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우리 목사님!” “, 엄마! 이 새벽에 전화를 다 하셨어요?” “! 잘 있었어?” “, 엄마.” 안부를 묻고는 10분 정도 지나서 또 전화가 왔다. “우리 큰아들.” “! 엄마, .” “, 그냥 보고 잡아서.” 전화를 끊고 10분 있으니까 또 전화가 왔다. “엄마, ?” “, 우리 큰아들! 밥 먹었어?” 그날 열 번이나 그렇게 전화를 하셨다.

엄마가 왜 그러실까? 평소에 전화를 잘 안 하시던 분이 갑자기 이렇게 전화를 많이 하실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생에게 물어보니 엄마가 치매증상이 왔다는 것이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것 같았다. 90평생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두 분이 잘 살아오셨는데.

걱정이 되어 저녁 무렵 고향에 내려갔다. 몸빼 바지를 입고 헐렁한 윗도리를 입고 의자에 걸터앉아 졸고 계시는 엄마를 보고, “엄마, 큰아들 왔어요.” “. 우리 큰아들 왔는가? 아이고 우리 목사님, 아이고 하나님 감사해요, 아이고 하나님 감사해요.” 아버지는 사골 국을 끓이시고 나는 밥을 떠서 엄마 어서 식사하세요.”라고 드렸다. 식사를 하시다가 장가도 안가고 늙어서 이제 어떻게 살는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신다. 아버지는 빨리 약 먹으라고 아까부터 몇 번을 말씀하신다. 엄마는 이게 무슨 약이냐고 또 물으신다. “치매약여.” 큰소리로 아버지가 말씀하신다. 엄마는 약을 드시고 방에 들어가 누우신다. 주무시는 엄마 등위에 손을 얹고 기도를 드리고 나왔다. 방으로 왔는데 잠이 잘 오질 않는다. “이게 무슨 약여?” 3번을 물으니까 아버지는 큰소리로 ! 치매약!” 하시는 모습이 생각이 나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 계신 부모님과 함께 새벽 예배를 드렸다. 히브리서 927절 말씀으로 하나님의 심판대에 대해서 설교했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화평함과 거룩함을 좇으라. 이것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하니라.”(12:14)는 말씀을 전하며 엄마에게 질문을 드렸다. “차영애 권사님은 아무도 미운 사람, 싫은 사람, 서운한 사람 없으세요?” “나는 아무도 미운 사람 없어, 싫은 사람 없고, 다 좋아.” “정말이에요? 티끌만치도 없어요?” “하나님이 다 사랑하라고 그러니까 다 사랑해야지.”

아버지는 미운 사람 없으세요?” “, 우리 앞집 OOO! ”

왜 미워요?” “, 글쎄 소똥 냄새 때문에 도랑을 치라고 해도 안치고 파리가 얼마나 많은지, 말을 해도 안 듣고 고집을 부리고 그래서 내가 안 좋게 생각하제.”

그래서 나는 두 분께 정성껏 설교를 했다.

천국은 사랑으로 충만한 나라고 이 땅에서 행한 것에 따라 상 받는 나라에요. 그래서 우리가 영원히 사는 주택도, 의복도, 면류관도 다 행한 대로 갚아주시는 나라에요.”

부모님과 예배를 드리다 보니 더 천국이 소망되었다. 천국에 가면 엄마 허리도 팍 펴지고, 옛날 아버지와 결혼 할 때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귀도 잘 들리고 눈도 잘 보이고 이도 새로 싹 나서 얼마나 좋을까. 연세가 90이 다 되니까 정신이 깜박 깜박 하는데 그곳에서는 정신이 얼마나 맑고 상쾌한지, 이 땅에서 하나님께 예배하며 선을 행한 일들 다 기억하고 보고 싶은 외할아버지도 만날 수 있다. 그곳은 병들거나 늙거나 죽음이 없다. 영원히 기쁘고 행복하게 하나님을 찬양하며 감사하며 사는 곳이다. 그리운 선생님, 이성봉 목사님, 주기철 목사님, 이용도 목사님 그리고 사도 바울과 열두 사도들, 프랜시스 성인과 이 땅에서 처음 익은 열매가 되신 분들도 다 만날 것이다.

어머니가 천국에서 주님과 더 가까이에서 더 큰 사랑과 행복을 누리시려면, 지금 이 어려움을 기도와 인내의 말씀을 지키며 사시라고 권면을 드렸다. 이제부터 더 열심히 가정 예배드리면 하나님께서 많은 은혜를 주시고, 병도 낫게 해주시고, 동네 어른들 다 전도해서 갈담교회로 다 모시고 갈 수 있다고 말씀 드렸다. 우울해 하고, 낙심하거나, 슬퍼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거나, 소심한 마음먹지 말고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고 즐겁게 찬송하며 기도하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 못난 아들이 주의 종으로서 잘 살게 해달라고 기도해 주시길 더욱 부탁을 드렸다.

왜 우리가 주님의 뒤를 잘 따라가야 하는지. 힘들고 어려워도 좁고 협착한 길을 따라가야 할 이유를 천천히 설명을 드렸다. 이 땅에서 고통을 주님 안에서 받으면 그 고통은 우리의 영혼에 큰 유익을 주는 연단이 되고, 그래서 그 연단 속에 우리 자아가 죽고 천국적인 모습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고 보면 엄마 아버지는 하나님의 사랑을 많이많이 받으신 분들이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오래 사시고, 예수님을 잘 믿고, 지금까지 하나님의 축복 속에 사셨다. 정말 하나님의 기적이다. 이제 천국에 가셔도 하나님의 심판대를 통과하여 모든 죄를 완전히 씻기시고 죄도 없고, 불행도 없고, 마귀도 없는 영원한 천국에서 영원히 살 것이니 이 얼마나 좋은가. 하나님은 너무나 좋으신 분이다.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만 주시는 분이시다. 은혜도 주시고, 은사도 주시고, 때로는 고난도 주시고 또 치매도 주신다. 그래서 우리를 환난 속에서 연단하시고, 연단 속에 인내하여 성화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에 선생님과 함께 부모님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래서 다시 선생님 이야기를 해 드렸다.

그분은 누워서 40년을 사셨어요. 그런데 늘 모래알처럼 많고 많은 이 세상의 사람들 중에서 저 같은 사람을 이렇게 만드시고 불러주신데 대하여 하나님께 너무너무 감사하셨어요. 아무리 건강한 몸을 가지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티끌만큼도 부러워하지 않는다고 하셨지요. 육체는 지옥과 같은 가시밭길을 걷는 것처럼 살지라도 영혼은 언제나 풍성한 은혜 가운데서 하나님 한분만을 사랑하고 순종하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천국적인 행복이 가득하시다고 늘 말씀하셨어요. 선생님처럼 예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을 닮은 분을 못 봤어요.

선생님은 그런 몸을 가지고도 언제나 주님만 바라 보며 언제나 주님 한분으로 만족하며 사셨어요. 그리고 언제나 밝은 빛 가운데서 철저하게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며 사신 분이에요.

이제 아버지, 어머니도 예수님 한분으로 만족하며 힘들고 어려워도 불만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더 인내의 말씀을 지키며 순간순간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하나님은 참으로 좋으신 분이라 하늘에 기쁨과 소망을 주시고 풍성한 은혜를 주셔서 광야 같은 이 세상을 마치고 천국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며 살도록 해주셔요. 엄마, 아버지께서도 순간순간 예수님만 바라보며 예수님과 함께 힘차게 달려가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예배 후 한참을 기도하는데 어머니는 아침밥을 다 해놓으시고 밥 먹자고 부르신다. 어제보다 훨씬 밝아지시고 눈도 잘 보이신다고 하신다. 얼마나 감사한지.

엄마! 저 이제 올라갈게요.” “벌써 가려고그럼 텃밭에 상추랑 아욱이라도 따서 가지고 가. 아이고, 이제 가면 또 언제 오냐. 그래. 차 조심하고 밥 좀 많이씩 먹고 다녀. 아이고, 하나님. 제발 양말이라도 신고 다녀. , 맨발로 그렇게 다녀. 아이고, 하나님. 그럼 어여가. 항상 기도하고 늘 겸손해야혀. 이거 가다가 사이다라도 한 병 사 먹고 가.” “엄마, 갈께.” 어머니는 내가 안보일 때까지 유모차를 잡고서 서 계신다. “주님! 저희 늙으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주님 손에 부탁합니다. 찬미 예수님.”


박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