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노인요양원이다보니 치매 어르신들도 계십니다. 일주일에 두 번 예배를 드리는데 치매 어르신들이 큰소리로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하시는 것을 보면서 젊었을 때 그분들이 신앙생활을 어떻게 하셨는지 연상될 정도입니다. 집 주소도 잘 모르시는 어르신들이 기도는 어찌 그리 잘 하시는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사무행정을 보다보니 어르신들의 형편을 조금씩 듣게 됩니다. 어떤 어르신은 자녀들이 자주 찾아와 여기저기 돌아보시는가하면, 어떤 분들은 찾아오는 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어르신은 치매로 요양원에 오신지 몇 년 되셨는데, 자녀들이 일곱이나 되는데도 돈만 보내오고 찾아오질 않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 어르신은 평생 자식들만을 위해 사셨을 텐데, 그 자녀들은 혹시나 자기가 부양의 수고를 떠안고 고생할까 싶어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아무리 유명하고 세상 지혜가 뛰어나고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거나 출중한 자도 세월을 비켜갈 수 없건만, 많은 이들이 잠시 머물 세상 것들에 눈이 멀어 있는 듯합니다.

이러한 세대를 향해 전도서 기자는 일침을 놓습니다. “아름다운 이름이 보배로운 기름보다 낫고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나으며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가 이것에 유심하리로다”(7:1-2).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유심(留心, 마음 깊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인생의 결국은 누구나 동일합니다. 누구나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그 어느 누구도 죽음을 건너 뛸 수는 없습니다. 잠시 머무는 이 땅이 아닌 또 다른 영원한 만남을 준비하는 이들은 이웃을 품게 됩니다. 가족도 우리의 이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이웃을 품지 못하는 우리의 이기심과 탐욕을 버려야 합니다. 비록 육신이 고달프고 희생이 따르고, 손해를 보더라도 사랑으로 품어야 합니다. 아픔이 없이는, 수고가 없이는 결코 내 이웃을 내 몸같이 품을 수 없습니다.

들에 풀도 시들고, 솔로몬의 부귀영화도, 젊음도, 아름다움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아무 육체라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이 영원합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죄인을 품으셨던 주님의 그 크신 사랑이 우리들 안에 육화되길 원합니다. 저 천국에서 만날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마지막을 알리는 종이 귓가에 아주 가까이 울리고 있습니다. 영원한 시간으로 들어갈 준비를 어서 속히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모든 것들은 이 땅이 아닌 천국을 위한 준비요 계획이어야 합니다. 오래 머물지 않을 이 땅의 만남을 위해 마음을 쓰고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저 천국을 위한 빠른 준비가 시급할 때입니다. 어서, 어서, 속히, 속히, 재촉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