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후반전에 불사를 일

마라토너가 마지막 구간에서 승리하는 비결은 마지막 스퍼트에 있다. 모두가 힘이 고갈되고 지칠 대로 지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 바로 그때 폭발적으로 최후의 힘을 터뜨리며 곧 죽을 사람처럼 사력을 다하는 것이 스퍼트의 힘이다. 모든 마라토너에겐 그 운명의 시간이 온다. 누구는 그 순간을 포기하며 누구는 스퍼트한다. 그래서 패자와 승자가 갈라지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힘이 쇠해지는 노년에 접어들면 생체 호르몬이 바뀌게 된다. 그때는 무리한 모험보다는 그냥 편안히 쉴까 하는 유혹이 온다. 지금껏 달려온 것이 숨차고 이제 멈춰도 누가 뭐라 할 것이 없는, 안정을 취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유혹이다. 이럴 때 누구는 안주하며 누구는 깜짝 놀라 스퍼트한다.

단체나 교회가 집단적으로 지루해지는 때가 온다. 하던 사업이 성과 없이 수년이 지나며 답습하는 수준에 머무를 때, 이 일 저 일을 해보지만 변화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권태로움만 가득할 때,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오지 않고 기존 멤버의 폐쇄적 보호본능만 드러날 때, 쇄신의 의지가 죽고 이제는 자포자기의 운명론이나 들먹일 때, 누구는 그 물결에 떠내려가고 누구는 심각한 위기감을 갖고 마지막 스퍼트를 한다.

세속적 성공이나 부흥의 물결이 계속될 때 이런 순간이 오기도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거나 자신에 대한 불신이나 환멸이 계속될 때에, 이 유혹은 강한 힘으로 군대처럼 진군해 온다. 어찌해야 하는가.

일탈 같은 일시적 방편으로는 이 군대를 막을 수 없다. 분위기만 쇄신한다고 또 다른 사업을 벌인다고, 이사를 간다고 이것을 막을 수는 없다. 잠시 사라지는 듯하지만 곧 다시 절벽처럼 나타난다.

이럴 때 유일한 방법은 죽음을 각오하고 마지막 일전의 스퍼트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뛰어내렸다가는 바로 부서져 죽을까 두려워하며 그냥 지루하게 죽어간다. 연어가 잘못 튀어 올라 작은 웅덩이에 갇혀 몇 번 시도했던 탈출도 포기하고 온몸 구석구석에 이끼가 끼어 흐느적거리며 죽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 스퍼트는 바로 그 순간 필요한 것이다. 모든 것이 다 끝났다 여겨질 때다. 이제 모든 게 무너졌고 내게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생각될 그때, 마지막 스퍼트 순간에 선 것이다.

가룟 유다는 극심한 자책감 속에 포기하고 자기를 살해하지만 베드로는 찾아오신 주님을 다시 만남으로써 스퍼트한다. 사울 왕은 패배를 비관하며 칼을 세우고 그 위로 쓰러지지만 죽을 죄를 지은 다윗왕은 나단 선지자를 보내신 하나님의 은혜 속에 통렬한 회개금식에 들어가 마지막 스퍼트를 한다.

내게도 이런 시간이 다가옴을 느낀다. 그냥 권태롭게 안주하다 또는 비관하다 우울하게 죽어갈 것인가, 아니면 최후의 순간이 온 것처럼 사력을 다해 스퍼트할 것인가. 생애 후반전 판세를 바꿀 마지막 시간이 왔다.

생애 후반전에 마지막 힘을 다하여 불사를 일을 찾자. 우리는 진리를 위하여, 마지막 때 사명 주신 주님을 위하여, 마지막 불꽃처럼 타올라야 한다. 최후의 스퍼트가 지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