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내면의 죄를 찾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일반적으로 불신자보다 그리스도인들이 죄를 덜 짓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주일에 세상 일들을 즐기지 않고 예배 드리고, 기도하고, 헌금 드리고, 봉사 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그리스도인들이 죄 가운데 노출되는 경우가 적고 죄와 정욕에 덜 빠지게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빛 가운데 엄밀히 살펴보면 우리 안에 숨겨진 수많은 죄들이 도사리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술고래나 대식가나 미소 짓는 허풍쟁이는 참아줄 수 있지만, 외적으로는 경건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묘한 죄들을 갖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격하게 분노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런 죄들을 죄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가볍게 치부하기도 한다.

아집에 붙들려 마음과 정신을 지배하고 영영 돌이키지 않으면 작은 틈이 점점 벌어져 영혼에 구멍이 뚫리게 된다. 음욕에 사로 잡혀 지속적으로 회개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즐기면 마침내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무서운 마귀의 집을 짓게 된다. 물욕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정욕도 똑같은 원리다. 우리의 영과 육을 지배하고 있는 일곱 가지 죄성과 정과 욕심을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 그 어느 것도 가벼이 볼 수 없다. 그래서 내면에 은밀히 숨겨진 자아들, 즉 육신의 세력들을 잘 발견해야 한다.

그 어떤 것이든 마음속으로 깊이 파고들수록 그 힘이 더 커지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은밀하게 숨겨진 내면적인 죄들이 육체적인 죄들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종류의 죄에 상응하는 두 부류의 죄인들에 대해 주님이 취하신 태도는 아주 분명하다. 세리와 창기의 친구이셨지만 바리새인들에게는 대적자이셨다. 다시 말해 겉으로는 경건한 것처럼 보이나 속과 겉이 다른 회칠한 무덤과 같은 신앙을 강하게 경고하셨다. 외적으로는 말씀을 철저히 지키는 듯하나 허례와 위선 가운데 정욕을 은밀하게 즐기는 행실이 많은 사람들은 대단히 위험하다. 경건생활을 추구한다고 하는 크리스천들 중에서 이런 죄들을 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하는 신앙인들이 자신의 속마음은 그럴싸하게 잘 포장하면서 바리새인과 같이 겉치레 신앙에 젖어 있는 이들이 많다. 겉은 인격자인 듯하나 속은 푹 썩어 있는 지푸라기와 같은, 정욕적인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어느 단체나 교회나 공동체를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이웃과의 마찰과 상처로 인해 떠나는 경우가 많다. 상처를 주는 이도 상처를 받는 이도 깨어지지 않은 은밀한 자아가 있기 때문이다. 영적 교만함에서 나오는 은근한 무시, 선한 명분과 교묘하게 숨어든 아집적인 행실들, 사랑없이 행하는 겉치레의 말들, 자기 의, 신앙적 우월감 등. 혹은 반대로 무시당하기 싫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 등.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의 경건한 미소 뒤에 용의주도하게 숨겨져 있다. 우리의 깊은 내면에 억제되어 있고 숨겨진 은밀한 자아들을 사력을 다해 찾아내어 회개해야 한다.

아무리 티끌만한 누룩이라도 온몸에 퍼져 나중에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고, 어느 한 부분이 다른 사람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고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바르게 들여다보지 못하면 대단히 위험하다. 아무리 높이 성장한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진리 가운데 돌아보지 않으면 정욕 가운데 깊이 빠져 살아가기가 쉽다.

우리의 영적 눈이 어두워져 정욕 가운데 깊이 빠지면, 주위로부터 고통과 수치와 천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내면으로 깊이 잠든 우리의 영혼을 깨우기 위함이며, 은밀하게 숨겨진 자아들을 낱낱이 깨트리기 위함이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겸손해야 한다.

교회시대 이천년 동안, 진리를 체계적으로 가장 잘 정돈하신 분을 꼽으라면 단연 사도 바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도 바울은 청년시절 자신이 지닌 지적 자산(율법)으로 많은 사람들을 크게 핍박하고 고통을 안겨주었다. 자신의 열심에 빠져 그리스도인들을 결박하여 감옥에 가두기도 하고 처형하기도 하는 등 수많은 고통을 가하였다. 사도행전 7장에서는 동문이었던 스데반 집사를 돌로 쳐 죽이는 데 일조했다.

우리도 사울이 바울이 되기 전처럼 하나님을 떠난 자신의 의와 열심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 그 어느 자기 의도 예수님 앞에서 자랑할 것이 없다. 오직 하나님만이 선하시고, 선하신 그 능력을 힘입어야 빛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러므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내면에 은밀하게 숨겨진 깊은 자아들 즉 허례와 위선으로 가려진 작은 죄들을 잘 찾아내어 깊이 회개하자. 회칠한 무덤을 다 파헤치고 순결하고 겸손한 영혼으로 하나님 앞에 서는 그날까지 철저히 회개의 무릎을 꿇자. 그 길만이 우리의 살 길이다.

이정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