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의 개국 공신

 

몇 년 전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안장예배를 드린 적이 있었다. 잘 아는 목사님의 부친이 미국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미국의 공원묘지에 안치되어 계셨는데, 서울 국립현충원의 허가를 받아 안장을 하게 되어 예배를 인도하게 된 것이다. 그 목사님의 부친은 육군 장교로 전역하신 분이시다.

얼마 전 그 목사님의 형제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함께 서울 국립현충원을 가게 되었다. 약속시간보다 이르게 도착을 하여 국립현충원의 여기저기를 돌아보았다. 봄이 오려는지, 여기저기 봄기운이 가득하였다. 나무들은 서로 잎사귀를 틔우려고 아우성이고 일찍 피는 꽃들은 벌써 봉우리가 막 터져 나오려고 했다. 여기저기 잔디 사이로는 벌써 파란 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큰 지진이 일어나고 쓰나미로 고통을 당하고, 온 세계가 이상기후와 천재지변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봄은 오고 있었다. 여기저기 봄 단장하는 손길들이 묵은 낙엽을 치우고, 가지를 잘라주고 묘역주변을 단장하기 바쁜 모습이다. 현충원에 심겨진 나무들이라 그런지 주변의 분위기 때문인지 이곳의 나무들은 더 숙연해보이고 기품이 있어 보였다.

몇몇 대통령의 묘역이 있고, 그 아래로는 군 장성, 애국지사, 순국선열들의 묘역이 차례로 있고, 아래로는 서열을 따라 많은 묘지가 나란히 줄지어 있다. 문득 이곳 국립현충원에 안치할 수 있는 자격조건은 어떠한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국립현충원의 자세한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6·25전쟁을 전후로 사망한 장병들의 영령이 전국에 산재해 있으므로 이들의 집단안치를 목적으로 1954년 육군공병단에 의해 착공되어 1957년에 준공되었다. 1965년 3월 30일 ‘국립묘지령’(대통령령 제2092호)에 의해 당초의 국군묘지에서 국립묘지로 승격하고 그 수용범위와 규모가 커졌다. 또한 1996년 6월 국립현충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청사를 준공했다.”

그리고 안장 대상은 ① 현역군인, 소집중의 군인 및 군무원(종군자 포함)으로서 사망한 사람 ② 군복무중 전투에 참가하여 무공이 현저한 사람, 장관급 장교 또는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사람 중 전역·퇴역 또는 면역(免役)된 후 사망한 자로서 국방부장관이 지정한 사람 ③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장의(葬儀)된 사람 ④ 전투에 참가하여 전사한 향토예비군 대원과 임무수행 중 순직한 경찰관 ⑤ 국가 또는 사회에 공로가 현저한 사람 중 사망한 사람으로서 국방부장관의 제청에 의하여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지정한 사람 ⑥ 우리나라에 공로가 현저한 외국인 사망자 중 국방부장관의 제청에 의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지정한 사람 등이다. 그래서 국립현충원의 묘역(墓域)은 국가원수·애국지사·국가유공자·군인·군무원·경찰관·일반묘역·외국인 등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얼마 전 황장엽씨가 죽었을 때에 과연 그가 국립현충원에 묻힐 자격이 있는가 하는 논란이 있던 것이 생각난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말한 사람이 어떻게 이곳에 묻힐 수가 있는가하는 찬반이 있었지만, 결국 그는 서울은 아니지만 대전국립현충원에 묻혔다. 뒤늦게라도 귀순하여 나름 대한민국을 위하여 수고한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우리가 가게 될 천국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국립현충원에서 여러 시간을 보내면서 머지않아 가게 될 천국에 들어갈 자격, 그리고 상급의 차이가 어떠할지 연상이 되었다.

성경에는, “내가 너희 각 사람의 행위대로, 행한 대로 갚아 주리라”고 하신다. 하나님은 행한 대로만 갚아 주실 것이다. 국립현충원의 안장 자격에 나오는 것처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죽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겨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로를 세워야 하는 것이다.

개국공신(開國功臣)이라는 말이 있다. 고려와 조선시대 새로운 왕조 성립에 공을 세운 신하들에게 준 공신 칭호이다. 고려 초 태봉왕(泰封王) 궁예(弓裔)를 몰아내고 왕건(王建)을 고려 태조로 추대한 사람들을 3등분하여 공신으로 봉했는데, 이들을 개국공신이라 했다. 977년(경종 2) 개국공신의 자손들에게 20~50결의 토지를 지급하여 그들의 특권적 지위를 보장했다. 조선시대에도 개국 초에 개국공신들을 3등급으로 나누어 치하했다.

다윗이 세운 이스라엘 통일왕국은 이제까지 존재했던 이 세상 모든 나라 중 가장 이상적인 나라였다. 다윗 왕은 목자의 마음으로 백성을 다스렸다. 환난당한 자, 원통한 자, 억울한 자들이 다윗에게 모여들었고 그들은 다윗과 함께 하면서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이스라엘의 개국공신들이 되었다. 다윗 왕국은 강성했고 백성은 평안을 누렸다.

개국공신들이 없었다면 다윗은 결코 통일왕국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각자는 하나님 나라를 개국할 때에 과연 몇 등급의 개국공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다윗에게 모여들었던 자들처럼 이 세상에서는 환난당한 자, 원통한 자, 억울한 자들일 수 있지만 우리는 예수님에게 모여 하늘나라를 개설하는데 개국공신이 되어야 하겠다.

교회시대의 이긴자들은 개국공신 중 가장 큰 일등급의 개국공신들이다. 그들은 하나님 나라의 기둥이 된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하늘나라를 만들 때 기둥같이 가장 중요한 일을 통해 많은 공로를 세웠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 각자가 행한 대로, 일한만큼 갚아 주실 것이다. 오직 사랑으로 한만큼 갚아 주실 것이다.

이안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