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처럼 산 사람

오늘 아침 책상위에 놓여있는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이란 책을 보았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반이 바보였으나 사실은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었다. 바보 이반은 그 특유의 지혜로 많은 것을 얻게 되었고 하나님께서 기뻐 부르시는 그런 사람이었다.
“여호와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여호와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라도 그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고전1:27-29).
세상에서는 잘 나고 똑똑한 사람을, 돈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천국은 바보처럼, 속옷 달라하면 겉옷까지 주고, 오리를 가자고 하면 십리를 동행해 주고, 왼편 뺨을 때리면 오른편 뺨도 갖다 대주라고 한다. 누가 한 대 때려서 코피가 터져도 가만히 있으면 “너 왜 바보처럼 가만히 있어. 너도 때려주지.” 같이 때리지 않고 코피를 닦고 있으면 바보 취급을 당한다. 그래서 바보는 좀 덜 떨어진 사람, 좀 모자라는 사람으로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바보처럼 사신 성인들이 참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감리교의 창시자 웨슬리는 사모에게 툭하면 얻어맞고, 때로는 머리채를 잡혀 책상 모퉁이에 쥐어 박히고 코피가 터지게 맞기도 했다. 그 광경을 본 친구가 들어오자 내색하지 않고 코피를 닦으면서 태연하게 차 좀 내오라고 하셨다. 이렇게 바보처럼 사신 분이 어떻게 그의 위대한 일을 하셨을까? 또한 아씨시의 성 프랜시스는 강도들이 “있는 것 다 내 놔!” 하니까 “예! 예! 여기 다 있습니다.” 하고 다 내어 주었는데, 얼마 후에 보니까 바지춤에 비상금이 있는 것을 알고 좇아가서 “아까 다 드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비상금이 있어서 여기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하자 강도들은 “이런, 바보!”하면서 웃었다.
마카리우스 성인은 어느 날 모기가 자기 몸을 물자 순간적으로 모기를 때려서 죽였다. 이에 큰 부끄러움을 느끼고 나일강의 세대 늪지대에 들어가서 6개월 동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모기의 밥이 되었다. 자신에게 보복하는 마음이 있음을 알고 참회하는 뜻으로 6개월 동안 모기의 밥이 되어 준 것이었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할 땐 이건 진짜 바보 같다. 그런데도 마카리우스 성인은 그 후에 참 평안을 맛보며 거칠고 사나운 환경을 이겨 성인이 되셨다. 즉 성결의 은총을 받은 것이다.

늦더위에 철갑모기가 얼마나 심하게 무는지 한번 물리면 벌겋게 부어오른다. 수도실에 들어가서 보면 벽에서 나를 째려보고 있다. 그래서 나가라고 살살 달래면서 종이로 내 쫓았더니 계속 버티다가 결국 나갔다. 그런데 밤에 기도회를 마치고 와 보니 이번에는 친구들을 여러 마리 데리고 와서 버티고 있다. 요것들이. 사정없이 쫓아서 내보내고 천장에 붙어 있는 것은 점프를 해서 쫓아냈다. 나중엔 엥! 하면서 정면으로 대드는 모기도 있었다. 모기와 전쟁을 하다보니까 새벽1시가 넘었다. 한쪽 다리만 떨어진 모기도 있었는데 어디로 숨었는지 찾지 못해서 그만 포기하고 잠을 잤다.

자다 말고 양쪽다리가 따끔거려 일어나보니 몇 방을 쏘았다. 다리만 공격한 것이다. 침을 바르고 해도 따끔거려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도 잠을 자려고 하니 윙윙거리면서 경보사격을 한다. 졸린 눈을 뜨고 보니 아까 한쪽 다리가 떨어진 그 모기 같다. 그래서 내 다리를 그렇게 쐈구나 생각이 들었다. 잡으려고 해도 옷장 뒤로 숨고 몸은 피곤하고 ‘아이고 죽겠네!’ 신음이 터져 나온다. 그때 십자가에 달려 계신 예수께서 나를 말없이 보시고 계시는 듯 했다. “아이고! 예수여,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엎드려 잘못을 구했다.
“그래, 모기야 미안하다. 내가 잠깐 이성을 잃었다. 이제 우리 서로 사이좋게 지내자. 널 해치지 않겠다.” 화해를 했다. 그리고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모기가 얼굴에 살짝 내려앉았다. 앗! 손이 올라가려다가 약속한 것이 생각이 났다. “그래, 오늘 하루 종일 굶었으니 편히 먹어라.” 모기가 침을 꼭 찌르며 빨아 먹기 시작한다. 놀랠까봐 가만히 있었다. “그래. 괜찮아. 천천히 먹어라. 빨리 먹다 체할 수 있으니까.”
처음만 따끔했지 나중에 약간 간지럽고 시원했다. 드디어 다 먹었는지 주사바늘을 쭉 빼고는 만족한 듯 천장으로 날아간다. 그러다 또 날라 와서 이제는 손등에 앉았는데, 배가 불러서인지 물지 않는다. 그리고 편안히 잠이 들었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데 악을 악으로 갚으려 하다 오히려 잠 못 자고 다리 물어뜯기고 보통 손해가 아니었다.
참 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 멍청이처럼 살 때가 많았다. 포기하면 되는데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잘못했다고 인정하면 되는데, 그걸 인정하지 못하여 속으로 끙끙 앓고 괜히 없어도 있는 척 하고 몰라도 아는 척하고 사람들의 칭찬과 영광을 받으며 살았으니 참으로 미련한 삶을 산 것이다. 헛똑똑이 삶을 산 것이다.

해함이 없는 나라
천국은 해함이 없는 나라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 섬기면서 언제나 겸손하고 언제나 온유하게 아버지께서 이 주신 생명수를 마시면서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나라이다. 우리 예수는  죄인들을 위하여 골고다 언덕에서 가시면류관을 쓰시고 양손과 양발에 굵은 쇠못이 박혀 피 한 방울, 물 한 방울 남김없이 다 흘리시면서 산채로 지옥의 형벌을 당해주셨다. 영원히 죽을 수 밖에 없는 죄인들을 위해 그 엄청난 고통을 당해주셨는데도, 죄인들은 여전히 희희낙락하며 범죄하고, 오히려 예수를 비웃고 조롱하고 침을 뱉고 이단의 괴수라고 저렇게 죽는 것이 마땅하다고 비난하였다. 그들에게 비친 우리 예수는 참으로 바보 같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얻는 우리에게는 여호와의 능력이라”(고전1:18)고 했다.
여호와이신 우리 예수께서 사람의 몸으로 오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다. 이제 우리 예수가 모든 산들 위에 우뚝 서실 것이다.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두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빌2:10-11).
예수의 뒤를 따랐던 제자들도 가정도 직업도 재산도 포기하고 사셨다. 세상 사람들 눈에는 참 바보 같다. 그러나 지금 그분들은 천국에 열두 보좌에 앉아 계신다(마19:20).
많은 성인들은 세상 사람들 눈에는 참 미련하고 바보처럼 살았다. 그 좋은 가문과 학벌 로마의 시민권 다 배설물처럼 버리고 사셨던 사도 바울, 거지처럼 살다 가신 분도 라브르 성인. 40년 누워서만 사시면서도 모기도 파리도 쫓지 않고 오직 여호와의 영광을 위해 사셨던 선생님.

아!  예수여, 세상에서는 바보멍청이가 되게 해주시옵소서. 선생님처럼 성인들처럼 그리고 예수님처럼. 밤나무 아래 따스한 햇볕을 쬐이며 여호와의 은혜를 생각하니 한없는 기쁨과 감사가 파란 가을 하늘위로 솟아오른다. 두 팔을 들어 소리쳐본다. “나의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박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