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여행지에 동행하시는 하나님

25여 년 전 처음 미국에 갈 때다. 목사가 미국 비자 받는 것이 심히 어려운 것은 자업자득이리라. 처음 거절당하고 보충해서 다시 갔을 때 줄을 서서 초조히 기다렸다. 갑자기 다른 쪽에서 대사관 직원이 나를 그쪽으로 오라 한다. 서류를 뒤적이더니 그냥 허락한다. 아무런 묻는 말도 없다. 아무 곳에 부탁한 일이 없기에 집회 초청한 미국 한인교회에서 혹시 손을 쓰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런 일이 없단다. 집회 일정에 맞춰 잘 마치고 왔다. 웬일일까? 주의 솜씨라고 믿을 뿐이다.

심양에서 연길로 국내 비행기를 타고 가는 중이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줄을 섰다. 조금씩 좁혀지면서 충분히 보팅패스(탑승권)를 받을 수 있겠다고 줄을 지켰다. 거의 가까워지면서 시간도 촉박해지니 내 앞에 와서 새치기하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 몸을 밀어 가면서 새치기 하니 점잖은 체면에 막무가내로 남을 제칠 수 없었고 안타까운 가슴만 죄어 오고 있었다. 시간은 30분 여유밖에 없었고, 이러다가는 비행기를 놓칠 수밖에 없다.

내 처절한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는지 어떤 조선족 청년이 어디 가는가 묻는다. 연길이라고 했더니 그럼 못 갑니다.” 하고 여권과 티켓을 달라고 한다. 도둑도 새치기도 많은 환경이고 남의 여권을 훔쳐 위조해서 가짜로 만드는 형편인데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줄 수도, 그렇다고 다급한 상황에 안 줄 수도 없어서 맡겼다. 자기 것과 내 것을 들고 뚫고 들어가더니 탑승권을 쥐어 준다. “선생님, 좋은 여행 되십시오.” 하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돈 때문에 대신 일을 해주는 사람도 많고 길 안내하고 돈 달라고 떼쓰는 사람들만 보았던 인상으로 그를 의심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천사를 하나님께서 보내신 것이라 믿는다.

내 선교여행엔 하나님이 꼼꼼히도 챙겨주시는 것 같다. “아프리카에서는 보통 3시간에서 4시간 연발이 보통입니다.” 하면서 대비하라고 전송하는 선교사님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정확한 시간에 출발하고 도착하고 해서, 꽉 찬 스케줄 속에서 숨 가쁘게 움직이는 나의 여행 계획에 언제나 차질을 허락지 않으셨다. 외국여행은 반드시 선교에 관한 것이 아니면 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오늘까지 지켜져서 선교에 직·간접적인 일만을 위해 탑승해 왔다. 선교를 빙자한 여행 중심의 나들이는 하나님의 재산을 축내는 일이라는 것을 깊이 알았으면 한다.

만물의 찌꺼기 같은 볼품없는 나까지도 쓰시는 하나님이 신기하려니와 세계 곳곳에서 그래도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손짓은 세계의 영혼이 목말라 허덕이고 있다는 증거다. 후진 곳이라는 아프리카에는 더 많은 할 일이 수북수북 쌓여있는 것 같다. 목회와 선교를 두 가지 똑같이 감당하다 보니 양쪽에서 항상 쫓기는 상태다. 그래도 한국은 모든 것이 풍부한 반면 외국의 영적 상태는 한 마디로 파산 직전이다. 더 많이 가서 내 구주 예수님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이동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