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몇 주간 위가 고장이 나 꽤 고생 중이다. 한 달 전쯤 금식을 하였는데 보호식을 충실히 못했던 탓인지, 밥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고 체한 것처럼 가슴이 꽉 막혀 있다. 심지어 죽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고 하루 종일 배를 쓸어내리고 손을 지압해야 조금씩 내려간다. 결국 한방병원에 가서 침을 맞고 약을 타 왔다.

평생 병상생활을 하시면서도 하나님 한 분만을 의지하시며 의학에 의존하지 않으셨던 선생님의 삶을 듣고 몸이 아파도 꾹 참아보겠다던 결심은, 먹지 못하는 괴로움에 무너져버렸다. 금식과 보호식 기간 동안 꾹 눌러놨던 식욕이 막 튀어 올라올 때쯤 위가 고장 나니 몸에 힘이 빠지고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세상의 정욕적인 행복을 포기하겠다라고 한 사람이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어서 사는 맛이 안 난다고 하니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현실이 그러했다.

내 방에 앉아 배를 쓸어내리며 주님, 소화 좀 되게 해주세요.” 기도하는데 눈물이 핑 돈다. “주님, 진짜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금식 끝나고 먹고 싶은 음식도 다 못 먹었는데, 이렇게 위가 고장 나게 하시다니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렇게 몇 주간 죽도 소화를 못시키니 정말 너무 힘들어요. 아직 라면도 한 번 못 끓여먹었단 말이에요. 워낙 위장으로 저를 자주 다루시긴 했지만 며칠간 금식했으면 단 몇 주간이라도 좀 풀어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몰아치시면 저처럼 연약한 사람은 시험 든다고요.”

서러운 마음으로 배를 끌어안고 하소연하다 눈을 들었는데 책상에 붙여 놓았던 말씀이 보인다. “우리의 수명은 칠십 년, 힘이 있으면 팔십 년이지만, 인생은 고생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날아가듯 인생은 빨리 지나갑니다.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깨닫게 해주소서. 그러면 우리의 마음이 지혜로워질 것입니다”(90:10,12 쉬운성경).

이 땅에서의 삶이 잠깐이기에 영원한 세계, 영원한 행복을 얻기 위해 이 길을 선택하고 왔음에도 잠깐의 즐거움을 주는 정욕에 얽매여 투정부리고 있는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영원한 나라에서 큰 행복을 주시고자 좋은 선물을 주신 주님의 뜻을 알아보지 못하고 투정부리고 있는 나는 아직도 주님의 마음을 모르는 어린아이인가 보다.

오늘날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소화 테레사 성녀, 그녀의 어머니 마르땡 부인 또한 훌륭한 신앙인이었다. 부인은 테레사를 낳기 전 네 명의 아이들을 일찍 잃었다. 낳은 지 몇 달 만에 시름시름 앓던 아이들이 네 명이나 그렇게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네 번째 아들이 죽고, 그 죽은 것을 애통히 여기는 동서에게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눈을 감길 때에 나도 물론 큰 괴로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괴로움을 하나님의 뜻으로 생각하고 참아 받았습니다. 나는 저들 때문에 괴로움 당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낳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내 괴로움과 근심이 내 아이들이 누릴 영원한 행복과 도무지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말을 그저 흘려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을 영영 잃어버린 것이 아닙니다. 일생이란 짧고 고난이 가득한 것이니 나는 그들을 천국에서 만날 것입니다.”

하나도 둘도 아닌 네 아이를, 꽃 피우지 못한 어린 나이에 잃은 어머니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하지만 영원한 세계에 대한 그녀의 믿음과 소망은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위대한 신앙의 위인들은 우리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깨달으신 분들이셨다. 그리고 이 짧은 일생동안 순간순간 영원한 행복만을 선택하며 사신 분들이었다.

한국의 프랜시스 이현필 선생님. 그는 십자가 사랑 앞에 감격하며 통곡하셨던 맨발의 성자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희생으로 예비하신 천국이야말로 우리의 짧은 인생을 바쳐서 얻어야 할 영원한 가치임을 깨닫고, 지리산 우거진 솔밭 속에서 수염에 고드름이 달릴 때까지 밤새워 기도하셨다. 인생 백년이 찰나라고 하나 보람 있는 하루가 영원에 그대로 쌓인다는 것을 깨닫고 누가 좋은 옷을 주면 거지와 바꿔 입었고, 좋은 음식이 생기면 백리 길을 걸어 산속에서 기도하는 제자에게 갖다 주었다. 그 생애에 감명 받아 나도 스승 따라 좁은 길 가겠노라고 따라 나섰다가도 세상의 유혹에 빠져 다시 세상길로 가는 제자들을 향해 눈물로 기도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가르치셨다.

이 세상이 아무리 좋아도 꿈이요, 영원한 행복은 아닙니다. 여기서는 영원한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 것입니다. 잠깐이라도 주님을 망각하고 시간을 보내지 말 것입니다. 정욕을 위해서 일시적 향락을 누리려고 헤매지 말 것입니다. 영원한 불행의 씨를 심지 말 것입니다. 항상 깨어서 순간순간 불행인 듯싶지만 참 행복이요 영원한 대로로 매진할 것입니다.”

저 하늘나라 3층천 하나님의 보좌 곁에서 주님이 주시는 큰 상급을 누리며 영원한 행복 가운데 계신 믿음의 선진들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리는 것 같다. 이 세상의 유한함과 헛됨을 어서 깨닫고 영원한 행복을 위해 전진하라고, 미련하고 우둔한 죄인을 응원하고 계시는 것 같다.

박하영