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달인

며칠 전에 반가운 문자가 들어왔다. “목사님, 저 텔레비전 ‘생활의 달인’에 나와요. 꼭 보세요.” 누가 나오는데 거기에 함께 촬영이 됐나 보다 했더니 “제가 직접 나와요.” 한다.

마침내 텔레비전에 나온다는 그날, 가슴이 뛰었다. 숨을 고르며 지켜보는데 세 사람의 달인이 지나가고 네 번째 등장했는데, 주인공 자매는 쿠키 상자 접기의 달인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조금 흥분된 듯한 표정이었다. 자매 특유의 끝이 약간 올라가는 언어로 씩씩하게 답하고 있었다. “네에, 저는 할 수 있어요.”, “누구에게나 능력은 있는 거잖아요? 히히”, “여자들은 원래 수줍음이 많잖아요?”, “전 원래 땀이 많이 나요.” 무슨 질문이건 밝게 웃으며 거침없이 말하는 자매 앞에 오히려 사람들이 작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매의 옆으로 자동소총의 탄피처럼 튕겨지는 상자들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을 가리고도 휙휙 상자들을 날렸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손을 뒤로 하고서 상자를 만들어냈다. 박스에 베인 손가락 상처들도, 굳은살도 보았다. 코가 시큰해졌다.

“주여, 주님!” 맘속에서 박수가 절로 났다. ‘잘 한다! 잘 한다! 희진아!’ 그리고 엄마인 이 집사님의 인터뷰! 끝내 참았던 눈물이 뚝 떨어졌다. “이제는 저 아이가 이 집의 가장이에요. 저는 어머니(83세, 치매 투병 중) 때문에 일을 나가지 못하고, 쟤 혼자 고생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 맘이 아프지요.” 제작진들도 다 울었다고 한다.

자매는 26살이고 지능지수는 70정도다. 출산이 늦어지면서 수술로 출생했으나 이미 태변이 태아의 입에 있었다. 참 예뻤는데 발달이 늦었다. 중학생 시절, 어린 아이들과 싸우기도 하고 철퍼덕 주저앉아 목청 높여 울기도 했다. 그런 희진이가 이제 의젓한 생활의 달인이 되다니, 매우 많이 부끄러웠다.

하나님은 정말 우리가 예측하는 것을 싫어하시나보다. 하나님의 주권만을 신뢰하며 따르기 원하신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보며 다만 경외하고 영광을 주께 돌리기를 원하시는 것이 분명하다. “형제들아 너희를 부르심을 보라. 육체를 따라 지혜 있는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한 자가 많지 아니하며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아니하도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고전1:26-27).

실제로 사도들은 대부분 갈릴리 촌사람들이었다. 주님은 당신을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를 교회를 세우는 반석으로 삼으셨다. 부활의 첫 증인이 된 이는 음녀 막달라 마리아였다.

나는 희진이처럼 달인이 되려면 아직 많이 멀었다. 우선은 게으름을 회개하자! 그리고 맘 속에서 은밀히 잘났다 생각했던 교오함을 참회하자! 주님은 잘난 이들을 부끄럽게 하시고, 못난이들을 자랑스럽게 하시는 분이다. 그저 열심히 사명의 길을 묵묵히 가자! 굳은살이 배길 때까지, 영적 달인이 될 때까지!

김희진 자매님! 고마워요, 할렐루야!

박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