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오빠(A Job Who Is near Us, 2019)
「교회오빠」는 부제 “A Job who Is near Us”처럼 이 시대에 욥의 신앙을 보여준 이관희 집사님과 아내 오은주 집사님의 암 투병기다. 편하고 부요한 세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메마른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던져준 현대판 욥 이야기.

영화 속 주인공 故이관희 씨는 누구나 좋아할만한 ‘교회오빠’였다. 신앙심이 좋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성격도 좋아서 인기가 좋았다. 명문대학을 4년 전액장학생으로 졸업했고, 다국적 기업 연구원으로 일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도 갖게 되었다. 그의 행사는 항상 하나님의 축복과 함께였다.

그러나 깨질 것 같지 않았던 그 행복을 깨뜨리는 시련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37살의 나이에 첫 딸과 만난 후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은 것, 연이어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병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셨다. 넉 달 후 아내 오은주 씨가 혈액암 4기 진단을 받았다.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계속되는 비극은 충격적이었다. 마치 하나님께서 욥을 시험하셨듯이, 하나님은 축복받은 교회오빠의 신앙을 흔들어보셨다.  

故이관희집사님은 욥과 같이 하나님이 허락하신 고난 속에서 입술로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난이 축복됨을 깨닫게 된다.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들이 닥쳤던 와중에도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십자가와 복음을 찾는 대단한 믿음을 보여주셨다.

집사님은 모르핀을 거절했다. 모르핀을 맞으면 몽롱해서 성경을 읽을 수 없다며 맑은 정신으로 말씀을 의지하고자 극심한 통증을 감수하기까지 했다. 온몸에 퍼진 암이라는 질병과 투병해야 했지만, 그보다 더 힘겨워 보인 싸움은 육체의 암보다 더 심한 악성종양인 내 안의 죄악 덩어리와의 투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난을 맞이한 부부의 대화는 매우 깊이가 있었고, 그 대화의 내용은 우리 삶의 중요한 통찰과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임종직전에 입원실에서 숨이 차오르면서도 그가 아내에게 해준 말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결혼식 때로 돌아가고 싶어.” 그때로 돌아가 마음을 다해 아내를 더 사랑해주고 싶다고, 시한부 생에 남은 시간들을 사랑으로만 채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마도 우리가 죽음 앞에 섰을 때 가장 아쉬운 것이 있다면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함이 아닐까. 그때 왜 그렇게 매정했을까. 그때 왜 더 사랑해주지 못했을까. 사랑하지 못하고 낭비된 시간들 말이다. 그러므로 오늘 이 하루 이 시간들을 증오와 미움이 아닌 사랑으로 채워야 한다.

죽음으로 다가설수록 그의 육신의 모습은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였지만 그 영혼의 아름다움이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집사님의 마지막 임종 장면을 보면서 참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님을 확신했다. 병들어 쇠잔해질 대로 쇠잔해진 그의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 육신의 껍데기 속에 담긴 그분의 내면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에 보일 정도다.

드라마 같은 고난의 연속 그러나 이 속에는 배울만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공영방송 다큐멘터리에서 영화 개봉까지 하나님은 이 영화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무엇을 말씀하시길 원하셨을까. 어떠한 상황이라도 그것이 최악의 상황일지라도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기. 원망하지 않기. 감사하기. 매일 내 주변의 이웃을 사랑하기. 늘 죽음을 기억하기. 나의 약함을 인정하기….

무엇보다 영원한 것은 이 땅에 없다는 것을 말씀하고 싶으셨을까.
결국 인간의 진정한 구원이란 고난을 통한 것이고, 구원은 그 고난 속에서 예수님과 십자가복음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고 싶었던 것일까.   
                            
한빛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