으로 근무하며 성령님의 불가항력적인 임재를 체험하며, 눈물과 함께 찾아온 하나님의 은혜로 삶의 가치와 기준이 송두리째 바뀌고, 그렇게 미워했던 악질 수용자들을 얼싸안고 땅바닥에 꿇어 앉아 서로 뺨을 부비고 울며 용서를 비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바뀌어 있다.

청송감호소에 종문이라는 흉악범이 있었다. 190센티미터의 키에 성질이 포악해서 잘못 건드렸다간 벌집 쑤신 듯 시끄러워 수용자도 직원도 피했다. 그는 같은 방의 재소자를 구타하여 중상을 입혀 결국 독방 신세가 되었다. 종문이는 조사 담당관이자 교도관 간부인 박효진 장로님에게 욕을 퍼부으며 말을 이었다. “? 니가 예수 믿는다고? 하나님을 만났다고? 이 사기꾼, 사이비, 날라리야!” “와 내가 사기꾼이고?” “내가 말이야, 성경 좀 읽어봤는데 예수님이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해주라 하셨어. 그런데 왜 날 잡아 넣냐?”

박 장로님은 기가 막혀서 그를 독방에 밀어 넣고 문을 잠가버렸다. 그러자 종문이는 펄쩍펄쩍 뛰고 악을 쓰며 철창에 이마를 꽝꽝 찧어댔다. 이마에 피가 펑펑 솟자 놀란 직원들이 제지하려하자 자기 혓바닥을 아래윗니로 물고 혓바닥을 끊어버리려고 했다. 종문이는 말리는 박 장로님을 향해 입에 머금고 있던 피와 침을 푹 뿜어버렸다. 순간 온몸의 혈기가 확 뻗쳤지만 돌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울리는 감동이 있었다. “얘야, 이것마저 참아라. 안 그러면 어떻게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떳떳이 말할래?”

종문이는 피범벅이 된 방에서 피가 말라붙은 죄수복을 입고 광기어린 눈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째려보고 있었다. 직원들은 잠 한숨 안 자고 물도 한 방울 안 마시는 종문이를 설득하려고 박 장로님에게 데려왔다. 장로님은 여전히 속이 뒤틀려 선뜻 내키진 않았으나 상황이 급박해서 할 수 없이 그를 데리고 앉아 달래기 시작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록 눈을 내리깔고 교만을 떨자 박 장로님은 극약 처방으로 의도적인 싸움걸기를 하며 악질이라고 독종이라고 하니 종문이는 최고의 악질이라는 말에 자존심이 살아 악질 간증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밥상을 늦게 차려온다는 이유로 화를 못 이겨 호미로 여동생의 얼굴을 흉악하게 만든 일을 말했다. ‘이건 인간이 아니야. 짐승도 제 식구를 알고 챙기는데 인간이 우째 이럴 수 있노!’ 박 장로님은 공분이 치받혀 죽여버리고 싶은 살의마저 드는 순간, 하나님을 속으로 소리쳐 불러보았다. 바로 그때 그 옛날 청송감호소 시절, 흉악범 영호 앞에서 꿇어앉아 용서를 빌어라.” 엄하게 명하셨던 그 음성이 다시 쿵하고 들려왔다. ‘, 너는 뭐 종문이보다 나은 줄 아니? 너는 종문이보다 잘난 줄 아느냐?’ 그때 자신의 비참한 과거를 회상하며 맞아, 내가 저렇게 인간 이하의 삶을 살 때도 있었지. 소망 없이 살던 나도 하나님이 만나주시니 이렇게 새 인생을 사는데, 종문이도 하나님이 손만 대주시면 될 것 아이가?’

그 순간 박 장로님은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지려던 찰나 얼른 고개를 돌려 애써 눈물을 감췄다. 종문이는 삼 일째 물 한 방울 입에 대지 않더니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비틀댔다. 박 장로님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부축해주려고 그에게 달려가서 어깨를 붙잡고 일으키려는 순간, 그는 양손으로 장로님의 발목을 와락 움켜잡고 악을 쓰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주임님, 어제 울었지요? 분명히 나 때문에 눈물 흘렸지요?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도 나를 위해 울어주는 걸 본 적 없는데, 어제 그 눈물 내 꺼 맞지요? 틀림없지요?”

그래, 울었다. 나는 어제까지만 해도 니 같은 건 사람도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알고 보니 니나 내나 다 똑같더라. 일어나라. 어서 가자.”

박 장로님은 정성껏 그를 씻어주며 주님을 전했고 종문이는 순순히 마음을 열고 예수님을 받아들였다. 그날 이후 그는 완전히 새사람이 되었다. 믿음의 사람으로 착실히 수형생활을 하던 그는 마침내 모범수로 가석방을 받고 교회에서 아내를 만나 남매를 낳고 사회사업도 많이 하는 지역 유지가 되었다.

세상이 포기해버렸지만 아무도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은 죄인들을 지극히 사랑하시어 위대한 사랑과 능력으로 미천한 자들을 존귀한 자로 탈바꿈시키신다. 오직 내면에 아름다운 시선을 가진 자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끊임없이 부으셔서 그 사랑의 전달자가 되게 하신다. 존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는 자는 참으로 복되다.

박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