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남들이 갈라져 혼자라면, 평생 주님을 바라보며 깊은 기다림 속에서 신실히 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며 또 남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책임을 감당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우리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버렸습니까? 그리스도의 몸 안에는 끊임없이 자라나는 친교가 있으니 교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교회가 기쁨과 단순 소박함을 향해 문을 활짝 열고, 물질적인 수단이 거의 없어도 사람들을 따뜻이 맞이하며, 인간의 고통에 동참하고 역사 안에 현존하며 가장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때 우리 안에서 내적인 자유가 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복음의 기쁨과 단순 소박함으로 다가설수록 믿음의 신뢰가 더 널리 전해질 것입니다. 단순 소박함을 선택하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 있건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보편적인 친교에 이바지합니다.

놀랍게도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그 누구도 당신의 용서에서, 당신의 사랑에서 제외하지 않으십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최상의 기쁨을 바랄 수 있으니 그것은 같은 생각을 품고 같은 사랑을 나누며 같은 기다림으로 일치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증거하는 삶을 통해 우리는 성령 안에 있는 이 사랑의 친교를 믿을 만한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너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하고 우리에게 물으신다면, 우리는 그분에게 이렇게 답하고자 합니다. 그리스도여, 당신은 세상을 단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 당신의 자비로 열려진 길을 찾게 하시려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당신은 끝이 없는 삶에 이르기까지 나를 사랑하는 분이십니다. 당신은 나의 모든 것을 아시고, 이해하고 이해받고자 하며 사랑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나의 열망을 아십니다.

당신은 내 앞에 모험의 길을 열어주십니다. 내 안에 자리한 거부를 당신은 영원한 응낙으로 조금씩 변모시켜 주십니다. 그리스도여, 신비스러운 현존이여. 당신은 내가 비록 깨닫지 못해도 밤이나 낮이나 내 안에서 기도하는 분이십니다. 매순간 내 마음을 당신 손길에 맡기면서 내 기도가 흔하고 아무리 보잘 것 없어도 근심하지 않으렵니다.

-로제 수사님의 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