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안록(求安錄)| 우찌무라 간조
참 평안을 찾아가는 여정 「구안록」  
  
천국의 문은 열려있지만, 그 아래에서 때론 우울한 삶을 사는 우리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4:6-7). 성경은 우리에게 염려하지 말라고 하지만, 우리는 마귀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염려를 끌어안고 살기에 하나님이 주시는 평강을 얻지 못한다.

인간이 염려하고 불안해하며 살게 된 것은 에덴동산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고 범죄 하여 하나님 나라 즉 사람의 심령을 마귀에게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평강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마음의 참 평안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었던 우치무라 간조(1861~1930)는 책 제목 그대로 「구안록」 (求安錄)에서 평안을 얻을 수 있는 답을 제시한다.  

그는 일본 근대화에 기여한 인물이자, 일본의 대표적인 기독교 사상가다. 「구안록」 (求安錄)은 인간적인 노력으로 평안을 찾으려 애썼던 저자의 생생한 고뇌를 담은 1부와 오직 그리스도로 얻는 속죄를 풀어 설명하는 2부로 구성돼 있다.
“사람은 누구나 불만이 있다. 내게 돈만 있으면 족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돈이 주어져도 그는 평안을 얻지 못한다. 내게 착한 아내만 있으면 족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에게 행복한 가정이 주어져도 그는 역시 만족을 못한다. 사람은 자기 속의 결핍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를 외부의 결핍으로 돌리며, 안을 채우려 하지 않고 밖에서 얻으려 한다. 내 원수가 나임을 알지 못하고, 마음의 고통을 밖으로 터뜨리려고 한다. 네 속의 다툼은 어디서 온 것이냐. 네 몸 속에서 싸우고 있는 욕심에서 온 것이 아니냐(약4:1).
땅이 생겨서부터 오늘날까지 모든 싸움과 다툼의 원인을 찾아보라. 그 모두가 욕심의 싸움이요, 자기의 불만을 다른 사람에게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하나님을 만날 때 비로소 평안할 수 있다. 세상은 최대의 행복을 찾고 있으면서 아직 그 최대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p.14-15). 
기독교인이 된 뒤 도덕적으로 무결한 생애를 살려고 결단했으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에게 죄는 신으로부터 이반(離反)이었다. 하나님이 아니라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나는 위선자다. 살인자다. 간음하는 자다. 도둑이다. 그리고 성서라는 전등으로 내 마음속을 샅샅이 비춰본다면 나는 하나님을 모독하는 자요, 사람을 속이는 자’(p.24)라는 것을 알게 될 뿐이었다.
절대로 공존할 수 없는 하나님과 죄가 함께 일어나 그의 마음속은 마치 전쟁터처럼 순간순간 괴로움으로 가득 찼다. 그는 이러한 모순과 괴리에서 오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속죄의 방법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인위적인 거룩함에서부터 부흥회 참석, 학문에의 몰입, 자연 세계의 연구, 자선 사업과 신학연구의 과정, 신학교 입학에 이르기까지 죄를 벗어버리고자 다양한 시도들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무익함을 깨달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죄의식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고통을 벗어날 길이 없다면 잊어버리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서 가정을 이루는 것, 쾌락주의, 낙천주의를 생각해본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평안을 찾을 수 없었고, 죄를 잊으려는 시도도 실패한다.
“나는 내 죄의 모습 그대로를 가지고 아버지의 자비만을 의지하고 그 집으로 돌아와, 변명을 하지 않고 의를 내세우지 않고, 다만 하나님이 나를 위하여 세상 처음으로 예비하신 하나님 어린양의 속죄를 바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아, 하나님 저는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어서 믿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보시고 용서할 수 없는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드리는 것이라곤 이 피곤에 지친 몸과 정신뿐입니다. 이 깨어진 마음입니다.”(p.141-142)
저자는 그리스도의 죽음이 어떻게 속죄를 이루는지에 대해 깨닫고 마침내 깨어진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서자 그토록 갈구하던 참 평안을 얻는 길을 알게 된다.
“나는 평안을 얻는 길을 알았다. 그러나 길을 안 것이 반드시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은 나를 죄에서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앙도 또한 하나님의 선물이다.(엡2:8) 나는 믿어서 구원 얻을 뿐 아니라 또한 믿게 되어져서 구원받는 것이다. 이에 이르러 나는 전혀 자신을 구할 힘이 없는 자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 신앙마저 하나님께 구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뿐이다.”(p.199)
참 평안을 얻는 길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뇌했던 우치무라 간조의 영적 순례기인  「구안록」 (求安錄)을 덮으며 자신을 죄인들의 우두머리라고 자처한 존 번연의 동일한 고백을 나누며 글을 마치고 싶다.
“내가 끊임없이 보고 느끼는 이것들은 나를 괴롭히고 짓누르지만, 하나님의 지혜는 그것들이 나의 유익이 되게 한다. 첫째, 그것들로 인해 나는 나라는 존재를 소름끼칠 정도로 싫어하게 되고, 둘째, 그것들로 인해 나의 마음을 신뢰하지 않으며, 셋째, 그것들로 인해 모든 타고난 의는 불충분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고, 넷째, 그것들로 인해 예수께로 도피해야 할 필요를 깨닫게 되고, 다섯째, 그것들로 인해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을 수 없으며, 여섯째, 그것들로 인해 두 눈 똑바로 뜨고 정신 차릴 필요성을 깨닫게 되고, 마지막으로 그것들로 인해 자극받은 나는 내가 세상에서 잘 견딜 수 있게 도와주실 것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나님께 기도드리게 되는 것이다.”      
 
박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