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 시인

 

주님의 손을 잡고 걸어가다가도 문득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변함없으신 주님을 보다가 나를 보면, 연약함과 부족함에 절망감을 느끼고 괴로움도 인다. 그런데 주님은 또, 새로운 길을 열어주시고 또 기회를 주시며 길과 진리요 생명이 되어 주신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죽기까지, 끝이 없는 사랑의 길을 가신다.

나는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뒷모습을 보며 그 빛을 따라 작게 움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