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피를 뿌리는 그날이여 오라

며칠 전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리비아에서 인질로 잡았던 이집트인 콥트교도 21명 참수소식이 전해지며 전 세계인들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콥트교는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교파이다.

십자가의 국가에 보내는 피로 새긴 메시지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에는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여러 남성이 손이 뒤로 묶인 채, 한 명씩 복면 괴한들에 의해 해변으로 끌려와 무릎을 꿇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어 바닷물이 피로 물드는 장면이 나오고 이들이 참수됐다고 알린다. IS는 영문 자막으로 이들을 굴욕적인 콥트 교회의 신봉자들이라고 지칭하며 이번 참수가 콥트교도에 탄압받는 무슬림 여성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콥트교도에 박해받는 무슬림 여성으로 2004년과 2010년 이슬람 개종 여부로 논란이 됐던 카밀리아 셰하타 자키르와 와파 콘스탄틴을 꼽았다. 이집트 콥트교 목사의 아내인 이들은 행방불명됐다가 얼마 뒤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를 둘러싸고 콥트교 측에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납치해 개종을 강요했다고 주장한 반면, 이슬람 측에선 자발적으로 개종하려는 이들을 콥트교에서 감금하고 고문했다고 맞서면서 종교 간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IS대원 중 한 명은 모든 십자군들이여, 당신들이 안전을 바라는 것은 희망일 뿐이라고 외치며 “(서방이)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을 수장한 이 바다에 당신들의 피를 섞을 것을 알라께 맹세한다.”고 덧붙였다.

이집트에 원시 기독교를 믿는 콥트교도들은 성인이 되면 이마에 십자가를 새기는데, 이마의 십자가는 고난의 시작을 의미한다. 십자가를 새기는 것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그리스도인이기에 커밍아웃이고 모든 사회 혜택으로부터의 단절됨을 뜻한다. 그들은 가난한 이집트에서도 그리스도를 택함으로 더 낮은 하류인생을 살아야 한다.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고 고통과 형극의 길이 신앙을 지키는 길이라 생각하기에 그 길을 기꺼이 순교하는 마음으로 택한다. 누구나 다 볼 수 있게 이마에 새긴 그들의 십자가는 죽음까지도 기꺼이 받아드리는 신앙고백이다.

콥트교는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 수니파인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종파다. 콥트교는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모두 인정하는 양성설 대신 예수의 신성만 인정하는 단성설을 신봉한다. 이러한 점들은 우리 기독교와 다른 모습이지만 그들의 신앙과 결단, 죽음 앞에서도 담담한 모습은, 현실과 타협하면서 적당히 안주하며 이세상이 주는 안락함과 일락(一樂)을 추구하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듯 하였다.

최근 수련회를 통해서 북한선교를 하시는 최광 선교사님의 간증을 듣고 또 책을 사보게 되었다. 내래 죽어도 좋습네다내래 죽어도 가겠습네다두 책에 담겨진 북한의 실상과 탈북자들이 북한 선교사로 변화되는 모습과 고난의 행보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너무나 공감이 되고 감동되어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는 탈북자를 북한 선교사로 세운다는 것에 대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할 때, 북한선교는 북한 사람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고수했다. 1998년부터 3년간 350여명의 북한 형제들과 합숙하면서 성경통독과 기도훈련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양육해나갔다.

한사람의 순종과 눈물어린 헌신이 오직 생존을 위해 자기밖에 모르고 사나운 이리와 같았던 많은 탈북자들을, 자신의 동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아끼지 않는 순교적 비전을 가진 하나님의 군대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그렇게 변화된 이들은 또 다른 탈북자들을 모집하고 공동체를 세우고 말씀으로 양육했다. 하지만 사역장 학생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게 적발되어 북송되고 결국 순교까지 이어졌다. 말씀으로 훈련받은 선생들은 감옥에서 하나님을 찬송하고 기도하며 다른 이들에게 예수님을 전했고, 순교의 제물로 북한 땅에 거룩한 피를 뿌렸다.

북한 보위부와 중국 공안의 끈질긴 추적으로 거의 모든 사역장의 선생들과 학생들이 잡히고 최선교사님은 한국으로 추방당하고 난 후, 그들은 구류소 감방 벽에 있는 한 글귀를 발견하게 된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 진칼빈, 박요한.”

앞서 순교한 1기생의 글귀를 보면서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갈 것을 두려워하며 공포에 떨고 있던 조복화, 정용철 선생은 용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보위부간부가 여기서 하나님 믿는 사람 일어나라고 했을 때 순교를 각오한 일곱 명의 선생들과 학생들이 일어나 정치범수용소로 향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예수님도 자기 피로써 백성을 거룩케 하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느니라. 그런즉 우리는 그의 능욕을 지고 영문 밖으로 그에게 나아가자”(13:12-13).

진정한 크리스천이라면 언젠가는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거룩한 피를 뿌리는 그날이 올 것이다. 그날에 나 또한 그들처럼 죽음 앞에 담대한 믿음을 주시기를 주님께 기도한다.

주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