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편지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시인 안도현

 


잿더미에 앉아 정금같이 나올 것을 소망했던 욥의 눈에는 보였습니다. 희미하던 것들이 거울로 보는 것 같이 선명하게 빛나게 될 그 순간의 감격 말입니다.

차라리 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같은 처절한 괴로움. 주저앉아 울고, 배신과 판단과 정죄에 죽고만 싶던 억울함. 누구 하나 위로가 되지 않는 외로움, 가난, 몸의 질병. 뒤이어 오는 끝없는 두려움의 파도.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단련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거쳐 정금이 될 것임을, 믿음의 사람은 알고 있었습니다.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드는 것은, 이제 곧 다가올 봄날을 위한 준비입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리라는 눈물겨운 모습은,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에 순응해야 하는 피조물인 우리의 모습입니다.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지금은 희미하고, 불완전하지만, 언제가 채워질 완전한 생명을 소망하며 우리는 나아갑니다. 더딘 걸음이라 미안한 나와, 힘겨운 너를 응원하며.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