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향기

나는 보았네, 지난 봄날 지리산에서

나와 딱 마주쳤을 때 멀뚱멀뚱거리다간

점점 휘둥그레지던 고라니의 눈을.

내가 꼿발 꼿발을 딛고 다가가자

순간 후다닥 산정으로 튀는데, 그와 동시에

주위에 아득아득 퍼지던 향기를.

그 날랜 발이 천리향 그루를 건드렸던 것인데

꽃가지가 찢기고 꽃들이 흩어진 나무는

그 향기를 마음속 천리까지 끼치더라니!

그 계곡에서 일던 생생한 바람이여

상처에서 일던 너의 그리움이여

고재종

 

상처가 향기로 바뀌어 천리까지 날아가는 꽃. 꽃은 짓이겨지고 꺾여도 향기를 내며 죽는다.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비웃음을 받으며 예수님을 전하고, 주님 때문에 비천하고 낮은 자리에서 살다가 결국,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 많은 순교자들, 교회시대의 이긴자들, 신앙의 선진들도 거룩한 향기로 꽃이 된 후 목숨을 잃었다.

무수한 자아와 싸우며 세상과 마귀와 거칠고 사나운 환경들과 싸우는 오늘을 사는 나도, 거룩한 순결의 향기 나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찢기고 상처 난 곳에서 예수님 향기 천리까지 퍼뜨리는 그런 그리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